7. 유형원과 제도론
  • 들어가기 전에 전통시대의 중요한 요소: 정파, 학파, 집안내력

유형원의 정체성

  • 북인계 남인
    • 남인의 종류: 영남남인, 근기남인 - 유형원은 근기남인
    • 학문적 지향성은 이황
  • 아직 당파가 뚜렷이 분화되지 않았던 시대
    • 인척 중에 노론도 있고 서로 통혼도 했음
    • 19세기쯤 가면 정쟁이 극심해지면서 원수 척진 집안이 늘어남 → "수가, 혐가"(결혼대상 블랙리스트)
  • 조선 초기 때부터 관료집안 - 명문가
    • 애비가 인조 때 유몽인의 옥사에 연루되어 자살
    • 역모 연루 → 이 집안은 이제 끝났다
  • 스승
    • 집안이 쪽박찼기에 유형원은 스승을 따로 못 구해서 친척들에게 배우면서 독학
    • 외삼촌 이원진: 성호 이익의 종숙, 북인 성향
    • 고모부 김세렴: 북인계 관료
    • 외삼촌과 고모부는 광해군 때 폐모 반대 상소 올렸다가 쪽박

처사 유형원

  • 상술한 바와 같이 집안이 쪽박찬 유형원은 처사(백수 재야 지식인)의 길을 선택
    • 할배가 닥달해서 진사시에 급제 한 번 하긴 했음
    • 할배 저세상 간 뒤 해방이다 하면서 서울 탈출
    • 나중에 벼슬자리가 내려졌는데도 싫어요 안할래요

선생이 매우 일찍부터 학문에 뜻을 두었었지만 특히 여진족이 득세한 뒤로부터는 벼슬할 생각을 갖지 않고 더욱 학문에만 전력을 들여 밤에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심각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였다

『반계수록』 중 유형원 행장(오광운 찬)

  • → 선생은 집안이 망해서 벼슬할 생각을 갖지 않고… 라고 쓸 수 없어서 쓴 핑계
    • 하지만 그런 핑계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형원의 시대에 그것이 문제시된 토픽이었다는 것을 의미
  • 처사(재야 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
  • 백성의 삶을 근접 관찰 → 국가 제도에 대한 관심
  • 영조 때 반계수록이 재발굴되어 비변사에 넘겨주었더니 "우활(애매하고 멍청하다)"하여 못써먹겠다는 평가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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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수록』

  • 벼슬을 안하고 일도 안 하고 앉아만 있다 보니 책은 어지간히 많이 씀
    • 역사책: 『동방문』, 『동국사강목조례』 등 주로 한반도 역사를 저술
    • 지리서: 『동국여지지』 등
    • 철학책: 『이기총론』 - 사단칠정에 대한 자기 견해
  • 그리고 주요 저서 『반계수록』
    • 핵심은 전제개혁
    • 저술 목적

평소에 선생은 시무에 통달하지 않고 한갓 입으로만 떠드는 것을 구차하게 여겨 마침내 백성들에게 화가 닥치게 될 것을 걱정하였다. 선왕의 법도를 고찰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나라의 법전을 참고하여 책 한 권을 저술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반계수록』이다. 선생은 천하의 이치는 사물이 아니면 드러날 수 없고 성인의 도리는 일상의 일 속에서 거행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이 일상의 일에 익숙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반계수록』 중 유형원 행장(오광운 찬)

  • 여기서 선왕이란 조선의 선대왕들이 아니라 중국 삼대의 성군들을 말함
  • 천하의 이치(理)는 사물을 통해 드러나고 성인의 도리(道)는 일상을 통해 드러난다 (이기론적 내용)
  • "한갓 입으로만 떠드는 것을 구차하게 여겨" = "우리 선생님은 실업자라서 할 짓이 없어"를 의미하는 완곡어법
  • 집권자의 공리공담 vs. 실학자의 개혁론이 아님 - 유형원의 제도론은 "성인의 도"를 구현하는 매개체
  • 제도는 천리와 도리를 담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 유형원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성리학적 정언명령

학문적 경향

  • 이황의 영향
  • 이기론과 사단칠정론: 이황의 학설을 따름. 理의 가치론적 우월성
  • 유형원의 실리(實理) 개념
    • 實 이란 실용, 실제, 현실, 실증 따위의 의미가 아님
    • 實 = 誠; 참되다, 진실되다.
    • 실리란 "진실한 리"를 강조하기 위해 쓰인 개념
  • 도기론(道器論)
    • 어떤 그릇(기)에 담아도 도는 도다.
    • 그러한 도를 잘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니 삼대의 제도
    • 삼대의 제도 = 리 또는 도를 완벽하게 담고 있는 무엇
    • 삼대의 이상이 道,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가 器

중화인식

  • 15세 때 병자호란 경험: 애비가 없어서 어머니와 고모들을 달고 다니며 가장 노릇
  • 유형원의 생각: 청은 진정한 중화의 주인이 아니고 오랑캐일 뿐
  • 전쟁 경험 세대인지라 화이론에 있어 더욱 강경 극단
  • 그러다 보니 중화에 대한 사랑이 다소 엽기적인 중국문화 애호로 나타남

달밤이면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가사는 주시를 쓰고 발음은 중국어음으로 하여 소리와 운조가 마치 어떤 악기에서 나오는 듯하여 그 운치가 고상하였으니 참으로 세상에서 유례가 없는 높은 선비였다.

『반계수록』 중 유형원 행장(오광운 찬)

  • 유형원의 대명의리
    • 명의 중원 수복을 믿어 의심치 않음 (호운불백년 - 오랑캐 왕조는 백년을 못 넘긴다는 징크스)
    • 남명 정권에 대한 관심

정미년에 명나라 배가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하였는데 그들은 모두 복건[주희 고향] 사람들로서 명나라 의복을 입고 머리를 깎지 않았었다. 선생이 가서 그들을 만나보고 중국 어음으로써 명나라의 일을 물었는데 그들 중에는 글을 잘 아는 정희와 증승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영력황제가 남방의 네 군데 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금력이 영력 21년입니다”

『반계수록』 중 유형원 행장(오광운 찬)

  • 유형원의 중화 지향
    • 실학의 특성이라는 민족주의적 면을 찾을 수 있나?
    • 중화 문화 = 중국 삼대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

삼대의 이상

삼대의 법제는 모두 천리를 가지고서 제도를 만들었는데, 후세의 법제는 모두 인욕을 가지고서 제도를 만들었다 [중략] 마침내 천리가 사라지고 사욕이 넘쳐나며 생민을 썩어 문드러지고 개 같은 오랑캐가 천하의 주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반계잡고』 중 「답정백오문수록서」

  • 유형원의 이상: 삼대
  • 삼대 제도의 반영인 『주례』 강조. 주나라 = 유교의 이상사회
  • 유형원 주장의 실상
    • 복고적: 수천 년 전의 제도를 사용하자고 하는 주장
    • 비현실성: 사유제를 부정하고 공유를 실현, 그 공유는 국가가 통제(주례에 따라)
      •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함, 국가주의적 면모
      • 현실에서 주례의 이상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움 → 당대 사대부들에게 폄하

유형원의 제도론

정자와 주자는 송나라의 어진 인물들로서 삼대의 치적에 관심을 두면서도 왜 이론과 저작이 다만 도의 원리에만 그치고 방안에 대하여는 서술하지 않았을까? [중략] 그들의 생각에는 왕도의 원리만을 천명한다면 방안이야 그에 따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알았기 때문이었다. [중략] 정치의 근본 원리가 방안을 떠나서는 단독으로 실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리와 방안을 구비한 후세의 선비로서 정자, 주자가 미처 언급하지 못하였던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이방안을 설명하기에 급급한 것이 역시 정자 주자가 정치의 근본 원리를 설명하는 데 급급하던 그것과 무엇이 다를 바 있으랴?

『반계수록』 서문

  • 정자와 주자가 구체적 방안을 서술치 않았기에 후세인들이 헷갈린다
  • 오랑캐가 밀고 내려오던 송나라 때는 맹자의 시대보다도 말세였음
  • 때문에 정자와 주자는 왕도의 원리를 바로세우는 것이 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 자신이 제도론을 말하는 것은 정자 주자가 왕도 개념을 재정의한 것과 동급으로 중요한 것이다 (자뻑)
  • 유형원의 제도론의 목적은 성리학적 이상의 실현이며 백성의 교화
  • 유형원은 패러다임의 전환자가 아니며, 성리학의 틀 안에서 성리학의 이상을 추구한 것

구체적 제도론 내용

일곱 살에 『서경』 「우공편」[중국의 지리에 대한 내용만 나열되는 엄청 지루한 내용임]을 읽을 때 기주 지방의 토품을 사정하고 세액을 정하는 대목에 이르러서 펄쩍 일어나 춤을 추었었다.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는 “이 두 글자[정전]가 이렇게까지 중하게 여겨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

유형원 행장

전제개혁

  • 정전제: 토지의 사적 소유를 금하고 국가가 공적으로 소유, 국가의 역에 복무한 사람에게 생산을 분배
  • 상업, 공업, 화폐 따위는 어디까지나 공전을 보조하기 위한 것이지 중요한 것이 아님
  • 조선 초 정도전의 주장과 다르지 않음(요즘 말로는 국가사회주의적 발상)

교육과 인재선발

  • 향약 - 백성의 교화 목적
  • 공교육
    • 향교의 유명무실화와 서원의 득세를 문제시.
    • 사교육은 학파가 형성되고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는 파벌이 생길 수 있음
    • 국가가 재원으로 공교육을 지원하여 모든 교육을 국가가 담당해야
  • 과거제 폐지 주장
    • 구실뿐인 "양인에게도 열려있는 문", 과거에 합격해도 대기발령 기다려야 하는 신세. 이건 썩을 대로 썩은 제도다
    • 대안으로 제시한 것: 공거제 ← 조광조가 했던 짓(……)
  • 행정기관 통폐합: 임시아문들 계속 만들지 말고 일원화를 하자!
  • 재정 일원화
    • 조선에서 이루어지던 방식: 어디서 돈이 필요하다 → 다른 기관에게 꿔달라 → 얘도 딴데 꿔달라 → 꾸고 꾸고 → …
    • 신기하게도 이게 수백년 유지됨. 인간의 돌려막기 능력이란.
    • 시스템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상하게 보일수밖에. → 중앙정부가 모든 재정을 틀어쥐어야 한다
  • 병역: 병농일치 및 모병제
  • 노비제도
    • 야만적 제도니까 폐지해야 하지만 당장 노비가 없으면 양반들이 굶어죽을 것임
    • 그러므로 점진적 폐지. 종모법
    • 물론 유형원 본인도 노비를 거느리고 살았음

유형원 제도론에 대한 관점

  • 성리학에서는 구체적 제도가 관심대상이 아님. 정치의 근본적 원리에 관심
    • 즉 유형원의 기획은 성리학의 빈 자리를 보충하기 위한 것
  • 이상적, 급진적(다시 말해 비현실적) - 우리가 생각하는 "실학"의 통념과 일치하는가?
  • 유형원만 나라 걱정을 했던 것이 아님
    • 오히려 중앙 정계에 있던 관료들이 현실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방안을 시도
    • 실업자라서 시간이 남아돌아 책 써서 남긴 사람의 "문헌"만 오늘날 남아서 전해지는 형국
    • 까놓고 말해 "처사"란 오늘날의 "재야 XXX"나 마찬가지
    • 무능한 중앙 vs. 비분강개한 지식인 의 구도가 옳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