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소녀의 겨울

카페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눈보라가 치는 날,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렇게 카페에 모이곤 했다.

이야깃 소리가 들리던 가운데, 카페 한구석에서 아내와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어이, 주인장. 공기가 너무 찬데."
"그러면 점퍼를 입으세요. 춥다면서 그건 왜 벗고 있는지?"
"실내에서도 입고 있으면 갑갑하다구."
"저희도 추워요!"
"그건 그쪽 사정이죠. 따뜻한 것도 마시면서 히터 온도 올리는 건 낭비에요. 정 추우면, 커피 한 잔 더 시키시면 되겠네요."
"나 원."

주인의 단호한 말투에 남자는 포기한 듯 점퍼를 입었다. 잔잔한 웃음 소리가 퍼져나갔다.

그때 어떤 소녀가 눈보라를 뚫고 걸어오고 있었다. 카페의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소녀에게 집중되었다. 그만큼 이곳은 그들을 제외한 다른 방문객들이 흔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떨고 있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따뜻한 곳에 들어왔는데도 한기가 남아있는지 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소녀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카운터 앞으로 가서 말했다.

"코, 코코아 한 잔 주세요."

마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억양의 공용어였다. 떠는 모습과 억양을 보니 외지인 같았다.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런 때에 이런 곳을 찾아오는 외지인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코아를 받아들고 소녀는 자리에 앉았다. 양손으로 잔을 감싸고 한 모금 들이키자 온 몸에 온기가 감돌았다. 후아. 몸 속에 남은 냉기를 몰아내겠다는 듯,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의자에 몸을 파묻고는, 후드를 뒤로 넘기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소녀라는 존재 자체에 홀려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구체적인 모습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짙은 검은 색 머리카락은 어깨 즈음에서 잘려 있었고, 눈동자도 마찬가지로 검었다. 전통적으로 옅은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흔했던 이곳에선 그 모습 또한 이질감을 주었다.

피부는 하얀 편이었지만 이곳의 사람들처럼 창백하진 않았다. 살짝 다문 입술에선 어딘가 귀족적인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소녀는 단말기를 불러내 바깥을 보며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작가라서 글을 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아니다. 땅을 보기 위해 온 것이다. 어쩌면 마을 중앙에 있는 저택에 사는 노인의 손녀일지도 모른다. 그 저택을 사러 온 걸지도 모른다 등. 화젯거리가 별로 없는 마을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저기, 뭐 좀 물어봐도 되나요?"

청년이 소녀에게 다가가 말하자 순식간에 카페가 조용해졌다. 소녀는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이 마을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외지인이 드문 곳이라…"
"여행하러 왔어요."
"여행이요?"

카페 안의 사람들 모두가 그 대답을 듣고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춥고 특별한 것도 없는 곳에 여행을 오는 것은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이런 곳에 뭐 볼 것이 있다고 찾아오는 건지 이해가 안 되어서요."
"맞아. 바로 옆나라에만 해도 끝내주는 호수가 있는데 말야."
"거기에 엄청나게 높은 빌딩도 있지 않던가?"
"바다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한 마디씩을 보탰다. 그러자 소녀는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주시는 건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눈이 내리는 걸 보기 위해 온 거예요."
"네? 눈은 어디에나 내리지 않나요?"
"지금은 이 행성에서 눈이 내리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요. 다른 곳은 눈이 안 내리거나, 찾아가기엔 너무 위험한 곳들 뿐이라 이 마을로 온 거예요."
"그랬군요…"

눈을 보기 위해 오다니, 청년은 조금 유별난 이유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적도 쪽에서 오셨나 봐요?"
"아, 전 솔라리스에서 왔어요."
"솔라리스요?"
"네. 여기서는 127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이에요."

게다가 다른 행성에서 온 여행객이다. 마을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었다. 그때, 카페 한구석에서 브랜디를 마시던 노인이 끼어들었다.

"솔라리스라면 들어본 적 있지. 거기 온통 물밖에 없는 행성 아닌가?"
"네, 맞아요. 옛날 과학소설에 나오는 표면이 전부 바다인 행성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알아요."
"전부… 바다요?"

청년은 다소 충격받은 듯 말했다. 내륙 지방에 사는 그로써는 물로 뒤덮인 행성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나요?"
"네. 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집이나 해저 도시에서 생활해요. 전 해저에서 살고요."
"그러면 전부 어류나 해초만 먹고 사는가요?"
"플랑크톤을 합성하기도 하고, 수경 재배도 해요. 다만 땅이 없어서 육류는 좀 비싼 편이에요. 여기 처음 오니까 무엇보다 고기가 너무 싸서 놀랐다니까요."

이 마을에선 주변국에서 육류를 많이 생산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는 편이었다. 반대로 어류는 비쌌다.

"그러면 그곳에는 눈이 내리지 않나 봐요?"
"네. 언제나 날씨가 온화하거든요. 자전축과 공전축이 각도 차이도 거의 없어서 계절도 없고요."
"그런데, 그렇다 해도 극지방 쪽은 좀 더 추워야 하는 것 아닌가?"

옆에서 유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소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상대적으로 적도 쪽은 따뜻하고 극지방은 추운 편이에요."
"그렇다면 극지방 쪽에는 눈이 내릴 수도 있지 않나?"
"행성 전체가 바다라서 에너지가 순환하기 좋은 환경이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극지방에 가도, 여기처럼 춥진 않아요."
"거 참, 살기 좋은 곳이로군."

카페 중간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태풍도 자주 불고, 또 해일이 오거든요."
"해일?"
"네. 거대한 파도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때마다 바다 위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해저로 피신해야 하고요. 저도 그게 무서워서 해저에서 사는 거예요."
"얼마나 거대하길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청년의 질문에, 소녀는 잠깐 입을 다물고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음. 여기 오는 길에 있는 성당 있죠. 그 첨탑 높이보다 두 배 정도 되는 파도가 온다고 생각하면 되어요."
"허, 장관이겠군."

중년 남자가 끼어들었다.

"그런가요? 전 이 마을이 더 멋진 것 같은데…"
"이게 뭐가 멋지다고. 맨날 눈보라만 부는 작은 마을일 뿐인데."
"그게 멋진걸요. 전 해저에만 살아서 이런 건 전혀 본 적이 없거든요."
"해저 도시도 근사할 것 같은데."
"이야기만 들었을 때 그런 거예요. 실제로 가보면 햇빛도 별로 안 들어와서 칙칙하기만 해요."

소녀는 이 부분에 있어서만은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청년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뭐, 어디가 더 멋진지는 상대적인 이야기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눈을 보러 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요?"
"음.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인데,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눈보라가 그치려면 아직도 한참은 남았으니까요. 그런데 따뜻한 곳에서 왔다면 여기가 춥진 않나요?"
"좀 추워요. 사실 이 정도로 차가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카페 주인이 말없이 히터의 온도를 높였다. 훈훈한 공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이, 내가 틀어달라고 할땐 안 틀어주더니?"
"당신이랑 저 애가 같나요?"
"고마워요. 한결 낫네요."
"그래. 코코아 한잔 더 갖다 줄까?"
"어, 아직 좀 남아 있어서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들고 있던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된 코코아는 더욱 달콤했다.

"사실, 제가 눈이란걸 알게 된 건 몇달 되지 않았어요."

잔을 내려놓고, 소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 저 말고도 솔라리스에 사는 사람들중 눈이란 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거예요. 사실, 해일이나 폭풍 같은 현상을 제외하면 기상현상 자체가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다들 큰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학교에선 배우지 않나요?"
"저희 행성엔 학교가 없어요. 공부하고 싶으면 도서관에 접속해 원하는 걸 배우거든요. 그 중에 기상현상을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요."
"부럽네요. 저희들은 배우기 싫은 것도 배워야 하는데."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예요. 가이드가 없으니 공부하기도 좀 힘든 편이고요."

식민 행성들이 늘어나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창구도 많아지는 가운데 교사란 직업의 선호도가 점점 줄어든 것이 이유였다.

"음.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죠. 그래서, 눈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뭔가요?"
"그건 옛날 지구의 기록에 접근하다가 알게 된 거였어요. 과거 지구의 문화를 담은 자료들 모음이 있었는데, 거기에 광고 영상도 있었거든요. 다들 짧은 영상들이라 하나하나씩 대충 넘겨가며 보고 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영상이 하나 있었어요."

휘잉. 바깥에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눈앞에 그 영상이 떠오르는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새하얀 바닥 위에서 한 쌍의 남녀가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손을 놓고 나란히 바닥에 눕는 영상이었어요. 하늘에선 하얀 입자가 떨어져내리고, 바닥엔 발자국이 남고요. 그런 건 처음 보는 거였거든요."
"어떤 제품의 광고였나요?"
"커피였을 거예요. 아무튼 그게 궁금해진 저는 그 영상을 행성 인터넷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았어요. 저희 행성에는 교사가 별로 없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이런 방법밖에 없거든요."
"좋은 방법 아닌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특히 이번 일에서는요."

후우.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소녀는 말했다.

"정말 다양한 답변이 올라왔어요. 새하얀 모래를 깔아놓은 거라는 답도 있었고, 이끼나 곰팡이란 이야기도 있었어요. 플라스틱을 갈아서 뿌렸다는 이야기나, 사실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CG를 쓴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잔잔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것 말고도 다양한 답변이 올라왔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어요. 너무 많기도 했고요."
"신기하네요. 아무리 눈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그 사람들 중 아무도 모르다니."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그래요. 당장 이 행성만 해도 지역마다 다른 기상현상이 일어나잖아요. 저희 행성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지만, 가스행성의 경우에는 또 완전히 다른 기상 현상이 일어나고요."
"흠, 그건 그렇죠. 스콜 같은 현상만 해도 이름만 들어봤지 전 잘 모르거든요."

사람들 사이에서 "그게 뭐지?" 같은 반응들이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청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이 아무도 스콜을 모르는 것처럼, 그곳 사람이라면 눈을 모를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가네요."
"고마워요. 그래서 전 혹시 다른 영상에 비슷한 게 있을까 찾아보았는데, 너무 많아서 비슷한 걸 찾아 보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하이퍼웨이브 통신으로 다른 행성에 질문을 할까 고민까지 했는데, 어느 행성에서 그걸 알지 확신이 서지도 않았고요."

그렇다고 다 보내기엔 조금 비싸기도 하고요. 소녀는 덧붙였다.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반쯤 포기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바다눈이란 현상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이 촬영했다는 영상을 올렸어요. 정말 비슷하더라고요.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바다눈이 뭔가요?"
"죽은 플랑크톤이 새하얀 덩어리로 뭉쳐 해저로 가라앉는 현상이에요. 그 때문에 바닥에는 그게 하얗게 쌓이는 경우도 있어요. 눈이랑 비슷하죠."
"언제 한번 직접 보고 싶네요."
"정말 멋져요. 혹시 저희 행성에 올 일이 있다면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릴게요. 아무튼 전, 그 눈이란게 지구의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이 플랑크톤처럼 죽으면 바닥으로 쌓이는 거라 생각했어요."
"오, 그거 상상만 해도 끔찍한걸."

중년 남자가 끼어들었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보기에 좋다고 해도 자칫하면 삼킬 수도 있는 미생물의 시체가 쌓이는 건데 광고 영상에서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다른 결론을 내기엔 힌트가 그리 많지 않았죠."
"그렇다면 어딘가에서 다른 힌트를 찾았다는 거네요."
"네, 우연히 눈보라가 치는 장면이 들어있는 옛 지구의 영화를 보게 되었거든요. 광고에 나왔던 하얀 가루가 무섭게 휘몰아치고, 또 바닥에는 얼음이 깔려 있는데 그 위를 건너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영화였어요. 그걸 보고, 전 이게 제 생각과는 다른 것이란 걸 알게 되었죠."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린다는 듯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광고 영상에서 본 게 뭔지 알기 위해서는, 그 명칭이 정확히 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바다눈과 눈보라라는 단어에 공통적으로 '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다눈이란 단어에서도 바로 연상할 수 있지 않나요? 바다에 눈을 합성한 단어인데."
"바다만 있는 행성에서만 살다 보니 그 단어를 따로 떼어 의식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공중 같은 단어처럼요. 그래서 전 눈에 대해 찾아보았고, 예시가 된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니 제가 광고 영상에서 본 것과 같은 현상이란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해답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나요?"

청년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답을 찾았으니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련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좀 지나니 뭔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뭔가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소녀는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 거의 식어 있었다.

"그래서 전 눈이 나오는 영화를 찾아서 보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배경으로만 나오는 것이든, 눈이 중요하게 나오는 것이든 가리지 않고요. 다양한 영화가 있더라고요. 특히 그, 새하얗게 눈이 쌓인 벌판에서 여자가 산에다 대고 잘 있냐고 외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러브 레터 말하나 보네. 좋은 영화지."

카페 주인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코코아를 소녀의 테이블에 얹어놓으며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네, 그 영화 맞아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점점 명확해지는게 있었어요. 그것은 제가 이 눈이란 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거였어요."

소녀는 잠깐 말을 멈추고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 마셨다. 카페 안은 이제 거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많은 영화들을 보고, 가상 현실로 체험도 하고, 직접 심해로 내려가 바다눈을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온 거예요."
"직접 보니까 어때요?"
"너무 추워요. 앞도 잘 안 보이고요."

소녀의 대답에 카페에 웃음 소리가 가득 찼다. 그 와중에도 마을 사람들은 귀찮게만 여겼던 눈보라가 누군가에겐 특별하게 느껴질수도 있다는 것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눈보라가 그치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겠네요."
"괜찮아요. 시간은 어차피 많으니까요. 아, 혹시 여기서 사는 삶은 어떤지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나요?"
"상관은 없는데, 그건 왜요?"
"그냥, 듣고 싶어서요.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곳에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 그런 것들이요."
"재미없는 이야기일것 같은데요."
"제 이야기도 그랬는데 잘 들어주셨잖아요."

소녀는 웃으며 말했다.

"전 정말로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쪽에서도 그래주신다면 거절할 도리가 없네요."

청년도 마주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년의 이야기가 끝나고 카페의 다른 사람들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서서히 눈보라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 즈음해선 바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의 문을 열었다. 새하얗게 물든 세상 위로 눈송이가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홀린 듯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소녀의 뒤로 마을 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게 뭐가 멋있다고 이런 데까지 찾아오는지 모르겠단 말야."
"아이고. 저거 다 치우려면 또 한참을 삽질해야겠네."
"지긋지긋한 눈 좀 그만 왔으면…"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