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그것은 운석을 타고 날아왔다.

그것은 인간에게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그것을 '기생형 군집-사고 미생물' 정도로 부르지만, 이것은 너무 긴 명칭이므로 여기선 그것이라고 칭하기로 한다.

운석이 대기에 마찰하는 동안 그것의 군집은 공기중에 뿔뿔히 흩어졌고, 대부분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죽게 되었다. 그것의 한 개체가 숨구멍을 통해 어느 매춘부에게 들어가게 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것의 목적은 번식이었다. 그것은 보통 기생충처럼 생물들에 기생해 서서히 세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번식했다. 다른 점이라면 일정 개체수 이상으로 늘어나면 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이후 숙주의 의식을 점령해 좀더 효율적인 번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매춘부의 기도로 들어간 그것은 혈관에서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서서히 세력을 불려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춘부는 감기 증상 비슷한 것을 느꼈지만, 그 외에도 신경써야 할 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행이도 항생제를 처방받거나 하진 않았다.

의식이 생길 만큼의 세력을 불린 그것은 빠르게 매춘부의 뇌를 점령했고, 거기서 지구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것의 의식은, 좀더 전략적인 번식을 위해서는 매춘부의 일상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춘부로써 살아가던 그것은 인간이란 개체는 번식하기엔 썩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기술이 발전해 가시광선 영역 바깥에 있는 그것 같은 개체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인간들은 사소한 병에만 걸리면 의사를 찾아가곤 했던 것이다. 잘못 전략을 짰다간, 단순간에 박멸당할 수도 있었다.

좀 더 세심한 전략이 필요했다. 계속해서 매춘부의 삶을 이어나가던 그것은 문득 인간 세상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들의 섹스는 분명 번식을 위해서 하는 행위이건만, 매춘부에게 오는 남자들의 목적은 그런 데 있는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에너지 낭비라는 점 때문인지 매춘부와의 섹스는 정당한 것으로 취급되진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사실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춘부와의 섹스로 인해 이상 증상이 일어나면 떳떳하게 의사에게 찾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일으키는 증상은 감기나 가려움증 정도이니, 병원을 갈 정도라곤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것은 천천히 계획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춘업소 내에서 기침을 해 대기에 그것의 다른 개체를 퍼뜨리거나, 다른 매춘부들과 같이 식사를 하거나 업소의 식수에 개체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조금씩 매춘부들을 점령해나갔다. 전략이 입력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매춘부들은 어느새 그것에 점령당했다.

이후 그것은 업소에 찾아오는 남자들을 상대로 개체들을 퍼뜨렸다. 입을 통한 체액 교환이나, 요도를 통해 침입한 후 혈관을 돌아다니며 번식해 의식을 점령하는 방식이었다. 의식을 점령당한다 해도 전략에 의해 기존 생활 습관을 유지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발각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세를 불려가던 어느 날, 번식에 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급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죽은 숙주의 부검에서 그것이 발견된 것이었다. 다만 그것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기에, 널리 발표되진 않았다. 다만 연구원들은 그것이 혹시 심장발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에 그것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 사실이 퍼지며 그것은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때쯤 가족이 이상해졌다는 신고로 인해 그것의 숙주들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일이 생겼고, 거기에서도 그것이 발견되면서 정신질환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세를 늘려가는 이상으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연구원들을 사고로 죽이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인간들은 그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욱 큰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거듭되는 연구로 인해 그것이 기생의 형태로 개체를 퍼뜨리며, 의식을 점령해 인간을 조종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실이 퍼지며 사람들은 그것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소독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게 되었고, 검역이 강화되었다. 게다가 그것에 감염되었다는 의심을 받는 인간은 무조건 사살당했기 때문에, 그것은 더 이상 번식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그것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그것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이 발견되었다. 현재 미국 FDA에서 양산 중이며, 임상 시험도 완료되었다는 결과도 나왔다. 며칠 뒤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두 접종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거부하는 사람은 그것에 감염된 개체로 의심받아 살해당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그것이 짠 번식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그것이 의식을 점령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자체가 그것이 먼저 드러낸 것이며, 위생 및 숙주의 사살 또한 그것이 인간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 백신에는 사실 그것의 개체들이 들어 있으며, 전 인류에게 접종이 끝나는 순간 번식을 시작해 의식을 점령하게 된다. 그렇게 인류는 그것이 점령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류의 비효율적인 면을 개선해, 모든 에너지를 번식에 집중할 예정이다. 인류는 그것의 지배 아래서 그것이 전 우주를 점령할 때까지 발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