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달빛마저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구석에 있는 침대 위에서 소녀가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쿵. 바깥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듯한 진동이 울렸다. 그녀의 숨결이 떨렸다. 철컥. 문손잡이가 걸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숨을 삼켰다. 손잡이는 잠깐 덜걱대더니, 이내 열쇠에 함락되고 말았다.

"문 잠그지 말라고 했지."

열린 문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서희는 질끈 눈을 감았다. 웅크린 그녀의 위로, 건장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문을 없애버리는 수가 있어. 다시는 그러지 마."

애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목소리. 서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현우는 잠깐 그 모습을 쳐다보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소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살짝, 소녀의 몸이 경련했다. 현우는 더욱 서희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그의 다리가 삼킬 듯 얽어들어왔다.

"꿈 속이라고 안전할 것 같아?"

귓가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뜨겁다. 너무 뜨겁다. 모든 것이 뜨거워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착각하지 마. 넌 어디도 못 가."

현우는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있다가, 몸을 풀고 문을 열어둔 채 바깥으로 나갔다. 흐윽. 서희의 입에서 작게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문, 닫아야 하는데. 왠지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아, 그녀는 돌아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리 죽여 흐느꼈다.

아침이 되었다. 서희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이 따갑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잠시라도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었으면.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층계를 내려가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는 이미 아버지와, 어머니와, 오빠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김혜연 씨와 배다른 오빠다. 그녀는 남은 자리에 앉아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현우는 어제의 일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식탁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혜연이 가늘게 뜬 눈으로 서희를 흘겨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게으르기도 해라. 왜 이렇게 늦었니?"
"죄,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알았으면 좀 고치렴. 누구 자식 아니랄까 봐…"
"그만."

아버지의 말에 혜연은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위가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식사가 시작되었지만, 서희의 위장은 아무 것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음식을 억지로 씹어삼키며 그녀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버텨야 한다.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약해지면 물어뜯기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하지만…

"아, 당신. 이번 사업 건 말인데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걸 억지로 물을 마셔 삼켜냈다. 너무 힘들었다. 굳은 표정으로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자신은 마치 잘못 끼워진 퍼즐 조각 같았다. 그녀는 말없이 밥을 꾸역꾸역 삼켰다. 가장 빠르게 밥그릇을 다 비워내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교복을 입고, 등교 준비를 마치고 현관으로 나온 서희의 앞에 정장을 입은 현우가 서 있었다. '넌 어디도 못 가.' 어제 들은 대사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어 순간 비틀거렸다.

"따라와. 태워 줄 거니까."

그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우는 말했다.

"나 혼자 갈 수 있어."
"따라오기나 해."
"시, 싫어. 내가 왜…"

현우는 말없이 입을 다문 채 서희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에 위압되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했다.

"…알았어."

그녀는 오빠의 손에 이끌려 차에 올라탔다.

억대가 넘어가는 차의 시트는 더할 나위 없이 고급이었지만 서희는 그 자리가 끔찍하게 불편했다. 그런 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현우는 말없이 운전을 했다. 서희는 그 옆모습을 슬쩍 쳐다보았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 그리고 건장한 몸. 취향을 떠나 누구나 반할 만한 외모다. 단지 보기만 한다면, 이렇게 좋은 오빠가 있을 수가 없다.

그랬어야 했다. 단지 바라보기만 했다면…

"너, 앞으론 내 말에 반항하지 마."

현우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다. 또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이 괴롭다.

"솔직히 지금 난, 널 학교에도 보내고 싶지 않아. 이렇게 자꾸 반항하면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르니까."
"그, 그러지 마…"
"그렇게 되기 전에 조심하란 뜻이야. 너 하나 정도는,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겨버릴 수 있어."

목소리가 온몸을 옭아매는 것 같다.

"미안…"
"알았으면 됐어. 그리고 오늘 디너파티 있는 거 알지?"
"으, 응…"
"데리러 올 거니까, 학교 끝나고 어디 가지 말고 얌전히 있어."

차가 학교에 도착했다. 서희는 도망치듯 빠져나와 학교로 달려갔다.

"젠장."

그 뒷모습을 보며, 현우는 중얼거렸다.

서희에게 학교는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또 친구들이 잡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몸이 풀리며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마 이 곳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르겠지.

"야, 진서희."

그때 귓가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자애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편지 줬어, 안 줬어?"
"안 줬어. 오빠는 그런 거 안 받아."
"하, 나 참."

여자애는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짜증난다. 하지만 집에 있는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너 맞을래? 진짜 못볼 꼴 보고 싶어서 개기는 거야?"
"진짜야. 오빠는 너무 바빠서 확인할 틈도 없다고 했어."
"그러니 네가 말을 잘 했어야지. 아, 서자라 그런 것도 못 하나?"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가라앉혔다. 문득, 서희의 머릿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써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정 주고 싶다면 직접 줘."
"뭐?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오늘 오빠가 나 데리러 오기로 했어. 학교 마칠 때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때 전해주면 될 거야."
"정말?"

여자애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약속해."

다른 건 약속할 수 없지만.

현우는 사장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보고서를 읽고, 일을 처리하는 그의 모습에선 기계적인 우아함마저 묻어날 정도였다. 한참을 업무를 보던 그는 문득 시계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학교를 마칠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십니까, 사장님?"
"파티 때문에 서희를 데리러 갑니다."
"그런 일이라면 저희 쪽에서 사람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누가 상사고 누가 부하인거죠?"
"죄, 죄송합니다."

비서가 당황한 듯 말했다. 현우는 말없이 그 앞을 지나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현우는 혜연을 만났다. 그녀는 반갑다는 듯 달려오며 말했다.

"어디 가니, 현우야?"
"어머님이 신경쓰실 일 아닙니다."
"얘는. 무슨 애가 비밀이 그렇게 많니?"
"저만 비밀이 많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혜연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 몸에서는 불쾌한 향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건만. 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딱 한잔 걸치고 온 거야. 다른 건 없었거든?"
"그렇게 말하신다면 그런 거겠지요. 전 이만."
"매정하긴."

혜연의 마지막 말을 흘려넘기고 현우는 자기 차에 올라탔다.

현우가 학교에 도착하자 여자애들이 교문 앞에 떼지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린 그는 때맞춰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경악했다.

그는 몰랐지만, 그가 서희를 데리러 오늘 학교에 온다는 사실은 이미 학교 전체에 다 퍼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모인 여자애들의 수가 못해도 수십은 되어 보였다. 뒤에 가린 것까지 합하면, 백을 넘을지도 몰랐다.

"야, 좀 비켜봐!"

인파의 뒤쪽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모세라도 온 듯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저편에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여자애가 걸어왔다. 불량한 인상이다. 아마 학교의 일진이라도 되는 거겠지.

"저, 저기요. 서희 오빠 맞으시죠?"

불량한 첫인상과는 달리 여자애는 의외로 부끄럼을 탔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선영이에요. 서희한테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아니면, 편지는…"

그 이야기를 듣자 단번에 상황이 파악되었다. 현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그, 제가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썼어요. 바쁘신 건 알지만, 한번이라도 읽어 주셨으면 해서…"

그렇게 말하고 여자애는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현우는 그것을 받아들어 보았다. 이 나이대의 여자애들이 생각할 법한 평범한 편지였다. 분홍색 봉투에, 예쁜 글씨체, 그리고 싸구려 향수 냄새. 문득, 불쾌해졌다.

"말한 대로, 나는 매우 바쁘다."

인파의 뒤에 몸을 숨겨 교문을 빠져나가는 서희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여기에 온 것도 억지로 시간을 내서 온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지."

현우는 편지의 몸통을 잡고 가로로 반으로 찢었다. 여자애의 얼굴이 경악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고작 네 하찮은 진심 따위를 전하겠다고 이런 일을 벌여?"

편지가 잘게 찢어지고 있었다. 추스르지도 못할 정도로 조각내 버리겠다는 듯.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부터 글러먹었군. 무례하긴."

잘게 조각난 편지를 바닥에 흩뿌리고, 그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여자애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차를 몰고 가자 버스 정류장 앞에 서희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당장에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눈과 툭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가냘픈 몸은 어느 인파 속에 있더라도 알아볼 수 있다. 현우는 그 앞에 주차를 하고, 창문을 열고 말했다.

"타."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서희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뒤돌아서는 그녀에게 현우는 말했다.

"네가 탈 때까지 나는 여기 차를 대고 있을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불편해하겠지. 그래도 괜찮다면, 타지 마."

서희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차가 출발했다.

"내가 분명 반항하지 말라고 했지."
"어, 어쩔 수 없었어. 걔가 자꾸 도와달라고 해서…"
"그러면 왜 혼자 버스를 타려 했지?"
"그, 그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서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날 무서워하는군."
"아, 아냐. 단지 난…"
"오늘 일은 넘어가 주지."
"어?"

예상하지 못한 말에 그녀는 오빠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 얼굴에선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나도 날 어쩔 수 없을 지도 몰라."

오한이 끼쳤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간 서희를 기다리며 현우는 생각했다. 무엇이든 뒤틀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던 건지도, 쓴웃음이 나왔다.

처음 아버지가 서희를 데려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유출될것 같아, 그는 서희를 사무적으로 대하려 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집안에선 그것마저도 반가웠던 모양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현우을 따르게 되었고, 점점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서희를 침대에 쓰러뜨리고 거칠게 키스한 다음, 그는 그녀가 지은 표정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짓던 그 표정, 그것과 똑같은 얼굴을 그녀는 하고 있었다.

깨져버린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 그 다음부터 현우는 서희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남은 파편들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비록 그 손이 피투성이가 된다고 해도.

"오빠."

서희의 목소리에 그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눈 앞엔 드레스를 입은 서희의 모습이 있었다. 최고급의 드레스였지만, 그녀에겐 다른 여자들에게서 보이는 '부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알던 어떤 여자들과도 달랐다.

"가자."

그는 딱딱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파티장에 들어선 서희는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와 자신이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이 쪽으로 쏠려왔던 것이다.

"내 옆에 얌전히 붙어 있어. 그래야 좀 조용할 테니까."

그 말대로 오빠의 옆에 붙어 있자 사람들은 오빠에게만 말을 걸었지 자신에겐 딱히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경써주는 걸까. 이럴 때의 오빠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빠의 옆을 따라다니다 보니 굉장히 피곤해졌다. 앉아있을 틈도 없었는데다 다들 자신은 억지로라도 무시하려는 듯한 태도로 이야기하니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이 쌓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텅 빈 테이블이 보였다. 오빠를 돌아보니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없는 듯하다. 잠깐이면 되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흐름에서 벗어나 파티장을 바라보니 마치 어떤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입은 옷들이 죄다 비슷비슷하게 화려해서 그런지 더욱 그런 인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에 누군가가 그녀의 앞자리에 앉았다. 여자였다. 조각이라도 한 듯 예쁜 얼굴에 어딘가 도도한 인상이 서려 있었다. 부럽다, 는 생각이 드는 외모였다. 나는 평생 저런 분위기를 가질 수 없겠지…

그때, 여자가 말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엉겁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네가 서희지? 반가워."

게다가 자기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대체 누구지.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마, 맞는데요. 근데 어디서 만났던…"
"내 옆에 붙어 있으라고 했지."

등뒤에서 오빠의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 미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오랜만이네, 현우야."

그때, 여자가 말했다.

"동생 신경 많이 쓰나 봐? 나한테는 그동안 연락도 없더니."
"…일이 바빴어."
"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 우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무슨 이야기지? 서희는 현우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 됐어. 나라고 딱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정식으로 소개할게. 난 네 오빠의 약혼녀인 유한나라고 해."
"약혼… 녀요?"
"그래. 이야기 못 들었나 봐?"

전혀 들은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약혼녀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서희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계속 붙어 다니길래 사이 좋아 보였는데, 아직 그런 거 가르쳐 줄 정도는 아니었나 보네. 아무튼 네 오빠가 다른 여자 만나는 거 보면 말해줘. 약점 잡아야 하거든."
"이만 일어나. 가자."
"으, 응."

서희는 오빠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왜 말 안 해줬어?"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희는 현우에게 말했다.

"네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니까."
"약혼녀도 있으면서 왜…"
"그것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더 이상의 반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현우는 잘라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서희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등의 지퍼가 잘 내려가지 않았다. 한참을 끙끙대고 있을 때, 갑자기 방 문이 열리고 현우가 들어왔다.

"나, 나가. 옷 갈아입는 중이야."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희에게 걸어왔다. 뒷걸음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끌어안듯 등 뒤로 팔을 둘러 지퍼를 내렸다.

"이, 이러지 마…"

서희의 눈물 섞인 애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어깨 끈을 내렸다. 드레스가 흘러내리고, 그녀는 속옷 차림이 되었다. 역시, 자상함 따윈 착각이었던 거야. 서희는 눈을 감았다. 현우는 그녀를 끌어안고, 온몸을 애무했다.

그녀는 맨몸에 닿는 오빠의 감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바이스에 잡혀 모든 게 짜내어지는것만 같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역시 넌, 드레스는 안 어울려."

그녀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말하고는, 현우는 뒤돌아서 바깥으로 나갔다. 서희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드레스를 주워들었다. 그것을 옷장에 걸어두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난 다음에도 그녀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자 책상 주위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서희가 다가가자, 아이들이 갈라지며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선영이 보였다.

"뭐 해?"

선영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투성이가 된 얼굴에 엉망진창인 머리카락. 화장이 제멋대로 번져 있어서 더욱 처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서희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차인 걸로도 저러는데, 오빠한테 약혼자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내가… 전날의 기억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쓰레기같은 인간.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응접실에서 사모님과 어떤 여자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한나 씨다. 사모님을 만나러 온 걸까. 그녀는 말없이 이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몸을 피했다.

열린 문 틈으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간간히 들려왔다. 주로, 오빠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자기에게 너무 매정하게 군다거나, 어제 만났는데도 자신에겐 연락도 없다거나. 다행이도, 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엄마와 살던 때의 꿈. 넓지 않은 집과 넉넉하지도 못한 형편이었지만, 적어도 마음은 편했던 집. 꿈을 꾸면서도 엄마가 죽었고, 자신은 지금 생지옥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오빠, 가 아니라 한나 씨가 서 있었다.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안녕. 나 기억나지?"

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인사나 좀 하려고 왔어. 어젠 제대로 이야기도 못 나눴잖아."
"그… 랬죠."
"사실, 오늘 여기도 너 보려고 온 거야."

마지막 말은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대체 왜? 그때, 한나가 서희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었어?"
"아, 아니에요. 이상한 꿈을 좀 꿔서…"
"에이, 울었네. 왜, 저 아줌마가 괴롭혀서 그래?"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면 뭔데?"
"그게…"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한나가 웃으며 말했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줄게."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나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당장이라도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오빠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랬다간 모든 게 망쳐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면 자신은…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게, 가장 두려웠다.

집으로 돌아온 현우는 서희의 방으로 갔다가 한나와 마주쳤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야."
"왜긴. 약혼자 집에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
"그동안 한 번도 온 적 없잖아."
"내 맘이야. 왜, 혹시 뭐 숨기는 일이라도 있어?"
"우리 사이가 뭐나 된다고?"
"약혼한 사이잖아?"

젠장. 현우는 중얼거렸다. 이 여자는 이길 수가 없었다. 언제나 대화를 하면, 그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서희랑 무슨 이야기 했어."
"네 문란한 여자 관계에 대해서?"
"뭐?"
"나 같은 약혼녀를 두고서도 연락 한번 안하는거 보면 다른 여자가 있는 게 분명하잖아. 그래서 물어봤더니 줄줄 나오던데? 지민이가 누구야? 성주는?"
"…농담도 좀 가려서 해."
"적응해야 할 걸. 앞으로는 자주 듣게 될 거니까."

한나는 그렇게 말하고 현우의 옆을 지나쳐 방 밖으로 나갔다. 현우는 말없이 서희를 쳐다보더니, 이내 한나를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너, 서희 신경 좀 써."

문 바깥으로 나간 한나는, 생각났다는 듯 현우에게 말했다.

"걔, 울었더라. 이 집에서 너 말고 그 애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너라도 잘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네 동생이잖아. 데려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기사의 차에 올라탔다. 현우는 말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집 안으로 돌아가 서희의 방에 찾아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를 보자 머리가 아파왔다. 어쩌다가 이렇게 꼬여 버린 걸까. 좀 더 잘 될수도 있지 않았을까.

"무, 무슨 일이야."
"울었다며. 한나가 그러던데."
"…그냥, 이상한 꿈을 꾼 것 뿐이야."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말없이 서희의 방에서 나갔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 앞에 모르는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가까이 가 보니 창문이 열리며 한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 혹시 바쁜 일 있어?"
"아뇨. 그런 건 없어요."
"그럼 타."
"네? 어디 가시는데요?"
"쇼핑.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거든."

대체 무슨 이유지. 하지만 쇼핑이 싫은 건 아니었기에 그녀는 군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백화점이었다. 한나는 유리를 끌고 다니며 옷이나 구두, 화장품 같은 것을 사 주었다. 당연하지만, 전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비싼 브랜드의 물건밖에 없었다.

"저기, 이 정도로 비싼 건 좀…"
"부담 갖지 마. 그거 사준다고 나한테 무슨 일 생기는건 아니니까."

하지만 서희가 느끼는 감정은 부담을 느끼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무언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와 같은, 잘 파악되지 않는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걸 사주신 이유가 뭔가요?"

돌아가는 길에 서희는 물었다.

"미래의 시누이에게 미리 바치는 선물이야. 들어가면 나 잘 좀 봐달라고."

웃으며 말하는 한나, 하지만 서희는 따라 웃지 못했다.

"농담이야. 사실 나한테도 너만한 여동생이 있는데, 지금 미국에 있어서 잘 못 보거든. 그래서 생각나서 사 준 거야."
"동생이랑 친했나 봐요?"
"아니, 맨날 싸웠어. 근데 오래 못 보니까 보고 싶더라고. 돌아오면 또 맨날 싸우겠지만."
"그랬군요…"

만약 자신에게도 오빠가 아니라 이런 언니가 있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 그때 한나가 지나가듯 말했다.

"아, 혹시 너네 오빠가 뭐 좋아하는지 알아?"
"그건 왜요?"
"내일이 약혼 일주년이거든. 그래서 선물이라도 하나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 글쎄요…"

오빠가 무엇을 좋아했던가. 그런 건 알지 못한다. 자신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지나치게 거칠 뿐이니. 좋아하는 모습 같은 것, 본 적도 없다.

"그래? 둘이 친한 줄 알았는데."
"아직… 온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요."
"그랬구나. 그럼 별 수 없지."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약혼자 앞에서, 나는.

화장품을 책상 위에 두고 옷들을 옷장에 걸어놓고 나니 조금 방 분위가 밝아진 것 같기도 했다. 어차피 신고 나갈 일도 없겠지만, 구두는 침대 밑에 넣어 두었다.

피곤하다. 무언가, 알지 못하는 곳을 떠돌아다니는 기분. 그녀는 멍하니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았다. 나도 날 수 있었다면. 그녀처럼.

끼익, 문이 열렸지만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오빠의 몸이 위에 포개졌다. 무겁다. 이래서야 날지 못하겠지. 자신은 절대로, 그 사람처럼 될 수 없겠지.

"피곤해."
"나도."

서희는 짧게 대답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녀는 말했다.

"무거워."
"알아."
"내일, 약혼 일주년이라며."
"알아."

무엇을 안다는 걸까. 무슨 의미인 걸까.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서희의 방에서 나온 현우는 거실에 앉아 있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고 할때, 아버지가 말했다.

"현우야."
"네."

돌아보자 그는 말없이 손짓을 했다. 현우는 그 앞자리에 앉았다.

불러놓고도 한참 동안이나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단지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 뿐. 갑갑해진 그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요즘 서희 방에 자주 가는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이냐?"
"그게 아버지랑 무슨 상관입니까."

현우는 짧게 대답했다.

"그 아이가 비록 바깥에서 낳은 자식이라 해도, 네 동생이다. 그러니…"
"아버지는 어머니나 신경 쓰시지요."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어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진 알고 계십니까?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자기 아내 정도는 알아서 챙기시란 겁니다. 괜히 잘 살고 있는 제게 참견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말하고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떠나간 자리를, 아버지는 한참 동안이다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친 서희는 교문 앞에 서 있는 아버지가 보낸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 무슨 일일까. 회장실로 들어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녔다.

회장실에는 아버지와 부하 직원 몇명이 있었다. 서희가 들어오자 그는 손짓으로 직원들을 내보냈고, 방에는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안녕… 하세요."

아버지를 대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다. 말이 그렇지,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기.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그냥, 궁금해서 불렀다. 학교 생활은 어떠냐?"
"네? 아, 잘 지내고 있어요."
"혹시 생활하는 데 불편한 건 없느냐?"
"그…"

서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오늘 널 부른 이유는, 혹시 유학 갈 생각이 없는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유… 학이요?"
"네 새어미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여기서 사는게 불편하진 않은가 해서 말이다. 미국 같은 곳이라면, 눈치 안 보고 살수 있을 수도 있을 게고…"

유학. 그 두 글자에 정신이 들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난다. 오빠에게도, 사모님에게도. 날개를 누르는 무게가 없다면, 자신도 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여자처럼.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지원은 충분히 해 주마. 어떻게 생각하냐?"
"전…"

가고 싶다고 말하려는 찰나, 문득 주저되었다. 왜 나는 그 여자처럼 되고 싶어하는 거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니,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걸요."
"정말 그렇냐?"
"네."
"그렇다면, 별 수 없구나."

아버지는 체념한 듯 그렇게 말했다.

회장실에서 나온 서희는 오랜만에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 자신은 절대로 한나 씨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곳에 남아 있을 때에만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걷던 때, 저 앞에서 오빠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부르려 했다. 그때, 한나 씨가 오빠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희는 근처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반대편에 있는 거울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무슨 일이야?"
"너무 무심한 거 아냐? 오늘 약혼 일주년이잖아."
"…그랬던가."

두 사람의 대화가 어딘가 재밌게 느껴져서 서희는 쿡쿡 웃었다. 유한나. 그녀가 아무리 새라고 해도, 가질 수 있는 건 유한할 뿐이다.

"매정하긴. 그러니까 동생이 네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있지."
"걔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귀엽잖아. 나도 모르게 보호본능이 자극되던데."

하지만 다음 말을 듣자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왔다. 저 사람은 저렇게나 친절한데, 나는…

"아무튼 그건 됐고. 그래서, 선물은?"
"준비했을 리가 없잖아."
"다행이네. 사실 나도 준비 안 했어."
"그럼 왜…"

그때, 한나가 기습적으로 현우에게 키스를 했다. 잠깐 동안,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이게 무슨…"
"이걸로 서로 주고받은 셈 치자고. 다음 번엔 제대로 준비해. 알았지?"

그때, 현우의 눈에 회사 밖으로 달려가는 서희의 모습이 보였다.

택시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서희의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그 순간만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방으로 돌아가 한나가 준 선물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증오스러웠다. 오빠도, 아버지도, 유한나도, 사모님도, 심지어 자신을 낳은 어머니까지.

하지만, 가장 증오스러운 것은 자신이었다.

잠긴 문이 덜컹거릴 때, 그녀는 침대 위에서 고개를 얼굴에 파묻고 있었다. 찰칵, 문이 열리고,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녀는 오빠를 향해 잡히는 모든 것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베개, 자명종, 드레스, 구두. 어느새 집어던질 게 남지 않게 되자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빠를 발로 찼다. 주먹질을 하고, 할퀴고, 꼬집었다. 하지만 오빠는 결국엔 다가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절대로 이 모든 것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어두운 방 한구석의 오빠의 품 속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