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와 성아

성아는 아침 일곱 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완연했고 화장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는 현수를 확인하고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현수는 잠에서 깨어 티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성아를 지나쳐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양치를 시작했다.
"나 왔어."
"응."
입에 물고 있는 칫솔 때문에 현수의 대답은 "웅" 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욕실 안에서 치약을 뱉고 입을 헹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아는 한숨을 쉬고 쇼파 위에 드러누웠다.
현수가 욕실에서 나와 멍한 눈으로 성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쇼파 앞에 앉아서 같이 티비를 보았다. 티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중요한 일도, 중요하지 않은 일도, 그들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전화, 안 했더라."
"응."
"걱정 안 됐어?"
"응."
"남자친구랑 있었는데."
"응."
"뭐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응."
계속되는 성아의 질문에, 현수는 무성의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성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수를 내려다보며 소리질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오빠는 내가 밤늦게 나가 뭘 해도 아무 생각도 안 들어? 한때는 그렇게나…"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서 성아는 말을 멈추었다. 현수의 손바닥이 벽을 치는 소리였다. 어느샌가 그의 얼굴이 성아의 얼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현수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의 눈가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잠깐, 그 틈새로 어떤 감정이 새어나오려다, 막혔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오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득 생각나서 써본 엽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