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와 나나미

윤서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느낌 정도였다가, 어느 순간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나나미는 윤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 그래? 그녀의 목소리에, 윤서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며 말했다. 나나미는, 이제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나나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러자 윤서는 봐, 싫어하는 거 맞잖아. 라고 말하고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나나미는 왜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야? 울음을 그친 윤서가 말했다. 나나미는 짧게 그만, 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윤서는 계속해서 말했다. 가슴이 작아서 그래? 아니면 맛없는 요리가 싫은 거야? 바꾼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 화장이 이상해? 맨날 이상한 음악만 들어서 그래? 내가 보고 싶은 티비 프로그램만 봐서 그래? 말해줘. 뭐든지 고칠게. 아, 눈가에 주름이 늘어서 그래? 아니면 혹시…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 말 좀 해봐, 나나미! 그렇게 외치고 그녀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나미는 떠나는 거야, 맞지? 나나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웅크린 채 흐느끼고 있던 윤서가 말했다. 나나미는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그렇게 말해놓고 떠나버릴 거, 다 알아. 나나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쉬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윤서가 식칼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나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죽어버리는 게 나아. 그렇게 말하고 윤서는 식칼의 날끝을 자기 목으로 돌렸다. 나나미는 그녀에게 다가가, 후들거리는 손을 감쌌다.

그만! 윤서는 나나미를 밀쳐냈다. 나나미의 몸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윤서는 그 위로 올라타, 식칼을 나나미의 목에 갖다 대었다. 식칼을 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나나미는 싫어. 윤서는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지금 같이 죽어버리자. 나나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표정도 하지 않은 채 윤서를 쳐다볼 뿐이었다. 나나미… 윤서는 그렇게 말하고는 식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나미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나나미의 가슴팍이 젖어들었다. 어떤 단어를 말해야 할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윤서를 끌어안고 같이 우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