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eeling lucky

김샤유는 오늘도 혼자서 길을 걷고 있었다. 문득 다리가 아팠던 그녀는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오늘 매우 기분이 나빴는데, 왜냐면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을 망쳤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공부했던 부분과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나왔는데, 문제는 시험이 무지 쉬웠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시험을 망쳤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험을 잘 쳤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매우 큰 불만이었다.
김샤유는 스트레스나 풀자고 생각하며 play 스토어에 들어갔다. 어디 스트레스 풀 만한 어플이 없나 그녀는 게임 카테고리를 뒤적거렸다. 하지만 대부분은 해본 게임들이었고, 다른 할 만한 게임은 거의 다 유료 어플이었다.
아무래도 여긴 영 아닌 것 같다 싶어 그녀는 다른 카테고리로 눈을 돌렸다. 카테고리 목록을 쭉 내리던 그녀의 눈에 문득 ‘라이프스타일’이란 글씨가 들어왔다. 흥미롭겠다 싶어 그녀는 그곳을 눌렀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곳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애무의 정석’, ‘삽입의 기술’, 혹은 ‘오디오성경’ 등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무료어플은 대부분 재미없는 것들이었고. 김샤유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무생각 없이 화면을 내렸다.
그러다 그녀는 화면을 잘못 눌러 어떤 어플을 고르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젠장’ 하는 소리가 나왔다. 보나마나 별 거 아니겠지 싶어서 화면이 로딩 되는 동안 그녀는 뒤로 키를 눌러 다시 목록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버튼 인식이 다 되지 않았고, 어플의 이름이 떴다.
그 어플의 이름은 ‘I'm feeling lucky'였다. 검색 엔진의 기능이 떠오르는 어플이었지만 제조사의 이름은 별 관련이 없었다. 아무튼 순간 호기심이 생긴 김샤유는 어플 다운을 눌렀다.
어플을 실행하자 하얀 바탕에 ‘I'm feeling lucky!'라는 글씨가 하나 떴다. 그녀는 잠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이게 끝인가. 그녀는 홈 버튼을 누르고 어플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그때 커피가 나왔고, 그걸 받으러 가는 사이에 그녀는 어플에 대해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그녀가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앞을 보지 않고 휴대폰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학교로 가고 있었다. 한창 키배가 벌어지고 있던 터라 그녀는 거의 주위를 신경 쓰지 않는 상태였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에 메시지가 떴다.
‘발밑을 보세요.’
갑자기 이런 메시지가 뜬 것에 의아했지만, 그녀는 발을 들어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1만원짜리 지폐가 있었다. 인터넷만 하다가는 지나쳤을 터였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 메시지가 어디에서 왔나 싶어 홈 키를 꾹 눌러 히스토리를 확인해 보자 I'm feeling lucky 어플이 실행되었던 기록이 보였다. 이거 쓸 만한데? 라고 김샤유는 생각했다.
다음 날은 휴일이었기에 김샤유는 오랜만에 서울로 나갔다. 그녀는 예전부터 구하고 싶던 절판된 책이 많았는데, 딱 한 권이 정말 찾기 힘들었다. 그 책을 찾기 위해 안 돌아다닌 서점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서점을 찾아보았다. 혹시 어딘가 자신이 돌아다니지 못한 서점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나가는 역마다 있는 서점은 전부 다 가본 곳이었고, 그 때문에 그녀는 우울했다. 헌책방이라도 뒤져야 하나. 하지만 헌책을 구하기는 싫은데. 김샤유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며 메시지가 떴다. 화면에는 역과 좀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서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여기 있어요!’ 라는 메시지가 떴다. 조금 소름 돋기도 했지만, 김샤유는 일단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메시지의 도움을 받아 서점에 도착하고, 그녀는 주인에게 책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주인은, 마침 한 권을 반품할 예정이었는데 잘되었다고 말하며 책을 건넸다. 그녀는 그렇게 그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정말 자신이 운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어플을 가르쳐줄까 했지만, 그러다 이런 행운은 자신만 가지는 게 좋겠다고, 김샤유는 생각했다.
이후에도 I'm feeling lucky 어플은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공부할 때나, 쇼핑할 때나, 심지어 인터넷에서 키보드 배틀을 할 때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주는 일까지 했다. 정말 신기한 어플이었다. 마치 휴대폰이 살아서 그녀의 주변 정보를 취합해서 최선의 루트를 찾아주는 것 같았다.
특히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졸업이 가까워오는지라 그녀도 토익 점수를 신경 썼는데, 책을 펴놓고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있으면 어떠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휴대폰이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말고사 날이었다. 김샤유는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로 강의실에 들어갔다. I'm feeling lucky가 어느 부분에서 시험이 나올지 전부 다 가르쳐줬기 때문이었다. 저번처럼 전혀 다른 부분을 공부하다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시험지가 배부되었고, 문제를 본 김샤유는 쾌재를 질렀다. 거의 다 그녀가 아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신들린 듯 답안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렇게 문제 풀이가 막바지에 다다라갈 때였다, 공부한 것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며 끙끙대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의 메시지음이 울렸다. 실수로 휴대폰을 꺼두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려 했다. 하지만 운 나쁘게, 그 순간 그녀의 옆을 교수가 지나가고 있었다.
김샤유는 교수에게 사정을 설명하려 했으나, 교수는 우선 휴대폰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I'm feeling lucky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 내용은 ‘6번 문제는 회로를 병렬연결 두 개로 단순화시켜서 풀면 돼요.’ 였다.
그리고 그녀는 F를 받았다.


시험칠 땐 휴대폰을 꺼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