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냥

거리에는, 사냥감들이, 많다.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사냥감,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는 사냥감,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사냥감.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사냥감일 뿐이다─────
─────후우, 참아야지. 넓은 곳에서 사냥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사냥감들은 쓸데없는 데서 협력심이 강하기 때문에. 고작 열 명을 상대라면 내가 강하지만, 여러 명을 상대한다면 이 나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나는 사냥감을 기다릴 위치를 탐색했다. 나이프가 덜컥거린다. 참아야지. 곧 있으면 너에게 피를 듬뿍 먹여 줄 거니까. 어두운 골목이 좋다.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주위에는 호텔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성욕은, 두려움을, 앞서는 법이니까.
최근에는 사냥이 조금, 힘들어졌다. 신문이란 걸 보니 나랑 비슷한 놈이 하나 더 있는 모양이다. 온 몸의 피를 빨아낸다고. 무슨 흡혈귀도 아니고. 게다가 그 놈은 초보다. 들키는 놈이 어설픈 것이다. 아무튼 골치 아프게 되었다. 나의 유일한 취미가 사라질 위기이니까.
밤은 깊어지고, 사람은 줄어든다. 사냥하기 좋은 시간이다. 마침 저쪽에서 사냥감들이 걸어온다. 남자 셋, 여자 둘. 교복 위에 노스페이스 잠바. 이런이런,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지. 그들이 지나가고, 나는 그들의 뒤를 밟는다. 가장 뒤에 걷는 놈에게 다가가, 입을 막고, 목을 긋는다.
시체를 처리할 시간 따위는 없다. 놈을 내려놓자 털썩 소리가 들린다. 사냥감들이 뒤를 돌아본다.
“뭐야?”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쓰러진 놈을 내려다본다. 표정이 바뀐다. 상황을 알아챈 모양이다. 이제, 사냥의 시간이다────
“이 자식!”
놈이 주먹을 휘두른다. 이런이런,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덤벼야지. 몸을 돌려 팔을 베어내고 그대로 턱 아래에 나이프를 박는다.
───────피가 솟아오른다.
나이프의 날이 떨린다. 하하. 피를 더 먹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놈들은 이제야 상황을 알아챈 모양이다. 두려움에 떠는 눈빛, 내가 제일 좋아하는 눈빛이다. 사냥감들 중 하나가 도망치기 시작한다. 슬슬 재미있어지려고 한다. 그럼, 시작해 볼까.

시체를 해체해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나는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피 묻은 옷가지는 거리 곳곳에 숨겨둔 은신처에서 불태웠다. 이 구역이 나의 사냥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애초에 내가 사냥하는 걸 본 사람은, 모두 죽었으니.
그런데, 내 영역을 침범한 놈은 어떤 놈일까. 어제도 또 하나가 죽었다. 온 몸에 피가 빨린 채로. 분노가 치밀었다. 나의 사냥감이 줄어들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
─────사냥꾼은, 한 명이어야 한다.
놈의 동선을 파악했다. 놈의 사냥은 지극히 제한적인 구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놈의 사냥이 이루어진 구역을 점으로 찍어두면 원형이 나왔다. 마치 중심지에서 식사를 하러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오는 것만 같았다. 놈의 집이 어딘지, 대충 판명 되었다. 그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아마, 불법침입일 것이다. 과연, 사냥꾼다운 처사다. 나도 사냥감의 집에서 살아가니까.
어쨌거나 목표가 확실히 판명되었다.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다. 오늘은, 사냥꾼을 사냥하는 날이다.

놈의 집 옆의 골목에서 기다렸다. 놈은 밤에 사냥을 나갈 것이다. 그러기에 낮부터 기다렸다. 당장에라도 놈의 집으로 쳐들어가서 목을 따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사냥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은 지루했다. 그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놈을 사냥할지 수백번이 넘는 패턴을 그렸다. 그것들 중 마음에 드는 패턴은, 그 놈을 보는 순간 결정될 것이다─
─────놈이 나왔다.
가로등까지 의미를 잃을 정도로 어두워진 밤이었다. 희미한 달빛 너머, 놈의 실루엣만이 보인다. 무언가, 긴 걸 들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
장검?
장검이라니. 순간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일 줄이야. 과연, 이래야 사냥꾼답다. 정말, 최고로 재미있는 사냥이 될 것 같다.
뼈(骨)가 삐걱대고 혈류(血流)가 가속(加速)한다──────
하지만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떻게, 놈은 살인을 저지르나? 그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 했다. 저 정도의 사냥꾼이라면, 어떤 식으로 살인하는지, 그것 또한 예술일 것이다.
나는 놈의 뒤를 따라갔다. 이상하게도 놈의 주변은 어두웠다. 놈의 주변에서는, 가로등은 정말 그 의미를 잃었다. 놈은 그저 어떤 패턴도 보이지 않은 채 주변을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러다, 놈의 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숨을 죽였다. 어떻게 놈이 사냥감을 죽이는지 보고 싶었다.
검은, 장검의 실루엣이 사람에게 다가간다. 가로등 아래 키스를 나누고 있는 연인이다. 놈은, 그 옆으로 갔다. 침이 넘어갔다.
놈이 검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을 꿰뚫었다.
그 순간, 가로등 아래 놈의 얼굴이 드러났다. 순간, 헉, 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긴 금발 아래 드러나 있는 새하얗고, 창백한 얼굴은. 내가 본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그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아니, 그녀는 사냥꾼(Hunter)이 아니었다. 그녀는,
───────────포식자(Eater)였다.
인간의 위에 있으면서, 인간을 잡아먹는 포식자. 식사를 할 때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나에게 살인이 취미라면, 그녀에게 살인은 생활이다.
이것, 정말───── 재미있을 것 같잖아!
나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앞뒤 볼 것이 없었다. 포식자를 사냥하는 사냥꾼이라니, 이렇게나 재미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나. 정확히 그녀의 경동맥을 겨누고 나이프를 휘둘렀다. 당연한 일이지만, 피했다. 이 정도는 예상했던 것이었다. 나는 몸을 돌려 나이프를 고쳐 잡았다. 그녀는 장검을 뽑아냈다. 신기하게도, 그 장검은 피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나는 다시 달려들었다. 각목을 든 상대는 있었지만, 장검을 든 상대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검이 찔러 들어온다. 나이프로 걷어내고 나서 그대로 파고들어가 왼쪽 가슴을 찌르고, 돌렸다. 깔끔하고, 완벽했다. 이견의 여지없는 내 승리였다.
의외로 간단하게 끝난 점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전투가 싱겁게 끝났기에 나는 다소 허탈함도 느꼈다. 포식자라는 게 이 정도인가? 나는 나이프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에 피가 묻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가슴을 찔러 들어왔다.
눈치 챌 새도 없었다. 그녀는 어느 새인가 움직여, 내 앞에서 장검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빨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빨려나간다. 힘이 빠져나간다. 피가 없는 살인의 진상이란 이런 것이었던가. 싫다. 이런 식으로 끝내는 건 싫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나이프를 휘둘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필사적으로 나이프를 휘둘렀고, 그것이 장검에 닿았다. 검날이 잘리고, 나는 쓰러지고, 그녀는 뒤를 돌아 달려갔다.
흐려지는 의식 너머에서, 잘린 장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걸 본 것 같았다.

눈을 뜨자 여전히 그 골목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에는 피가 사라진 연인의 시체가 그대로 있었다. 몸을 피해야만 했다. 잘못했다간 내가 이 인간들을 죽였다고 착각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 사태는 사절이다.
───────가슴이, 욱신거린다.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칼날이 잘리고, 그녀가 도망갔던 것 까진 기억났다. 그런데, 어딘가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칼날은 없고, 가슴에 상처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순간, 타오르는 것처럼 목이 말라왔다.
이상할 정도로 목이 말랐다. 무언가, 무언가를 갈구하는 느낌이었다. 몸이 무언가, 마실 수 있는 것을 격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이 감정은, 사냥을 하기 전에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위험하다. 대낮은 위험하다.
은신처로 돌아가야 했다. 이러다가 대낮에, 길거리에서 사냥을 하는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만은, 사절이다. 경찰에 잡히는 건 원하지 않는다.
가슴의 통증은 계속해서 심해진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심해진다. 멈추면 그대로다. 다시 돌아가면 통증이 약해진다.
가슴이 덜걱거린다. ──────뭔가, 들어있는 것, 같다. 마치, 심장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려 하는 것만 같다.
──────순간, 영감처럼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지금 내 가슴 속에 그 칼날이 있다면, 그 칼날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마치 인력처럼, 잘려나간 칼날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칼날이 서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슴의 통증도 이해가 된다. 그 칼날에 가까이 갈수록 인력이 강해져 서로 끌어당기고, 그로 인해 통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순간, 아주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이 통증을 따라가면 된다. 이 가슴의 통증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나오는 것이다. 통증이 극도로 강해지는 곳에서, 그녀는 잘려나간 장검을 든 채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그녀를 놓쳤다고, 다시는 그녀를 사냥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멋진 기회가 생겼다니.
계속해서 목이 타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도, 이 칼날 때문에 그녀처럼 포식자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는, 포식자 사냥꾼이다. 포식자의 머리 위에 있는, 정점의 공포라는 것이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점의 공포, 모든 생명체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존재.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모두 잡아먹혀버린 주택가에서, 아무도 내 웃음소리를 듣는 사람은 없었다.
상관없었다. 하지만 우선 그녀를 사냥하기 전에, 그녀를 죽일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문득 내 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를 죽일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내 몸으로 알아내면 될 것이다.
즐거워졌다.


큭,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