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

배가 불러오고 있는 나비(고양이. 3세)를 보고 나는 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자식을 만들기 위한 대리모로 나비를 입양하고 난 후, 나는 문득 그 고양이에게 사정하는 게 옳은가 하는 고민을 좀 했다.

어째서인지 여자가 사라져버린 세상이었기에 자식을 남기기 위해서는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동물과 하는 것은 좀 아니다 싶었다. 뇌내 한구석에 걸려있는 윤리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그 고민 때문에 나는 나비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동안 나비는 꽤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그게 문제였다.

나는 결국 종족보전을 위해서는 이런 일이라도 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고양이의 뱃속에다 사정하는 건 그렇게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별로 좋았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비는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사실 저 고양이의 뱃속의 아기가 내 아기가 아니라 길고양이의 아기는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나비가 다른 고양이와 다니는 걸 본 것 같기도 했다. 만약 그 동안 다른 수컷 고양이와 붙어먹은 건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제대로 관리했어야 했다. 문득 지난날 나비를 풀어둔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저 아이가 내 아이인지 다른 고양이의 새끼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 되려나? 하지만 어릴 때는 큰 차이가 없다고 알았다. 그럼, 나는 어쩌면 좋지? 낙태를 시키려면 최대한 빨리 시켜야 할 것인데, 혹시 저게 내 아이라면?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종족보전 같은 건 무시하고 사는 건데.

여자가 사라져도 여자 문제는 여전히 골치 아픈 것 같다.


나도 미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