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독신남 K는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는 날이 제일 싫었다. 그는 매번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신용카드는 그의 절제력을 약하게 했다. 그것을 깨달은 그는 이번 달 청구서만 받고 그것을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카드 청구서가 오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우편함에 카드 청구서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던 그는 집 앞으로 갔다. 그리고 집 앞에서 어떤 소녀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귀여운 소녀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자신의 집 앞에 이런 소녀가 있는 것일까? 그게 궁금했던 K는 소녀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소녀가 K를 보고는 말했다.

“와, K씨 맞으시죠?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번 달 고객님이 결제하신 카드 내역은….”

그렇게 소녀는 K가 결제한 물건들과 그 가격을 쭉 읊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K는 영문을 몰랐으나, 일단 바닥에 떨어져있는 카드 청구서를 주워서 들어갔다.

TV를 보던 K는 자신이 쓰고 있는 S사의 카드 청구서가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광고를 보았다.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이런 청구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친근하기는 무슨. 하지만 K는 카드를 해지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다음 달 카드 청구서가 오는 날이 왔다. 이번에도 우편함에는 카드 청구서가 없었다. 집 앞으로 가니 이번에는 웬 아가씨가 한명 서 있었다. K가 좋아하던 아이돌과 꽤 닮은 외모였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번 달 결제하신 내역은….”

그러고 나서 그 여자는 펑 하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대신 카드 청구서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결제 내역이 길어서 여자가 있던 시간도 조금 길었다. K는 왠지 그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K는 무의식적으로 카드를 더 많이 쓰게 되었다. 어떤 결제도 다 카드로 하려 했으며,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외식을 할 때도 자신의 카드를 이용해 결제했다. 그리고 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는 날이 되었다. 이번에도 또 다른 매력적인 여성이 한명 있었다. 물론, 그 여성은 저번보다 훨씬 더 오래 있었다.

이후 K는 카드 중독자가 되었다. 여기저기에 카드를 사용했고 월급의 대부분을 카드 청구서에 쓰고 있었다. 하지만 K는 카드 청구서가 오는 날만을 기대했다. K가 사용하는 금액이 많아질수록 카드 청구서는 갈수록 더 발전했다. K에게 애교를 떨거나 일부러 말하는 걸 실수해서 다시 말하는 등 좀 더 K의 마음을 끌었다.

K 외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독신 남자들이 S카드를 사용했다. S카드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S카드를 사용했고. 집 앞에서 카드 청구서와 대화하는 독신남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것이 되었다.

얼마 후 은근슬쩍 카드 청구서에 ‘청구서비’라는 항목이 신설되었지만 고객들은 딱히 개의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