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를 만드는 사람들

대마법사 왈도의 손에는 왕의 인장이 찍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잠시 그 종이를 들여다보고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찡그렸다. 왈도는 한숨을 쉬고는 왕실 마법사의 탑에 있는 모든 마법사들을 불러 모았다.

“무슨 일입니까, 왈도님?”

마법사 수십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구를 방해받은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왈도는 그들 앞에 그가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왕께서 명령을 내리셨네, 메카를 만들라고.”

“네? 메카라고요?”

마법사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메카라는 게 이족보행 메카 맞죠? 그런 건 전투에 별 쓸모가 없을 텐데요?”

왈도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그거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부터가 확실하지 않지 않습니까. 이론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그런 건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들라는데 어쩌겠나.”

“저번에 휴대용 대포를 만들라는 것도 그렇고, 말하는 마차를 만들라는 것도 그렇고,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요구만 하시지 않습니까? 도대체 마법사들이 짜내기만 하면 뭐든지 나오는 줄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 왔지 않은가.”

그러자 마법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잠도 못 자고 일에 매달려야 했던 그 때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왈도는 그들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아무튼 오늘부터 하던 일 멈추고 당장 이족보행 메카 만들기를 시작하게. 알겠나?”

그동안의 기술 축적으로 마나 저장구나 그 마나를 이용해서 기계를 움직이는 매커니즘은 대부분 정립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 차원이 달랐다. 그러기에 마법사들은 밤을 새어 가며 연구를 해야 했다.

우선은 작은 모델부터 시작이었다. 무게를 견디기 위해 재질은 금속이어야 했고 다리는 두꺼워야 했다. 메카의 움직임은 섬세한 만큼 마나 소모가 심했기에 큰 마나 저장구를 넣어야 했고 그러려면 또 몸통이 커져야 했다. 회로 또한 문제였다. 마나 소모가 심하고 움직임이 다분화되는 만큼 많은 회로가 설치되어야 했고, 그것 때문에 또 팔이 두꺼워져야 했다. 회로가 얇으면 마나 손실률이 높아져서 마나 저장구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정보를 새겨 넣어야 하는 머리 또한 문제였다. 수많은 주문서를 새기니 머리가 계속해서 커졌다. 그 머리를 감당하기 위해 또 몸통을 키워야 하고, 그 몸통을 감당하기 위해 또 다리를 두껍게 해야 하고.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또 양팔을 키우는 양성 피드백이 계속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높이는 3미터 정도였는데 머리는 크고 몸은 두껍고 다리도 두꺼워서 영 멋이 없었다. 하지만 시험 가동을 해보니 움직이긴 하기에 일단 왈도는 왕에게 보고를 했다. 그러자 왕이 마법사의 탑으로 찾아왔다.

“야! 왈도! 그래서 메카는 어디 있는 건데?”

왕은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탑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왈도는 왕을 보며 문득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열한 살 밖에 안 된 소녀가 여러 사람들에게 휘둘리며 왕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왈도 본인은 정치와 별 상관이 없었기에 그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증오가 전부 왕에게 돌려지는 건 좀 슬픈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왈도는 왕이 옆구리에 끼고 있는 책을 보았다. 자신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젊은 마법사들이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을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그 표지에는 굉장히 날렵하게 생긴 이족보행 메카가 그러져 있었다. 그것을 보자 문득 왈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이게 뭐야!”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메카 앞에서 왕은 왈도에게 소리 질렀다.

“왜 그러십니까?”

“뭐야 이거! 뚱뚱하고 못생겼고 느려 터졌잖아! 무슨 골렘도 아니고.”

실제로 그러긴 했다. 아직 기술이 떨어져서 크기만 크고 한 걸음 내딛는 것도 힘들긴 했다. 그래도 그걸 직접 지적받으니 좀 슬펐다.

“아 저, 이건 아직 시범 형태라 그럽니다.”

“아 됐어! 모르겠고, 이렇게 만들란 말야, 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왕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그에게 내보였다. 그것을 보고, 왈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메카는 다리는 가늘었고 몸 또한 가늘었다. 그에 비해 어께는 넓었고 머리도 작지 않았다. 팔은 가늘었고 손가락은 마치 인간의 손가락처럼 분화되어 있었는데 그 손에는 긴 장검을 들고 있었다. 저 팔로 저 검을 휘두른다고? 무슨 농담 같은 모습이었다. 하늘에서 전설의 마법사 빅비가 내려와도 저건 만들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왕의 눈은 진지했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만들 수가 없는데….”

“아, 몰라. 아무튼 꼭 만들어!”

“저 돈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건 도저히 불가능한 형태라니까요….”

“너, 내 명령을 어기는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젠장, 이렇게까지 나오면 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소드마스터 하나는 이기고 생각해 보게.”

“차라리 빌어먹을 신들에게 기도를 하는 편이 훨씬 낫겠군요.”

왈도는 문득 머릿속에 신관 리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조신 위래가 세상을 만들었다는 그들의 신화를 과학자의 탑 모두가 비웃었지만, 문득 왈도는 차라리 위래한테 기도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딱한 수가 없었다.

“아무튼 방법은 새로운 재료뿐일세, 연금술사들을 불러 모으게나. 전설의 금속 미스릴에 버금가는 새 금속이 필요하겠어.”

그렇게 전국의 연금술사들이 다 모였다. 마법사의 탑은 연기와 냄새로 가득 찼다. 마법사들은 불평했지만 별 수 없었다. 매일같이 금속들과 자료들 음식 등등이 마법사의 탑으로 모여들었고 실패작들이 바깥으로 나갔다. 마법사와 연금술사들 사이에서는 그들 중 어느 학문이 더 뛰어난가에 대해 자주 토론이 일어났고 싸움도 빈번했다. 그런 사람들 사이를 중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수많은 금속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금속들은 기존의 금속들보다 더 가벼우면서 강한 금속들이었다. 새로운 금속의 개발과 함께 마력 저장구 또한 소형화되면서 많은 마력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회로들 또한 가늘어지면서 집적도가 높아졌다. 주문서 또한 한 단어에 여러 의미를 넣을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었다. 새로운 주문 또한 많이 만들어졌다.

마법사의 탑에서 온갖 인력들을 끌고 갔기 때문에 백성들은 불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탑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의 증언을 듣고 그들은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을 동정했다. 그들 사이로 유행처럼 새로운 언어가 퍼져나갔는데 법갈이라는 말이었다. 마법사들이 갈릴 정도로 혹사당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것을 보며 고민하는 왈도에게 연금술사들의 지도자 레아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왈도 씨.”

본래는 꽃보다 아름다운 레아였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 동안의 혹사로 인해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제안이 있어서요. 왈도님도 솔직히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지 않나요?”

“그렇긴 합니다. 혹시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요?”

“네. 들어와요, 여보.”

그렇게 말하자 문을 통해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왈도 님.”

헤론은 유명한 건축가였다. 궁내의 많은 유명 건물들을 그가 디자인했다. 왈도도 그런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건축가가 무슨 일로? 그러다 문득, 왈도는 이들이 할 제안이 뭔지 깨달았다.

궁의 넓은 공터에 무언가 흰 천으로 덮인 크고 높은 물건이 있었다. 그리고 왕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지, 왈도?”

“걱정 마십시오, 폐하.”

그렇게 말하며 왈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그의 주위에 있었다. 그들은 지금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 중심에 유명한 인형극 지휘자 도스가 있었다. 왈도와 도스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퀭한 눈에는 엄청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흰 천이 걷혔다. 그리고 메카의 모습이 드러났다. 왈도 본인이 보기에도 매우 멋진 메카였다. 그러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 있었고 그 왕이 끼고 있던 책의 표지에 나온 모습도 잘 재현해 놓았다. 손에 큰 칼을 들고 있는 것까지 완벽했다.

왕의 눈망울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것을 보고 왈도는 문득 이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왈도. 나 저거 타 봐도 돼?”

“안 됩니다. 대신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도스와 마법사들의 몸이 긴장으로 바짝 굳었다. 하지만 왕은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좋아, 그럼. 걸어 봐!”

이후 왕은 수많은 명령을 내렸다. 걷기, 뛰기, 점프, 돌기, 검 휘두르기 등등. 도스는 그 명령에 맞춰서 시도 때도 없이 마법사들을 지휘해야 했고 마법사들은 메카에서 각자 맡고 있는 부위를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아무튼 할 만한 명령은 거의 다 마친 것 같았다. 날이 저물 때 까지 계속되었고 시녀가 다가와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왕은 갑자기 근처에 서 있던 소드마스터를 불러 왔다.

“저, 왈도. 혹시 저 메카 싸울 수도 있어?”

“아, 아니, 그건 좀 곤란한데….”

“에스카! 저 메카랑 싸워 봐!”

말릴 새도 없이 소드마스터는 메카에게 달려갔다. 소드마스터가 검을 휘둘렀고, 왈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메카는 조각나 있었고, 메카의 텅 빈 몸통이 드러나 있었다.

왈도는 왕을 돌아보기가 두려웠다. 억지로 돌아본 왕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차하면 중벌을 받을 뻔했으나 다행이도 왕은 그러지는 않았다. 다만 매우 실망한 목소리로 “…갈래.” 라고 말한 게 끝이었다. 오히려 그게 더 가슴이 아팠다.

“왈도 님 잘못이 아닙니다.”

“왕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탓이라니까요.”

하지만 별 방법이 없는 걸 어쩌겠는가. 뭐가 어쨌건 왕의 요구는 지나치게 힘든 것이었다. 완수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왈도는 납득하려 했다. 하지만 그게 잘되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이 지쳐서 잠든 밤 왈도는 친구 리레에게 갔다. 리레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에 별 관심이 없는 왈도는 그가 무슨 작품을 만들었는지 몰랐다. 리레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랜만일세.”

“어, 왈도 아닌가. 무슨 일로 왔나?”

“그냥, 맥주나 한 잔 하러 왔지.”

그렇게 말하며 문득 왈도는 리레 뒤의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경악했다.

“어이, 자네, 저게 뭔가?”

“뭐긴 뭐야. 내가 그리는 만화에 나오는 메카지. 친구면서 그것도 몰랐나?”

그렇게 말하며 리레는 왈도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그 책은 왕이 매일같이 끼고 다니던 그 메카 그림이 있던 책이었다.

“이게 자네 책이었나?”

“그런데, 왜 혹시 저거랑 관련해 무슨 일 있었어?”

왈도는 리레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이족 보행 메카, 사기를 치다 당했던 일 등등. 그러자 리레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 그것 참, 큭, 곤란, 흐흐, 그러니까 곤란하게, 큭, 됐군.”

“웃지 말게나, 나한테는 심각한 일이라네.”

그러자 리레는 한참을 더 웃었다. 문득 화가 난 왈도는 주문을 걸어 리레의 웃음을 멈추게 했다.

“아, 고맙네. 아무튼 자네 같은 대마법사가 고작 이런 책 때문에 그런 곤란을 당한다는 게 웃겨서 말야.”

“그러니까. 에휴. 어릴 때는 마법사란 뭐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더군.”

“그러니까 다른 직업이 있는 거겠지. 마법사가 뭐든 다 할수 있으면 세상에는 마법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왈도는 씁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에게 리레가 말했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없는가?”

“하지만, 자네가 어떻게?”

“다 방법이 있지.”

그렇게 말하고 리레는 왈도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말했다. 왈도의 얼굴이 밝아졌다.

다음 날 리레는 마법사의 탑으로 찾아왔다. 수많은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리레를 알아보는 걸 보고 왈도는 놀랐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왈도는 마법사들을 모으고, 리레가 세운 계획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마법사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후 계획이 진행되었다. 리레는 마법사의 탑에서 계속해서 그의 만화를 그렸다. 마법사들은 그동안 쌓인 기술을 이용해 메카를 설계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왕의 생일날이 되었다.

왕궁에서는 축제가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왕의 생일을 축하했다. 물론 그 뒤편에서는 수많은 암거래와 권모술수가 있었다. 그 중심에서 왕은 따분해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왈도는 한숨을 쉬었다. 그 자신에게는 썩 나쁜 왕은 아니었다. 마법사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는 나이인지라 마법사들을 위해 많은 지원도 해 주었다. 쓸모없는 학문에 전념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마법사였기에 왕의 지원이 없었으면 마법사의 탑은 진작에 굶어 죽었을 것이었다. 메카에 실망하고 나서도 왕은 마법사의 탑에 지원을 끊지 않았다. 아마 내심 메카를 기대하고 있던 것인지도 몰랐다.

밤이 되고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다. 왈도는 왕의 방으로 찾아갔다. 방에는 커튼이 쳐져 달빛조차도 들어오지 않았다. 왕은 책을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왈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폐하, 일어나십시오.”

왕이 눈을 부비고 일어났다. 그리고 의아하다는 듯 왈도를 쳐다보았다.

“뭐야, 왈도잖아. 무슨 일이야?”

“보여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생일 선물이야?”

“말하자면요.”

“어디 있는데?”

“커튼을 걷어 보세요.”

왕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커튼을 걷었다. 그 표정은 곧 놀라움이 되었다. 그러다 다시 의심으로 바뀌었다.

“저거 진짜 맞아? 저번처럼 가짜 아니야?”

“아닙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진짜입니다.”

“타도 돼?”

“네. 타도 괜찮습니다.”

왈도는 왕의 손을 잡고 텔레포트했다. 그곳은 메카의 조종석이었다.

왕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능숙하게 메카를 다룰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다 리레 덕분이었다. 사실 리레의 만화에서 중요한 건 메카 보다는 메카를 타고 있는 주인공이었다.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리레도 그것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독자는 주인공이 타는 메카를 타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레와 왈도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 동안 쌓인 기술들을 끝까지 끌어올리고 리레와 그동안 메카를 개발한 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메카를 설계했다. 왕이 요구한 메카만큼 미형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현재의 마법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메카였다. 그 설계가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만화에서 리레는 주인공의 메카를 파괴시켰다. 그 다음 새로이 디자인된 메카를 등장시키고, 메카를 설계한 마법사가 주인공에게 조작 방법을 설명하는 데 몇 화를 할애했다.

높은 지향점을 맞추기 힘들다면 대신 지향점을 아래로 끌어내리면 되는 것이다. 진작 이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자신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심 왈도는 리레에게 감사했다.

“그런데 왈도.”

“네?”

“어떻게 내가 이 메카를 타고 싶었던 건지 안 거야?”

“저도 그 만화를 좋아하거든요.”

“그럼 왈도도 조종해 볼래?”

“아, 전 괜찮습니다, 폐하.”

그러자 왕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메카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봤던 모습 중 가장 즐거워 보이는 왕의 모습을 보며, 왈도는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 글쓰기 대회에서 약간 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