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우주론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정자 우주랑 난자 우주가 부딪치는 거야. 이렇게, 꽝!”

선배는 진지한 표정으로 양 주먹을 하나로 모았다. 그리고 다시 양 손을 펼쳤다.

“그렇게 해서 빅뱅이 일어난 거지. 일단 외우주의 개념이라 좀 다르긴 한데, 이 우주의 개념과 비슷하게 설명하자면 물질과 반물질이 부딪쳐 쌍소멸이 일어난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정자 우주는 반물질이고, 난자 우주는 물질이고. 아무튼 그래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게 된 거야.”

선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귀찮다는 듯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겼다.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않은가.

“그러면 그게 발생이라는 거에요? 그럼 세포 분열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인간의 기준에 모든 걸 맞추지 마라니까. 우주가 그렇게 간단한 줄 알아?”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나왔던 모양이다. 선배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못 믿는 거 같은데?”

“아니, 너무 황당하잖아요. 우주가 생물이라니.”

“생물이라고는 안 했어. 외우주의 기준에서 생물과 비슷한 느낌의 무언가라고 했지. 그리고 오히려 세포에 가까울 걸?”

사실 내가 웃는 이유는 그 이야기의 황당함도 있었지만 그것보단 선배와 이야기하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뭐, 선배는 내가 웃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모르라지.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당연히 커져야지. 에너지가 공급됐으면 그걸로 대사를 하면서 생장 할 거 아냐. 우주가 넓어지는 건 그 과정이고.”

“그럼 행성이나 물질은 왜 있는 거죠?”

“세포가 자라면서 필요한 구성요소를 만들어 가는 거지. 리보솜이나 미토콘드리아나 그런 거 있잖아. 그게 다 행성이고 항성이고 은하고 그런 거야.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세포질에 해당하는 거고.”

“그럼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 건데요?”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적절한 답변을 생각해내는 듯 잠시 이마를 찌푸렸다.

“으… 모르겠네. 몰라, 자기들 나름대로 쓸모가 있겠지.”

“에이, 그런 것 하나 설명 못하면서 어떻게 ‘론’이 돼요?”

“이게 다 내가 인간을 초월하지 못해서 그래. 아무튼 인간에 갇혀 있는 게 문제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여웠다.

“아, 맞다. 갑자기 떠오른 건데요. 만약 우주가 세포라면 언젠가는 분열할 거 아니에요. 그게 언제쯤 분열하게 될까요?”

“글쎄….”

그녀는 또 머리를 싸맸다. 그러다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제발 그러지 좀 말지. 조금만 더 꾸미고 다니면 좋겠는데,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알겠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산발이 된 그녀의 모습이 흡사 귀신과 마찬가지였다.

“일단 그놈의 머리부터 좀 정리해요. 뭘 알겠다는 건데요?”

“신경 쓰지 마. 너, 우주가 계속해서 넓어진다고 별들 사이의 거리도 계속해서 넓어지는 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고 나면은 그 이상으로는 넓어지지 않고 우주의 경계만 팽창한다고요. 근데 그게 왜요?”

“언젠간 전 우주의 모든 별들이 더 이상 넓어지지 않게 될 때가 있을 거 아냐. 아마 그 때 둘로 갈라질 거야.”

“아마?”

“자세한 건 모르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어께를 으쓱해 보았다.

그 날 선배와의 대화는 이것이 끝이었다. 이후에도 몇 번 대화를 나눴으나, 세포 우주론은 딱히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선배와는 한동안 떠들다 졸업하기 전 고백했으나 무참하게 차이고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 간간히 어느 연구소에서 잘하고 있다는 소식 정도나 들었을 뿐. 몇 년이 지나자, 나는 선배를 잊었다.

그리고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나는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말은 별 관측이지 사실은 전파 망원경으로 흘러들어오는 데이터 분석일 뿐이다. 별을 본다는 로망 따위 개나 주라지.

“저, 부장님.”

어떤 신입이 날 불렀다.

“왜 그러나?”

“전파 망원경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왜, 무슨 일이지?”

“항성 데이터 중 절반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의 90억 가지 신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곽재식 소설들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