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1.

바로 어제 미 항공우주국, 속칭 나사는 그 존재 이유를 잃었다.

물론 아직까지 나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자신들이 쓸모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나사는 그렇게 빠르게 사라지고 싶진 않았다.

그랬기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로켓을 준비해 곧바로 하늘로 날렸다.

허허벌판에 있는 발사대에서 로켓이 발사되었다. 로켓은 연료를 분사하며 새까만 하늘로 날아갔다. 로켓은 그 궤도의 끝이라는 것이란 없다는 기세로 하늘을 날았다. 나사의 사람들도 그러길 바랬다.

로켓이 대류권을 넘어갔다. 성층권을 넘어갔다. 중간권을 넘어갔다. 그리고 열권을 넘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켓은 갑자기 그 상승을 멈췄다. 무의미하게 연료만 분사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허탈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켓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2.

알람이 울렸을 때 아직 주위가 어두운 것을 보고 A는 날씨가 흐려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문을 열고 창밖을 봤을 때 A는 그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늘은 밤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밤보다 더 심했다. 왜냐면 하늘에는 어떤 별도 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는 급하게 TV를 켰다. 다행이도 위성은 살아 있는 듯 했다. TV에서 속보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의 모습이 비춰졌다. 모두 밤이었다. 모두 어둠이었다. 시간에 맞춰 조절되는 조명이 아직 켜지지 않았기에 세계는 밤보다 더 어두웠다.

그 뉴스들을 A는 몇 시간 동안이나 멍하니 보고 있었다. 바깥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A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바깥으로 나가 자동차를 탔다. 그리고 B에게 달려갔다.

3.

위성 궤도 너머로 막이 씌워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 막은 단단했으며, 어떤 폭탄으로도 꿰뚫을 수 없었다. 게다가 차가웠다.

며칠 새 지구의 평균 온도가 낮아졌다. 태양광이 들어오지 않는다 해도 이건 너무 급격한 온도 하강이었다.

과학자들은 결국 저 막이 열을 빼앗아 간다는 결론을 내었다.

몇 달이 지나고 지구가 얼어붙었다. 많은 생물들이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집 안에만 틀어박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4.

“사회 물리학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

B는 A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옆에서 고양이가 갸릉거리고 있었다. A는 고개를 저었다.

“인간을 원자로 취급하고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시켜 사회 흐름을 분석하는 학문이야.”

“그렇다면 양자 역학 같은 것도 들어가는 거야? 불확정성 원리라던가. 터널링 같은 거 말야.”

B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까진 그런 걸 실험할 만한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았거든. 그리고 입자 운동이니까 기존 고전역학계 정도면 충분히 분석이 되었거든.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A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B는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마지막 불빛, 마지막 온기가 사라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A는 B를 끌어안았다. 끝까지 서로를 잡고 있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겠다는 듯.

문득 고양이가 뛰쳐나가는 것과 동시에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고양이의 눈만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 눈이 깜박거렸다. 그러다 보이지 않게 되었다.

5.

지구의 모든 열을 빼앗고 나서 막은 사라졌다.

지구는 하나가 되어 있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