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데카르트의 기계론

자연을 기계인 것처럼 이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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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년 3월 31일 - 1650년 2월 11일

기계론의 등장 맥락

“그들(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에게 '무겁다'는 게 무슨 뜻이냐 물으면 '지구의 중심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이라 답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이 떨어지는 원인은 내려가려고 노력이 발현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체가 오르내리는 현상을 그러려고 하기 때문이라 설명하는 것은 마치 […] 돌과 쇠붙이가 욕망을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사람처럼 그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식별한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토머스 홉스

“아편의 최면 효과를 효과 설명하기 위해 아편이 '잠을 초래하는 성질(dormitive virtue)'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자연의 몇몇 속성을 물질에 내재된 성질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을 제대로 된 설명이라 할 수 있나?”

몰리에르

과학혁명기의 성공 — 도구성(Instrumentality)

  • 케플러 — 태양중심설과 행성궤도법칙: 기존 우주관과 배치되었으나 계산력, 예측력 측면에서 수용
  • 갈릴레오 — 역학혁명과 운동학 재정의: why → how
  • 베이컨 — 자연학의 재개념화: '사색'과 '조작', '원인탐구'와 '효과산출'
    • 인간의 개입으로 변형된 자연에서 드러나는 원인(= 입력)과 결과(= 출력)이ㅡ 관계
    • 자연학의 실천적 사용: 원하는 효과(결과)를 산출할 수 있으면 원인은 어느정도 이해한 것!

이해성의 문제

  • 아리스토텔레스의 통합적, 전체론적 자연관 붕괴
    • 아리스토텔레스식 접근법: 만물에 내재한 각종 속성 찾기 → 속성, 목적의 발현(원인-효과의 연쇄) → 자연의 질서 유지
    • 자연의 이해(Intelligibility of Nature)의 확고한 원천이었으나 과학혁명기를 거치면서 그 유효성 크게 약화
  •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Intelligibility (사라져 버린 why 를 다시 설명하기 위한) 필요 → 데카르트의 기계론이 큰 인기를 끈 맥락

데카르트 — 기계론의 창시자

신상명세

  • 1596년 프랑스 중부 투렌 출생
  • 1606년-14년 예수회 학교 진학
  • 1614년-16년 푸아티에 대학 진학, 법학 학위 이수
  • 1618년-20년 네덜란드 마우리츠 공 군대 용병 입대
  • 1622년-27년 프랑스 귀국 후 파리 체류
  • 1628년-48년 네덜란드 체류, 주요 저작 집필
  • 1649년-50년 스웨덴 스톡홀름 체류

데카르트의 지식개념

시대적 배경 — 17세기 유럽의 위기

  • 종교개혁, 반종교개혁의 시대
    • 성경해석의 권위를 두고 구교와 신교가 격렬히 다투던 시대 / 30년 전쟁(1618년-1648년)
  • 인문주의의 여파: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점진적 붕괴 + 고대 학파의 다양한 학설 발굴/소개
    • 다양하고 상반된 이론, 학설 만개 → 이것들 중 어느 것이 믿을 만한 학설인가?

철학적 회의론 — 피론주의(Pyrrhonism)

  • 교조주의적 지식체계 일반을 향한 근본주의적 비판
    1. 감각을 통해 얻은 지식의 불확실성 ← 우리를 쉽게 기만하는 감각
    2. 이성적 추론의 불완전성 ← 형식주의적 연역 증명에 내재하는 오류 가능성
  • 지식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 과연 존재하는가?
    •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 “오직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 뿐이다.”

데카르트 — 피론주의에 맞서 싸운 투사

  • 피론주의식 냉소적 회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 →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
  • “기존 권위에 기대는” / “감각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 “수학적 증명처럼 추론에 의존하는” 지식 일체를 부정
    • “확실한 지식의 주춧돌”로부터 연역해 나간 새로운 지식체계 구축해야!

For … knowledge to be … perfected, it must necessarily be deduced from first causes; so that for its acquisition, one must begin by searching for these first cause, that is, for Principles. And these Principles must meet two conditions: (1) they must be so clear and so evident that the human mind cannot doubt of their truth when it attentively considers them; (2) the knowledge of other things must depend upon these Principles in such a way that they may be known without the other things, but not vice versa.

— 철학의 원리 —

데카르트의 3원칙

자기 정신의 존재

  • “내 앞의 사물이 있어도 (감각은 불완전하므로) 그게 진짜 거기에 있는지 의심할 수 있다.”
  • “내 육신이 존재하는지도, (내가 꿈을 꾸거나 환각에 빠졌을 수 있으므로), 의심할 수 있다.”
  • “수학 명제 같은 보편적 진리도, (악마의 꾀임에 빠져 믿는 것일 수 있으니), 의심할 수 있다.”
  •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는 나” “내 마음?”의 존재는?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완전한 존재의 존재 / 만물의 저자로서의 신

  • 의심하고 있는 나 = 나의 불완전함 ↔ 불완전함이란 완전한 존재가 있어야 가능한 것
  • 그러므로 완전한 외부존재인 신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명확하고 명징하게 인식한 것은 참

  • 신의 선한 속성
    • 신은 완전한 존재이므로 선한 존재일 것이다.
    • “우리 정신이 명확하고 명징하게 인식한 것에 대해 신이 우리를 속이거나 기만할 리 없다”
    •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신은 기만한 자이며 완전한 존재가 아님
  • 회의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명징성의 토대

물질세계에 대한 형이상학

데카르트의 이원론: 양분된 독립적 세계

  • 정신세계: 사유하는 실체 rex cogitans
  • 물질세계: 연장된 실체 rex extensa

물질의 본질

  • 개별 물질이 갖는 다양한 성질: 색깔, 냄새, 무게, 온도, 습도, 질감 등
  • 물질의 본질은 기하학적 연장(extension): 특정 길이, 너비, 높이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
  • 1차 성질과 2차 성질의 구분
    • 1차 성질: 연장과 운동 → 형태, 크기, 배열, 운동
    • 2차 성질: 1차 성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1차 성질에서 파생되는 것 (특히 감각의 영역에서 나오는 것들) e.g. 무게, 경도, 질감 등

감각(sense)과 실재(reality)

  •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서 감각의 위상
    • 감각은 실재를 충실히 반영. 감각경험은 모든 지식의 토대이자 원천
      • 사과는 빨갛다 → 왜? 빨강이라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 물질은 성질을 나타낸다 → 감각은 속성을 찾아내는 수단으로 중요함
  • 기계론에서의 감각 이해
    • 피론주의의 비판: "인간을 쉽게 기만하는 감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 물질은 성질을 나타낸다(X) → 물질의 모든 차이는 연장과 운동에 의한 것
    • 감각과 실재: "사물"과 이를 지칭하는 "단어"처럼 둘 사이에는 본질적 유사성이 없다!
      •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온냉건습 → 사물의 본질적 속성이 아님
      • 물질이란 기하학적 연장과 그 운동 → 인간의 신체에 모종의 영향 (여기까지가 1차 성질) → 그 영향을 인간 정신이 해석 → 함으로써 감각이 만들어짐 (여기까지가 2차 성질)
  • 예: 불을 건드리면 왜 뜨거운가?
    • 아리스토텔레스: 불이 뜨거우니까 뜨겁지
    • 데카르트: 실재하는 것은 "불을 이루는 입자들의 격렬한 운동" → 외적 요인에 의한 신경섬유 배열 변화 → 이에 대한 정신의 해석 → “뜨겁다”라는 감각 형성

데카르트의 물질론과 고대 원자론

  • 유사점
    • 모든 물질은 동질적이며, 실재하는 성질은 연장과 운동 뿐. 다른 성질들은 연장과 운동을 통해 설명된다.
  • 차이점
    • 진공 인정 안함
      • 원자론자들은 원자(공간을 차지한 것)와 진공(원자가 없는 빈 공간)을 이야기
      • 데카르트에게 공간이란 — 물체가 곧 물질이 아니고 물체가 기하학적 연장으로 차지한 공간이 물질
      • 데카르트에게 "물질은 차지한 공간"인데 "물질이 없는 공간"인 진공은 형용모순
    • 원자 인정 안함:
      • 원자론자들: 계속 자르다 보면 더이상 자를 수 없는 단위가 나온다
      • 데카르트: 왜 더 못잘라?

데카르트의 기계론: 형이상학(Metaphysics) → 자연학(Physics)

  • 불활성 물질 입자의 운동 (상당량의 물질은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영역에 있긴 하지만)
  • 물질 + 운동(충돌): 불활성 물질입자의 크기/모양/배치, 충돌만으로 자연계 모든 현상 해명 가능

데카르트의 신세계

우주의 가상적 형성

우주의 진화 (Le monde, Principia philosophias)

  • 신에 의한 세계의 창조 물질세계의 창조: "균질한 물질"의 연속체
  • 신의 망치질이 균질한 물질 덩어리에 운동성 부여
  • 세 가지 자연법칙에 따라 물질세계 운동(물질들간의 충돌) 시작, 물질 분화 가속

세 가지 자연법칙 (신과 간접적으로 상관)

  • 물질세계에 대한 신의 무관심 반영 — "개입하는 신"이 아닌 "관망하는 신"
    • "신은 불변, 태초의 창조이래 항상 같은 방식으로 행동, 늘 같은 결과를 산출"
  1. 모든 물질은 외적 요인(충돌)이 작용하지 않는 한,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관성)
  2. 우주가 지닌 운동(량)의 총합은 일정하다. 충돌에 의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전달될 뿐이다 (보존)
  3. 운동을 하는 모든 물체는 항상 직선을 따라 움직이려는 "경향"을 갖는다
    • 왜? 직선운동은 가장 단순한 운동으로 신의 "지속적 보살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따름법칙: 원운동은 어떤 "속박"이 있을 때 일어난다
    • 원운동을 하는 물체는 원 운동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경향”을 지닌다 (원심력)

데카르트의 원운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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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세계의 원운동 예: 무릿매와 돌의 운동
    • 원운동을 유지시키는 무릿매의 효과는 무엇인가?
    • 효과가 사라졌을 때 돌이 접선방향으로 날라가는 이유는?
  • 속박된 운동
    • 회전하는 물체는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원심적 경향을 가짐 (A 지점에서는 EA, B 지점에서는 EB 방향)
    • 투석기의 효과는 이런 원심적 경향을 구속하는 것
  • 속박이 풀렸을 때
    • A 지점에서 무릿매를 놓으면
    • 무릿매의 구속력이 사라져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돌의 원심적 경향이 작용하기 시작
    • 그 결과 돌은 AC 방향으로 운동

신의 망치질 이후

  • 균질한 물질 연속체 → 망치질 → 잘게 쪼개진 물질조각들(matter parts)은 플레넘(plenum)을 이룬 채 세 가지 자연법칙에 따라 운동하며 주변 물질들과 끊임없이 충돌
    • 플레넘: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개념
  • 운동량을 전달하는 연쇄적 충돌이 무한히 지속
  • 물질로 꽉 차 있는 “플레넘”의 세계에서 가능한 운동은 단 하나 — 폐쇄회로를 따라 움직이는 소용돌이 운동
  • 우주에는 하나의 폐쇄회로를 그리는 무수히 많은 소용돌이가 포함돼 있음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우주

물질세계의 분화 — 분화 기준은 크기 (데카르트에게 물질이란 공간을 차지하는 연장)
제1원소(불) 제2원소(공기) 제3원소(물, 흙)
크기 극미세 극소 (원형) 소-대 (다양)
운동(속도) 빠르고 격렬 중간 속도 느린 속도
본연의 위치 소용돌이 중심 천공 행성
직선적 경향 작음 중간
감각인식 불가능 불가능 가능
빛과의 관계 빛의 원천 빛의 전달 빛의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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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 제1원소 : 직선적 경향이 약하므로, 빈 공간을 메우고 남은 제1원소들은 소용돌이의 중심(S)으로 몰림 → 항성 형성
  • 제2원소 : 천공(heaven)의 대부분을 차지. S 둘레를 회전
  • 제3원소 : 충돌했을 때 부서지기보다는 서로 결합 → 행성, 혜성
    • 행성은 제2원소의 회전을 따라 함께 회전

행성의 배치

  • S → K : 운동량 증가
  • K → F : 운동량 감소
  • 행성은 그것의 "직선적 경향"과 제2원소의 운동량이 균형을 이루는 위치에 안착 → 행성이 크고 견고할 수록 바깥궤도
  • K를 넘어설 만큼 "직선적 경향"이 큰 행성이 존재한다면? → 제2원소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 혜성
    • 혜성이 행성보다 더 크다??

무게 설명

  • 아리스토텔레스
    •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현상은, 흙 원소의 본성과 흙 원소 본연의 자리와 관련된 목적인을 통해 설명
  • 데카르트
    •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현상은, 지구 주위에 형성된 제2원소의 소용돌이 때문
    • 회전하는 제2원소가 갖는 “외부로 향하려는 경향”이 더 느리게 움직이는 제3원소로 하여금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향하게 만듦

조수 설명

  •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소용돌이에서 달이 공간을 차지
    • 달이 있는 선상의 물이 짜부가 되고 그 직각한 선상의 물은 그만큼 부풀어오름
  • 중력으로 설명되는 조수(달이 있는 선상이 부풀어오름)와 방향이 반대임에 주의

기계론적 세계관 — 데카르트는 왜?

데카르트의 역사적 맥락

데카르트의 포부

  • 갈릴레오보다도 목표치가 높았던
  •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당대의 광범위한 불만 공유
  •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체계"를 마련하고자
    • 대학교재로 쓰이길 기대하며 집필한 방법서설, 철학의 원리, 기상학 등
  •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이중의 전략 "방법론적 회의"
    • 회의론 수용: 당대의 가장 유력한 아리스토텔레스 비판 방법에 편승
    • 회의론 극복: 회의론의 비판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철학체계 구축

그 결과물 — 데카르트의 기계론

  • 당대의 미싱링크 WHY 를 해명하는 작업 수행
  •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룬 주제들을 거의 그대로 쫓아가면서(책의 챕터들까지 똑같음)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기계론으로 일종의 번역작업 수행
  • 현상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성적 설명방식을 불활성 물질입자의 크기 모양, 배치, 운동으로 환원해서 설명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vs. 데카르트의 기계론

  • 아리스토텔레스 — 자연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 설명
    • 무거운 물체에게는 아래로 떨어지는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 흙과 물은 가운데로, 공기와 물은 그 반대로 향하는 운동이 자연스럽다
    • 천체는 그 스스로 원운동을 한다.
  • 데카르트
    • 모든 것은 외부 충돌에 의해서지 물질 자체는 불활성이다.
    • 선호되는 방향 그런 거 없다
    • 천상계 지상계 모두 같은 물질이므로 구분이 필요없으며 그 물질의 (소용돌이)운동으로 천체운동 설명 가능하다

새로운 설명방식 — 기계론적 설명

기계론자들의 인식

  • 공공의 적
    •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의인화" 성향, "목적론적" 설명 배제
    • 르네상스 시기의 자연의 "능동성", "신비한 힘들" 배제
  • 기계론의 전제: 물질세계는 불활성, 수동적
  • 기계론의 접근방식: 자연은 거대하고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
    • 모든 자연현상을 기계의 기작(mechanism)에 빗대어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
    • 신비한 힘 같은 건 없다. 불가사의한 현상조차 간단한 기계적 작동원리로 환원될 수 있다.

환원론적 접근

  • 시계의 온갖 부속품들은 개별적으로 간단한 기능을 수행하며, 이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시각을 알리는) 규칙적인 최종운동을 산출
  • 자연의 각 부분은 (그 기작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들이 다 함께 결합하여 조화롭고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창출
  • 우주와 그 창조주 — 시계와 시계공
    • 시계는 의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사람이 설계하고 만들어낸 인공물
    • 시계가 살아 있지는 않지만 지적 존재의 복잡성과 목적의식을 모방
    • 시계를 처음 본 사람은 시계 자체가 지적 존재이며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하지만 시계공의 존재를 알고 있는 우리는 시계가 목적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이는 조물주와 자연(우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이해가능성

  • "자연을 마치 기계인 것처럼 생각하라" → 자연의 놀라움을 제거하기 위한 매개물
  • 토리첼리의 수은주 실험에 대하여
    • 전통적 설명: 자연이 진공을 싫어하는 정도가 76 cm이다 (…)
    • 기계론적 설명: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지 않고, 그것을 피하려 하지도 않는다. "진공 혐오(horror vacui)"라 일컫는 현상은 모두 공기의 무게와 압력에 기인한 것이다. 이것만이 진짜 원인이다. […]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해 참된 원인을 간파하지 못할 때, 인간은 교묘하고 가상적 원인을 만들고 여기에 특수한 이름을 붙여서 이성이 아니라 그 귀를 만족 시킨다. 이런 일은 그간 너무도 흔했다. 무생물체가 공감이나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가정하고, 이를 여러 현상의 일반적 원인인 듯이 설명해왔던 것이다.

파스칼

과학혁명에서의 기계론적 이해성

기계론의 장점

수학적 접근과 조응하는 새로운 세계관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성적, 유기체적 자연관
    • 다양한 성질을 내재한 물질들 → (물질의 내재적 성질, 목적의식 강조)
  • 기계론의 핵심기획: 수학화하기 힘든 속성을 모두 제거 또는 환원하라!
    • 1차성질과 2차성질의 구분 → 후자는 정신계로 축출
    • 기하학적 외연으로 정의되는 불활성 물질과 그 운동만이 진정한 속성 → 환원주의적 접근
  • 자연현상의 수학화
    • 자연에 대한 수학적 접근이 점점 더 강화된 과학혁명기 → 수학적 접근에 정당성 부여(케플러의 운동법칙, 갈릴레오의 공놀이)
    • 수학적 접근은 왜 효과적인가? → 기계론의 답변: “자연세계 자체가 수학적 지식으로 온전히 설명될 수 있는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

분석적 접근을 가능케 한 세계관

  •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 유기체적이고 전체론적인 자연의 모습
    • 자연은 목적을 지닌 (목적을 실현하고자 꿈틀거리는) 유기체
    • 개별 자연현상은 자기 혼자서는 무의미하고 전체 체계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의미(역할)을 부여받게 됨
  • 과학혁명기의 혁신: 자연의 각 부분들에 대한 "정교한/개별적인" 설명 등장 → 기존 세계관의 약화
    • 총체성과 일관성을 포기한 채 부분적 혁신의 누더기로 만족하느냐 vs. 새로 얻은 지식과 부합하지 않으나 총체성이 탁월(why의 문제)한 기존체계를 유지하느냐
  • 위 vs.에 대한 기계론의 교묘한 해답: 부분의 합이 전체다!
    • 자연은 자유자재로 분해, 결합이 가능한 무수한 부품들로 구성된 거대한 기계
    • 자연의 한 부분에 대한 탐구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됨

신비한 성질(오컬트)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가능케 한 세계관

  • 새롭고 신기한 자연현상들(e.g. 자석)에 대한 발견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던 시기
    • 신비주의 사조의 유행: 자연물에 내재하는 신비한 성질들(occult qualities) 찾기
  •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의 대처
    • 명백한 성질(manifest qualities)과 신비한 성질(occult qualities)을 구분하고 후자를 배척함. 왜??
      • 보편성을 논할 수 없는 국지적 현상
      • 지각이 불가능하기에 실재하지 않는 현상
      • 원인을 논할 수 없기에 이해 불가능한 현상
    • 결국 설명을 포기한 것.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
  • 기계론의 대응: "이 저작(철학의 원리)은 어떤 자현 현상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언급
    • 지각 불가가 실재하지 않음의 증거가 될 수 없음 → 신비/명백의 구분이 무의미
      • 자기현상과 마찬가지로 , 빛 / 색깔 / 맛 / 냄새 같은 성질도 ‘ 보이지 않는 ’ 물질입자의 충돌에 의해 발현
    • 모든 현상은 기작에 입각해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