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기술과 사회의 관계

기술결정론

  • 기술을 중심에 두고,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1. 기술은 어떻게 변화, 발전하는가? : Technology-out-of-control
    • 선행기술의 약점 개량: ex. 워크맨 → CD 플레이어 → MP3 플레이어
    • 기술의 자율성: 기술의 발전 경로는 내적 논리에 따라 독자적으로 결정됨, 즉 기술=독립변수
  2. 기술 발전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역사의 구동력으로서의 기술
    •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직접적이고 변경할 수 없는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다
    • 기술은 사회의 변화 방향을 결정(determine) → 특정한 기술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회를 낳는다

기술결정론의 사례

  • 등자(stirrup)가 봉건제를 낳았다. (린 화이트 주니어)
  • 나침반과 항해도구가 서구의 팽창과 제국주의를 낳았다
  • 인쇄술이 종교개혁을 낳았다
  • 맷돌은 봉건영주의 사회를 낳고, 증기제분기는 산업자본가의 시대를 낳는다 (마르크스)
  •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이 정보화 사회, 후기산업사회, 제3의 물결 등을 낳는다 (또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사회를 낳는다)
  • 정보기술은 6D(de-massification, de-centralization, de-nationalization, de-specialization, dis-intermediation, dis-aggregation)를 낳는다

기술결정론의 문제

  • 사회변화 설명에 있어 영 좋지 못한 이론
    • 특정한 기술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회를 낳는다? 지나친 단순화, 역사 과정의 왜곡
    • 등자의 차별적 영향: 프랑크 왕국과 달리 앵글로색슨 왕국에서는 봉건제가 자발적으로 등장하지 않음
    • 인쇄술의 영향: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사회문화적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았음. 지식의 보존기술은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그 영향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짐
    • 기술은 사회의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을 제공
  • 실천적 윤리적 문제
    • 기술의 발전 및 수용 과정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힘들과 이해관계를 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
    • 특정한 미래를 필연적인 것으로 제시, 기술의 발전 방향을 통제해야 하는 인간의 책임을 면제
    • 인간의 행위능력 박탈, 실천적 무기력(기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기술에 적응하는 일만 남겨버림). 여기서 대중이 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하거나 도피하는 것 뿐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

Social Shaping of Technology, SST

  • Donald Mackenzie와 Judy Wajcman이 편집한 The Social Shaping of Technology(1985)에서 개념 정립
  • 기술결정론의 두 번째 테제(기술=독립변수, 기술의 자율성, 독자적 발전 경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
  • 기술 발전의 방향과, 기술의 내용(디자인과 형태)에는 거시적인 사회적 요인(조직, 정치, 경제, 문화, 젠더, 이념 등)이 직접적으로 작용

사례연구들:

  • 모제스의 고속도로:
    • 높이가 2미터도 되지 않아(8.5 피트) 차체가 높으면 지나갈 수 없음
    •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 1888-1981)는 유능한 건축가로, 1920년대에서 1960년대에 뉴욕 주의 수많은 도로, 다리, 공원 건설
    • 1930년대 로버트 모제스 주립공원 조성 프로젝트:
      • 해변가에 아름다운 휴양지 조성, 모제스가 따낸 첫 번째 공공재원 프로젝트
      • 문제의 고가도로는 주립공원 진입 도로 시스템의 일부
      • 교양 있는 중산층들만 공원을 향유하길 바랬기에, 거리의 부랑자, 흑인들이 주로 타는 버스가 통과할 수 없는, 검문소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리를 놓음
    • 기술의 정치성
      • 모제스의 고가다리에 각인된 계급적, 인종적 이데올로기
      • 기술적 인공물의 설계, 구축, 배치는 특정 사회질서를 정착시키는 유력한 방법으로 활용 (e.g. 나폴레옹 3세가 바리케이드 설치를 막기 위해 재설계한 파리 시가지)
  • 전기냉장고 vs. 가스냉장고
    • 압축식 전기냉장고: 전동기로 냉매를 기화, 압축시키고, 냉매가 도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흡열하여 냉각
    • 흡수식 가스냉장고: 가스불로 냉매를 기화시켜 흡열하고, 그 냉매가 액화되는 과정의 압력 흐름이 생겨 순환 냉각
    • 전기냉장고가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그것이 가스냉장고가 기술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 아님
      • 전기냉장고: 복잡한 구조, 큰 소음 및 진동(지하실에 놓고 써야 할 정도), 비싼 가격, 높은 유지비용(진동 때문에 잔고장이 많음)
      • 가스냉장고: 단순한 구조, 작은 소음 및 진동, 낮은 가격, 낮은 유지비용
    • 전기냉장고 생산업체의 막대한 투자
      • 월등한 자본력과 광고기법
      • 덤핑 판매, 물량 공세
      • 개량을 위한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
    • 전기냉장고 생산업체는 제너럴일렉트릭, 웨스팅하우스 등 굴지의 전기사업체
      • 이들은 왜 전기 냉장고 판매에 업체의 사활을 걸었나?
      • 전쟁기간에 건설한 대규모 발전소들
      • 이들에게 냉장고는 전기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 아이템: 전기를 더 많이 처먹어야 회사가 돈을 번다 (시발놈들)
    • “기술(냉장고)은 더 큰 기술시스템(전기소비체계)의 일부”
  • 전화교환수 vs. 자동교환시스템
    • 1880년대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부터 존재한 교환수
    • 1920년대에 자동교환시스템 도입, 전화교환수를 대체
    • 언뜻 보기에 자연스러운 기술 발전 과정인데, 까 보면 뭔가 이상함
      • 벨이 전화 특화를 낸 직후부터 1900년까지 90여 개의 자동교환장치 특허가 나옴 (그걸 뭣하러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하냐?는 문제의식이 일찍부터 존재)
      •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도, 경제적으로 불리(초기 투자비용, 유지보수를 위한 고임금의 전기 엔지니어)해서 미뤄진 게 아닐까? : 1900년 이후로 여성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그것도 아님
      • 수요의 문제: 전화서비스 이용객 증가 → 네트워크의 복잡성 증대: 1900년대면 이미 기계 도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어 있었는데도 안 함
      • 기술, 공급, 수요가 모두 맞아떨어지는데도 자동교환시스템의 도입은 고의적으로 늦어짐. 대체 왜?
    • 역사적 맥락
      • 1880년대부터 전화국에서 오늘날의 스마트폰 같은 서비스(라디오 방송, 뉴스 요약, Theatrophone — 연극이나 오페라 실황)를 제공
      • 전화 가입자가 없어서 전화로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 (전화가 통신수단으로서 가능하려면 초기 고객이 충분히 존재해야 함)
      • 그 "초기 기반 고객"을 형성하기 위한 벨 회사의 사업전략: 고객간 통화가 아닌 고객과 전화국간의 교류, 다양한 부가서비스, 서비스의 개인화
      • 이런 상황에서 전화교환수의 정체성: "유능하고 예의바른 원격 비서", "고객의 수다에 화답하는 재치있는 말동무"
      • 고객님이 전화번호를 귀찮게 외우지 않고, 이름과 주소를 대면 교환수가 알아서 대주는 것이 서비스의 일부
    • 자동교환 시스템 도입을 위한 노력
      • 상술했다시피 전화 네트워크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해 자동교환의 필요성 자체는 1900년경부터 대두
      • 하지만 교환수의 역할이 단순히 코드 빼서 코드 꽂아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려서 단번에 대체할 수 없어짐
      • 1900-1920년 전화 이용 캠페인: "문화인은 교환수를 붙잡고 잡담하지 않습니다"
      • 오퍼레이터의 다양한 직무를 기계가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축소, 고객과 오퍼레이터 간의 사회문화적 연결고리를 20년에 걸쳐 점진적 약화

기술사회학의 최신 연구 경향

  • 1980년대 이후의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SST)”의 문제의식을 계승, 발전시킨 연구들
  • “기술이라는 블랙박스 열기”
  1.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SCOT): Wiebe Bijker & Trevor Pinch
  2. 기술시스템(technological system) 이론: Thomas P. Hughes
  3. 행위자 연결망 이론(ANT): Bruno Latour, Michel Callon, John Law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

Social Construction of Technology, SCOT

  • 1984년, Wiebe Bijker와 Trevor Pinch가 제안한 연구 프로그램, 자전거 발전 역사에 적용
  • 관련 사회집단(relevant social groups)
    • 인공물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집단들(개발자, 엔지니어,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 반대론자들 등)
    • 개별 사회집단은 인공물에 대한 특정한 의미 공유
  • 해석적 유연성(interpretative flexibility)
    • 여러 사회집단들은 동일한 인공물을 상이한 방식으로 이해
    • 인공물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도 다양하며, 그에 대해 내놓는 해결책도 다양
  • 기술의 다선적(multidirectional) 진화
    • 기술의 발전은 승리한 기술로의 단선적(필연적) 경로를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님
    • “변이(해석적 유연성에 따른 다양한 기술적 대안들)” + “경쟁(그들 사이의 해석 차이와 갈등)” + “선택(사회적 방식으로 종결, 안정화)”
    • 기술의 방향, 내용, 결과가 사회적으로 구성됨

사례연구:

  • 자전거
    • 자전거의 단선적 발전 과정? : 페달 없이 발로 차서 나가는 Boneshaker → 앞바퀴가 크고, 페달이 앞바퀴 축에 달린 Penny farthing → 오늘날의 안전자전거의 원형인 Lawson's bike
    • 로슨 자전거가 등장하던 동시기에 온갖 요상한 형태의 자전거들이 등장함
      • 단선적 발전과정을 따르면, "그것은 발명가들의 상상력" 따위 탈선에 의한 단순한 변형일 뿐
      •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로슨 자전거는 페니파싱 자전거에서 나온 다양한 변종들 중 하나
    • 1880년대 자전거의 "관련 사회집단"
      • 젊은 남성 소비자: 이 시대의 폭주족들.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위험한 페니파싱을 선호
      • 노인 소비자: 한 번 넘어졌다가 다시 못 일어날 수 있기에(…) 낮은 차체를 요구
      • 여성 소비자: 여성이 바지를 못 입던 시절, 자연히 페니파싱에 대한 불만
      • 각 집단이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 또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이 다름
    • "높은 바퀴 자전거"에 대한 해석적 유연성
      • 남성적이고 속도가 빠른 인공물(macho machine) vs. 안전성이 결핍된 인공물(unsafe machine)
  • 1920년대-30년대 미국 농촌의 자동차 사용
    • 설계 단계 뿐 아니라 기술의 사용 단계에서 나타난 해석적 유연성의 사례
    • 도시와 달리 어디 농장에서 멀리 나갈 일이 자주 없음.
    • 운송 수단 이상의 의미 부여: 자동차의 구동력을 일반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기계로 활용
      • 남성의 일: 옥수수 껍질 벗기기, 옥수수 제분, 톱질, 펌프질, 목초 절단, 건초 적재, 농기계 구동 등
      • 여성의 일: 세탁기 구동, 버터 교유기, 크림 분리기 가동 등
    • 이 해석적 유연성에 대한 반응:
      • 자동차 회사들(+농업 엔지니어들): "제발 그렇게 좀 쓰지 마라" 엔진과 차동 기어를 망가뜨릴 수 있음
      • 보조기구 제조업체: 해석적 유연성을 상업화하여 자동차를 고정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키트 출시, 1917년부터 대규모 광고, 판촉
      • 제조업체들의 대응: 농기계, 가솔린 제조업체 모두 전환키트 판매 억제를 위해 노력
      • 해석적 유연성의 제거: 증기기관으로 구동되던 기존의 무겁고 값비싼 트랙터 대신 작고 덜 비싼 가솔린 엔진 트랙터 출시

SST 또는 SCOT의 함의

  • 기술의 초기 설계, 도입 단계에서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가 영향을 미침
  • 하지만, 기술은 때때로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음
    • 기술이 그 자체로 자율적이거나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에 여러 사회 요소들(물질적 설비, 경제적 투자, 사회적 관습, 관련 사회집단의 이해관계 등)이 고착되어 초기에 보였던 유연성이 사라졌기 때문
    • 그렇다고 고정된 것은 아님
  • 사용자-기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
    • 기술에 대한 수용/거부의 이분법 →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기술 발전에 구성적으로 기여 →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흐려짐
    • 기술과 사회의 공-구성(co-constr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