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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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 저 《자유로 가는 길》(Roads to Freedom) 요약

인류가 꿈꾸어야 할 미래에 관하여

제1부 역사적 배경Historical

제1장 마르크스와 사회주의Marx and Socialist Doctrine

  • 사회주의는 엄격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일한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경향이다. 사회주의의 본질은 ‘토지와 자본의 공동소유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정의된다.
  • 사회주의자는 의회민주주의를 용인한다. 반면 아나키스트와 생디칼리스트는 모든 대의제 기구에 반대하며 공동체의 정치적 사안을 다른 방식으로 규제할 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모든 종류의 특권과 인위적 불평등의 철폐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자이며 기존 사회의 임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는 투사이다.
  • 세력으로서의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엥겔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 이전의 사회주의자들은 이상향의 꿈에 탐닉하느라 강력한 정당을 구축하지 못했다.

유물론적 역사 해석

  •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은 물질적 조건에서 비롯되며 이는 경제 구조를 통해 실체를 갖는다는 것이 마르크스 이론의 요체이다. 경제적 조건이란 성격과 견해를 형성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람의 의식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것들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된다.
  • 마르크스에게 역사의 흐름 전체는 인류를 조종하는 물질적 원인의 결과로서 필연적인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이 유익하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는 사회주의 혁명의 필연성을 입증하는 데 더 관심을 가졌다.
  •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의 죄악을 고발하였으나 딱히 그들을 잔인하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토지와 자본의 사적 소유가 계속되는 한 자본가들은 선천적인 필요에 따라 잔인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의 횡포는 결국 그들 자신을 전복할 세력을 만들어낸다.

자본 축적의 법칙

  •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업체는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개별 기업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기업의 수는 감소하고, 이 과정에서 개별 산업뿐 아니라 자본가의 수 또한 감소할 것이다.
  • 따라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본가에서 무산자로 쫓겨난 이들이 꾸준히 늘 것이며, 자본가들은 수적으로 점점 열세에 처할 것이다. 농업에서는 지주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지주들의 토지는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 이러한 과정은 자본주의 체제의 해악과 불의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반대 세력을 더욱 자극하게 된다.

계급투쟁

  • 마르크스는 임노동자와 자본가를 대립관계로 파악했고, 모든 사람이 그 둘 중 하나에 속하거나 앞으로 그렇게 되리라 보았다.
  •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하여 그 본성이 명확해질수록 자본가와 무산자 사이의 대립 또한 뚜렷해진다. 이 두 계급은 서로 대립하는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계급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으며, 이 투쟁에서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내부에서 전복할 힘이 생겨난다.

공산당 선언 요약

  • 계급투쟁의 존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 부르주아지는 종교 및 정치의 환상에 가려졌던 전근대적 착취를 적나라하고 파렴치하며 직접적이고 야만적인 착취로 바꾸는 혁명적 역할을 수행했다.
  • 부르주아지가 봉건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사용한 무기가 그들 자신을 겨누고 있다. 부르주아지는 자신을 죽일 무기뿐 아니라 그 무기를 휘두를 사람들을 만들어냈으니 바로 노동자 계급, 무산계급이다.
  • 무산계급을 궁핍하게 만드는 원인: 생산 비용에서 노동자가 갖는 몫은 그 목숨을 유지하고 자식을 생산(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계수단에만 한정된다. 노동이 혐오스러워질수록 임금은 적어지고, 기계사용과 분업이 늘수록 노동의 양은 증가한다.
  • 노동자들은 산업화 군단의 졸병으로서 부르주아지의 노예, 자본국가의 노예, 기계의 노예, 감독관의 노예, 자본가 공장주 개개인의 노예 신세가 된다. 이러한 횡포는 그 목적이 영리추구임을 노골적으로 외칠수록 더욱 비열해지고 가증스러워진다.
  • 계급투쟁의 성장방식: 노동자 개개인의 투쟁은 부르주아적 생산관계가 아니라 생산 도구 자체를 공격한다(네오러다이트). 개별 노동자와 개별 부르주아 사이의 대립은 두 계급 사이의 대립으로 성격이 바뀌어 가고, 노동자들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이러한 연대는 현대산업이 만들어낸 진보한 연락수단의 도움을 받으며, 동일한 성격을 가진 지역적 투쟁들을 하나의 전국적 계급투쟁으로 집중시켜 무산자들은 계급으로, 더 나아가 정당으로 조직된다.
  • 무산자의 보편성: 현대 산업노동의 자본에 대한 예속은 국경을 초월해 동일하며, 이는 무산자에게서 국적에 따른 특성을 박탈한다. 법률, 도덕, 종교는 모두 부르주아적 편견이며 이들 뒤에는 부르주아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 무산자의 운동은 절대 다수의 이해관계를 위한 절대 다수의 자발적 자주적 운동이다. 그 이전의 모든 역사적 운동은 소수의 또는 소수의 이해관계를 위한 운동이었다.
  • 공산주의자들은 무산계급 전체를 대표하며 국제적이다. 노동자에게는 나라가 없다. 애초에 갖지도 못한 것을 그들로부터 앗아갈 수는 없다.
  • 공산주의자들의 당면 목표는 무산계급의 정치권력 장악이며, 그 이론은 사적 소유의 철폐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 종교, 철학, 이념의 관점에서 공산주의에 퍼부어지는 비난들은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없다.
  • 현대 국가의 행정부는 부르주아지의 일상사를 관장하는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계급 혁명의 첫걸음은 무산계급을 지배계급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과 민주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 사회주의 혁명이 완수되면 우리가 아는 국가는 사라질 것이다. 무산계급이 권력을 장악하면 모든 차이와 대립이 종식될 것이며 그러므로 국가의 존재 자체도 종지부가 찍힌다.
  • 공산주의자들은 현존하는 모든 사회적 조건을 강제로 뒤엎어야만 자신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두려워 떨도록 하라. 무산자들이 잃을 것은 쇠사슬 뿐이요 그들이 얻을 것은 온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자본론에 대한 견해

  • 《자본론》에서 설파되는 잉여가치 이론은 매우 복잡하며, 순수한 경제 이론에 기여한 것으로 보기에는 신빙성이 매우 낮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삶에서 부를 쥐어짜내는 체제에 대해 마르크스가 품었던 증오가 추상적 용어로 바뀌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잉여가치 이론을 순수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까다롭고 추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실체적 진실 또는 오류와 별 상관이 없다.
  • 《자본론》에서 가장 훌륭한 대목은 경제적 사실들을 다룬 부분으로서,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마르크스는 자신의 후계자들에게 기득권, 압제자에 대한 굳건한 증오를 불어넣었다.
  • 《자본론》에 어둠을 밝혀줄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없다. 《자본론》이 지닌 힘은 독자의 정신을 끊임없이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 존재한다.

마르크스에 대한 의문

  1. 그의 역사 발전 법칙은 참인가?
  2. 사회주의는 바람직한가?
  • 이 두 질문은 서로 전적으로 별개이다. 사회주의가 반드시 오리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설령 틀렸다 하더라도 사회주의는 실현되면 좋은 것일 수 있다.
  • 마르크스의 학설의 오류들:
    • 민족주의는 쇠퇴하기는 커녕 강대해졌다.
    • 거대 산업이 독점에 이르기는 했으나 주식 보유자의 수 증가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의 수도 증가했다.
    • 대기업이 커졌지만 중소기업도 함께 커졌다.
    • 임노동자들 역시 자본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부의 혜택을 입었다.
    • 숙련 노동자는 노동계에서 귀족적 지위를 누리며, 그가 미숙련 노동자와 연대해 자본가에게 맞설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 이러한 까닭에 마르크스의 계급투쟁은 선명성을 갖지 못했다. → 수정주의의 등장
    • 수정주의 - 마르크스주의의 내부적 비판. 수정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을 리버럴 좌파로 바꾸어 놓았다. 1차대전 이전 임노동자들의 부가 증가한 까닭에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이었다.
    • 생디칼리슴 - 마르크스주의의 외부적 비판. 생디칼리슴은 마르크스-엥겔스보다 더욱 급진적이다. 이들의 목표는 당이 아니라 직업으로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이다. 생디칼리스트는 정치행동 일체를 경멸하며 혁명적인 노동조합을 통한 직접행동을 추구한다.

제2장 바쿠닌과 아나키즘Bakunin and Anarchism

  • 아나키즘은 모든 형태의 강압적 정부도 거부하는 이론이다. 아나키즘은 한 공동체의 지도부가 휘두르는 지배력으로서 구현된 국가에 반대한다.
  • 아나키즘은 새로운 학설이 아니다. 고대 중국의 노장사상에서 이미 그 요지를 파악할 수 있다.
  • 현대 아나키즘(아나르코공산주의)은 토지와 자본의 공동소유에 대한 신념과 연관이 있으며, 따라서 그 근간이 사회주의와 유사하다. 사회주의와 아나르코공산주의의 공통 토대는 사적 자본이야말로 특정 개인이 타인에게 부리는 횡포의 근원이라는 인식이다.
  • 마르크스를 현대 사회주의의 창시자로 본다면 아나르코공산주의의 창시자는 바쿠닌이다. 바쿠닌은 마르크스와 평생 대립했고, 그가 사망하기 직전 바쿠닌의 추종자들은 제1인터내셔널에서 축출되었다.
  • 바쿠닌은 마르크스와 달리 체계적이고 완결된 학설을 만들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주로 그의 후계자 크로포트킨의 저작들이 독해의 대상이 된다.

크로포트킨의 견해

  • 크로포트킨이 지향한 체제는 그 실현가능성은 둘째치고, 오늘날(1차대전)의 수준보다도 훨씬 발전한 생산수단을 필요로 한다.
  • 사회주의자들은 임금제도의 철폐를 바랬지만, 크로포트킨은 노동의 의무 자체를 없애야 하며 모든 것을 전 인구가 공평하게 분배받아야 한다고 보았다.
  • 노동이 즐거워지는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무위도식보다는 노동을 택할 것이다. 노동은 자발적이고 건설적 충동의 배출구가 될 것이며 어떠한 강제도 없어야 한다.
  • 집단행동은 만장일치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수가 아무리 적다 하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억지로 굴복시켜서는 안 된다.

아나키즘의 그늘

  • 아나키즘을 표방하는 매체 및 대중의 언사(지도부의 성향이 아님에 주의)는 빈자에 대한 연민보다는 부자에 대한 질시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서남부 유럽에서 더욱 그러하다.

무릇 저항하는 이들은 인간애에 대한 진정한 열정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레 통상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률 일체가 해이해지며, 더 나아가 잔혹한 복수심을 품게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는 바람직한 결과를 낳기가 힘들다.

  • 대중적 아나키즘의 순교자 숭배는 마치 십자가 대신 단두대가 들어간 기독교와 비슷한 종교적 충동의 배출이다.
  • 이러한 현상만을 보고 아나키즘의 강령이나 아나키스트 지도자들을 판단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지만, 아나키즘 스스로가 광기와 범죄 사이의 지점에 있는 수많은 성질들을 불러들인 것만은 여전히 사실로 남는다.
  • 아나키즘의 테러 투쟁은 1894년 사실상 종말을 맞았고, 이후 아나키스트들은 생디칼리슴을 옹호하는 노동조합과 연대한다.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의 차이

  • 아나르코공산주의자들이 상상하는 사회정제적 조직화는 사회주의자들의 상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들과 사회주의자의 차이점은 정부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 아나키스트는 정부가 다수의 동의뿐 아니라 피지배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민주적 대의제 정부는 사회주의자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나키스트들이 이에 항거한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그러나 순수 아나키즘은 사양세에 들어섰고, 아나키즘의 대의제 정부에 대한 저항, 임노동자 해방을 위한 정치적 수단의 대중화는 생디칼리슴을 통해 이루어졌다.

제3장 생디칼리스트의 난The Syndicalist Revolt

  • 생디칼리슴은 정치적 사회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프랑스에서 탄생한 운동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각국의 사회주의 운동사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은 사상으로 출발하여 그 전파 수단이 될 조직(정당)을 나중에 발전시킨 반면, 생디칼리슴은 이들과 달리 이미 있던 조직(노조)에서 출발해 그 조직에 적합한 사상을 발전시켰다.

생디칼리슴 탄생의 배경

  • 독일 사민당은 수권정당이 되었고, 군기에 집착하는 독일인의 성향 덕분에 내부적 의견차에도 불구하고 단결을 유지했다. 베른슈타인 이후 수정주의자들이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압도하면서 사민당은 사실상 리버럴 급진파가 되었다.
  • 영국에서는 마르크스가 인기를 끈 적이 한 번도 없다. 영국의 사회주의는 페이비언 협회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들은 혁명에 대한 옹호와 마르크스의 가치이론, 계급투쟁론 등을 모조리 내다버렸다. 남은 것은 ‘점진적 변화’ 뿐으로서 사회주의 강령 가운데 부자들의 적개심을 일으키지 않을 만한 것들을 조금씩 실현해야 한다. 영국 노동당은 1차대전 이전까지 사실상 자유당의 일부나 마찬가지였다.
  • 프랑스에서는 여러 사회주의 분파가 다툰 탓에 노동조합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조합에서 정치를 배제하자는 결의가 나타났다. 프랑스의 좌파 정치가들은 사회주의자로 정치이력을 시작했으면서도 결국 군대를 동원해 파업 노동자를 탄압한 경우가 빈번했고, 이로 인한 프랑스의 임노동자들의 정치혐오는 생디칼리슴의 토양이 되었다.

생디칼리스트의 투쟁

  • 노총은 조직의 개별 단위에 상당한 자치권을 허용한다.
  • 노동조합의 친목 활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자문을 제공할 뿐이며, 조합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 노총은 본질적으로 투쟁 조직이다. 따라서 동맹파업이 일어나면 다른 노동자들이 결집하도록 이끄는 핵심이 된다.
  • 생디칼리슴의 핵심 강령은 계급투쟁이며, 그 실행 수단은 정치활동이 아니라 산업별 행동(동맹파업, 불매운동, 라벨 붙이기, 태업 등)이다.
    • 불매운동과 라벨 붙이기는 미국 노동쟁의에서 적지 않은 몫을 해냈다.
    • 태업은 파업이 불가능한 경우 고의적으로 작업의 질을 낮추는 행위이다. 준법투쟁도 여기에 포함된다.
    • 자본가들은 태업에 도덕적 혐오감을 표하지만, 상황만 되면 자본가들 자신이 먼저 그러한 방법을 동원한다.
  • 생디칼리스트의 투쟁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파업이다. 그들의 목적은 고용주가 순순히 양보할 만큼 자잘한 개선사항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나뉜 구조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자본주의가 확실히 마비되도록 충분히 많은 임노동자들을 조직하여 동시에 완전히 작업을 중지하는 것, 즉 총파업이다.
    • (먹물들의 관점에서 생디칼리슴을 과도하게 대표하는) 조르주 소렐은 총파업을 기독교의 예수재림 같은 신화로 봐야 한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소렐의 견해는 적극적 생디칼리스트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총파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생생한 믿음이야말로 그들이 지닌 힘의 원천이며, 총파업이 그저 신화일 뿐이라는 설득에 넘어간다면 그들은 활력을 잃고 전망 전체에 환멸을 느낄 것이다.
    • 정치적 사회주의자들은 생디칼리스트들의 이러한 믿음을 비판하지만, 생디칼리스트들은 정치인의 정직성을 불신하기에 정치적 방법을 아에 신용하지 않는다.

생디칼리스트의 목표

  • 생디칼리스트의 목표는 그들의 투쟁 방법과 비교해 다소 선명성이 덜하다. 생디칼리스트들은 베르그송의 소위 엘랑비탈에 따라 운동과 변혁을 추구하는 집단으로서, 목표를 이루었을 때 어떻게 될지에 대한 뚜렷한 선견지명은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 생디칼리스트가 보기에 국가란 노동자 탄압을 위해 고안된 자본주의적 제도이며 타도해야 할 대상이다. 그들은 소련식 국가사회주의 하에 국가가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결단코 거부한다.
  • 생디칼리스트는 국제사회주의자이기에 반군국주의자이다. 그들의 투쟁 방법은 매우 전투적이지만, 국가 간의 전쟁의 목적이 노동자들과 무관하다고 믿기에 전쟁에 반대한다.
    • 반군국주의는 생디칼리스트들이 탄압당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반군국주의 운동은 1차대전을 막아내지 못했다.

사회주의-아나키즘-생디칼리슴의 비교

  • 사회주의는 모든 이의 소유를 지향하고, 아나키즘은 무소유를 지향하고, 생디칼리슴은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소유를 지지한다.
  • 집산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는 생디칼리스트가 보기에 부르주아 또는 엘리트주의자이며 책상물림 먹물들이다. 생디칼리슴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기원하여 그 목표까지 의심할 나위 없이 노동지향적이다.
  • 생디칼리슴은 (마르크스식) 사회주의가 아니며, 오히려 사회주의에 강력히 반대한다. 국가는 거대한 적이고, 사회주의자의 이상인 국가 독점 소유 또는 집산주의적 소유가 실현되면 노동자의 처지가 사적 고용주 아래에서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 아나키스트는 생디칼리슴에 동조하지만, 여기에는 총파업 같은 생디칼리슴 운동의 수단이 아나키즘의 폭력혁명의 대체물이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 생디칼리슴은 직능별 조합주의에 대항하여 산업별 조합주의를 표방한다.
    • 산별노조는 미국에서 만들어져 영국으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세계산업노동자연맹(IWW)의 구성원들은 사회가 최종적으로 지녀야 할 형태에 대해 통일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계급투쟁은 본질적 실체이며 노동해방은 산업별 행동, 그 중에서도 파업을 통해 이룩해야 한다는 명확한 태도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 미국의 노동운동은 매우 폭력적으로 전개되었다. 고용주들은 사병을 소유하고 민병대를 부렸으며, 위기 시에는 육군(즉 국가권력)까지 동원하였다. 국가를 하나의 자본주의적 제도로 본 프랑스 생디칼리스트들의 학설이 미국에서 진실로 드러난 것이다.

생디칼리슴의 의의

  • 생디칼리스트는 인간을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파악한다. 그들은 물질적 풍요의 증진보다 노동 안에서 자유를 획득하는 일에 골몰한다.
  • 생디칼리슴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득권층이 기꺼이 동의할 만큼 사소한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 재건, 즉 압제의 모든 근원을 일소하고 인간의 건설적 활력을 해방하며 생산 및 경제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인식하고 규제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 생디칼리슴의 자잘한 단점들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까닭은 이 공로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며, 그 사상이 뚜렷한 운동으로서 지닌 생명을 1차대전과 함께 잃게 된다 하더라도(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 공로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제2부 미래의 문제들Problems of the Future

제4장 노동과 임금Work and Pay

더 나은 사회질서를 찾으려 하는 사람은 두 가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 자연의 저항 - 상대하는 수단은 과학
  • 인간들의 저항 - 상대하는 수단은 정치와 사회조직

과학과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문제 두 가지:

  • 맬서스의 인구론 - 인구는 지수증가하고 식량은 선형증가하므로 인류의 대부분은 생존과 번식만이 가능한 최저 수준의 삶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재화 이상의 잉여가치는 오로지 대다수 사람들이 문명화된 삶을 누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단순노동에 시달림으로써 생산해낼 수 있다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 크로포트킨이다.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의 분배 문제에 관한 근본적 차이

  • 사회주의:
    • 실제 노동 또는 노동하고자 하는 의지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 연령이나 질병으로 인해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일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주의는 고통스러운 노동을 공정하게 강제할 방법을 찾는다.
  • 아나키즘:
    • 일상적인 재화는 무조건 모든 이들에게 원하는 만큼 제공되어야 한다.
    • 무한정 공급할 수 없는 귀중품은 배급을 통해 전 인류에게 공평히 분배되어야 한다.
    • 아나키즘은 노동을 즐거운 일로 만들어 인구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노동에 나서게 만들 방법을 찾는다.

현실의 인식

  1. 현재의 체제에서는 그저 우연히 물려받은 땅이나 자본만으로 나태와 풍요를 누리는 사람이 많다.
  2. 산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사회적 유용성에 비해 마땅히 누려야 할 풍요에 못 미치는 소득을 얻고 있다.
  3. 발명가나 탐험가는 사회적으로 매우 유용한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가 또는 대중에게 보상을 강탈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4.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은 오로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를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조차도 대개는 능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 선택받는다.
  5. 임노동자는 일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고용주의 관점에서 본 유용성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자신의 책임이 아닌) 원인들로 인해 곤궁에 빠진다.
  6. 이러한 곤궁은 상존하는 공포로서, 실제로 일어날 경우 부당한 고통을 낳으며 때로는 고통당하는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7. 이는 우리의 기존 체제를 생산의 관점에서 볼 때 불거지는 해악이며, 어떠한 형태이든 사회주의적 체제에서는 이러한 해악들이 사라져야 한다.

의문

  1. 보다 숙련된 노동 또는 사회적으로 보다 가치 있는 노동이 양적으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면, 사회는 그러한 노동에 대해 반드시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가?
    • 이는 사회주의의 두 분파를 구분하는 질문이다.
    • 온건 사회주의자: 노동의 종류가 다르면 보수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
    • 과격 사회주의자: 모든 노동자의 소독은 동등해야 한다.
  2. 게으름뱅이조차도 노동의 성과를 똑같이 분배받게 된다면, 그래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충분할 만큼 노동이 매력적일 수 있는가?
    • 이는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를 구분하는 질문이다.
    • 사회주의자: 노동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재화가 박탈되어야 한다.
    • 아나키스트: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임금 vs. 무상분배

  • 임금제도 철폐는 태생적으로 아나키즘 쪽에 그 저작권이 있다.
    • 아나키즘적 사회관에서는 오늘날 물이 그러하듯이 보편적 재화는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제공될 수 있다. 도로나 교량처럼 과거에는 돈을 내야 했던 여러 물건들에 이미 그 사상이 적용되어 있으며, 전차나 철도에도 그 경향이 앞으로 전파될 수 있다.
    • 이러한 체제가 생필품 정반으로 확산된다면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누구나 최소한도의 생존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기본소득?)
    • 이러한 세상에서는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자극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므로 노동을 지속시키려면 다른 동기가 있어야만 한다.
  • 아나키스트들의 주장
    • 수요량이 최대 생산능력에 못 미치는 재화라면(예컨대 부자는 빵을 마구 사들일 능력이 되지만 배가 부르면 굳이 빵을 더 사지 않는다) 무제한 공급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이 원칙은 상품 뿐 아니라 교육 등의 부문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고등교육까지 전 과정이 무상화된다 하더라도 모든 젊은이들이 그 과정을 모두 마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오늘날 사무직이나 전문직은 대개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대서양 횡단 여객선 화부와 같은 내키지 않는 또는 고통스러운 일은 아나키즘 체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통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허락할 수 있다. 이론의 완전성은 다소 훼손되지만 이론 자체가 무너질 일은 아니다.
    • 크로포트킨이 말한 것처럼 노동 자체를 즐거운 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농업이 무학력자들의 육체노동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 참여하는 텃밭 노동이라면 농업은 괴롭지 않은 일을 넘어 종사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제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공업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없을까?
    • 예술가나 문필가, 추상적 지적 활동에 종사하는 이는 사회적 인정과 상관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의 자유는 단순한 게으름뱅이들의 농땡이와는 다르게 취급해야 할 것이다.
  • 요약 - 아나키스트들의 제안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1. 모든 생필품을 모든 구성원에게 임의로 공급해야 한다
      • 첫 번째 제안은 지금도 수돗물을 비롯한 재화들에게 적용되어 있고, 머지않은 장래에는 더 많은 부문에 대해 실행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재화를 넣고 뺄 수 있으므로 탄력적이기까지 하다.
      • 대다수가 적당한 수준의 일을 한다는 조건 하에 과학과 사회조직을 통해 그 일의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모든 이에게 생필품을 공짜로 나누어 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
    2. 누구에게도 노동의 의무를 부과하거나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 그러나 두 번째 제안은 상당히 미심쩍다. 경제적 압박을 통해 근면이 습관화된 공동체에서는 여론만으로도 구성원 대부분을 일하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 아나키즘의 노동 유발 동기가 게으름뱅이들이 심각할 정도로 불어나는 사태를 막을 만큼 강력할까?
  • cf) 정통 사회주의자들의 견해 — 사회주의의 근본 개념은 굶어죽는다고 협박하든 아니면 형법을 적용하든 간에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일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에 대한 우려:
      • "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당국의 눈에 들어야 하고, 당국을 거스르는 행위가 일로 인정받을 리 없다. 새로운 사상체계는 주창자가 권력 또는 뇌물의 힘으로 검열관들의 자비를 얻지 못하면 일절 금지당할 것이다.
      • 사회주의 "국가"의 통치자는 오늘날의 사회주의자와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관료들일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뿐 아니라 모든 개혁에 대해 적용되는 문제이다.
      • 아나키스트들의 포부에 위험한 구석이 있다면, 사회주의자들의 포부에도 똑같은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종합: 아나키즘은 자유와 관련해 장점이 있고 사회주의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정의)과 관련해 장점이 있다. 이 두 가지 장점을 한 데 묶을 방법이 없을까?

  • 우리가 지지하는 계획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다.
    • 일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사람은 누구나 적지만 생필품을 구하기에는 충분한 소득을 일정액 보장받아야 하며, 이보다 더 큰 소득은 생산된 재화의 총량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공동체가 유용하다고 인정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 소위 고급 노동은 오히려 더 많은 보수가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사람들이 유독 꺼리는 일을 택한 사람이 있다면 대다수 노동자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 일단 여기서는 우리가 지지하는 사회체제가 자유와 정의를 모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는 점, 아나키스트의 계획과 정통 사회주의자의 계획에 똑같이 도사린 위험을 피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제5장 정부와 법률Government and Law

정부와 법률은 본질 자체가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유는 정치적 미덕 가운데 으뜸이다. 성급한 사람이라면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정부와 법률은 당장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이 장에서는 법률과 국가에 반대하는 아나키스트들의 주장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는 자유야말로 훌륭한 사회 체제가 추구해야 할 지고의 목표라는 가정 위에서 논의를 전개할 텐데, 아나키스트들의 주장이 매우 미심쩍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가정 때문이기도 하다.

  • 인간의 본성이 지금과 같이 지속되는 한, 개인이 스스로의 충동을 마음껏 따르도록 허용해 주는 사회보다는 개인이 저지르는 독재 행위를 금지하는 사회가 더 자유로울 것이다.
  • 특정한 형태의 정부 및 법률이 필요하다고 인정할지언정 모든 법률 및 정부는 그 자체로서 어느 정도는 해악이며, 그보다 더 큰 다른 해악을 방지할 때에만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
  • 그러므로 국가가 행사하는 모든 권력은 꼼꼼하게 감독해야 하며, 국가 권력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는 사적 독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모두 환영되어야 한다.

각 유파의 국가관

  • 정통 사회주의:
    • 마르크스는 국가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편으로는 소련의 국가사회주의자들처럼 기꺼이 국가에 거대권력을 부여하려 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혁명이 완수되면 우리가 아는 국가는 사라지리라 예언했다.
    • 《공산당 선언》에서 제시한 당면 과제들 중에는 배타적 독점지위를 지닌 중앙은행, 통신 및 교통수단의 국가 독점 등 기존 국가 권력을 크게 증대시키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 그러나 마르크스에 의하면, 계급이 사라지고 모든 생산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의 손에 집중되면, 공권력은 그 정치색을 잃게 될 것이다. 무산자는 혁명을 통해 계급간 대립뿐 아니라 계급 전반이 존재토록 하는 조건을 일소하여 자신들이 새로이 갖게 될 계급적 우위까지 철폐하게 된다.
  • 생디칼리슴:
    • 생디칼리스트는 마르크스의 가르침 가운데 계급투쟁론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인 반면, 국가에 대해서는 끔찍한 혐오를 보이며 국가를 아예 폐지하기를 바란다.
    • 그러나 생디칼리스트는 노조에 대한 국가의 탄압은 반대하지만 노조가 개개인에게 가하는 강제권은 반대하지 않으리라는 의심을 받는다. 노조 안에 구성된 정부는 국가의 정부만큼 엄격할 것이고, 생디칼리슴의 이론적 아나키즘은 권력지향적 추세를 막지 못한다.
  • 영국의 길드 사회주의:
    • 이들은 생디칼리슴의 영향을 받아 낡은 국가사회주의를 배격하지만, 사회가 중앙 권력을 완전히 분산해도 괜찮다는 아나키즘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길드 사회주의자는 소비자들을 대표하는 민주의회와 생산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동등하게 병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나키즘(이번 장의 주인공):
    • 크로포트킨은 자유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성취가 얼마나 많은지 지적한다.
    • 크로포트킨이 국가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다수결 때문이 아니라, 반대자들에게 결정을 강요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 대의제 체제 및 다수결 원칙 자체가 악하다.
    • 합의가 지닌 유용성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일단 현재의 사적소유 체제에서 비롯된 약탈적 동기가 사라지기만 하면 협력은 확실히 이루어질 것이다.

러셀의 반박: 아주 매력적인 견해이지만, 이것은 조급함에서 비롯된 결과이자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이상에 더 빨리 이르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

  • 아나키스트는 범죄는 열악한 사회조건에서 발생하므로 자신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세상에서는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확실히 아나키즘이 실현된 세상에서는 아나키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대규모 집단범죄의 동기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
  • 그러나 아나키스트 사회에 미치광이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는가? 그 미치광이들을 풀어놓으면 살인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미치광이는 잡아 가두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은 흑백으로 나뉘지 않는다. 미치광이 살인자와 다소 폭력적일 뿐인 정상인을 흑백으로 보자면 그 사이에는 그래디언트가 존재할뿐이다.
  • 특정한 유형의 행동은 대중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다른 처벌 수단이 없어질 경우 예외없이 사적 응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사람은 대개 특정한 종류의 악의를 타고나는데, 이 악의가 반드시 공동체에서 가장 악한 자들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 나폴레옹이 크로포트킨의 사회에서 태어났다면,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세상에 순순히 적응했을까? 의기투합한 야심가들이 사병을 조직하고 탄약을 맏릉거 자유에 취해 있던 시민들을 노예로 만들려 든다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는가?
  • 권력에 대한 집착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집착을 지닌 이들이 남을 억압하는 것에서 배출구를 찾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은 오로지 공동체의 조직적인 힘 뿐이다.
  • 폭력에 의존하여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고자 하는 생각은 지난 시대의 결투가 그러했듯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습과 사고관의 변화는 법적 제재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러한 조치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범죄와 그 처벌에 대하여

  • 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형법은 필요한 것이며 공동체는 특정 행위를 막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범죄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 범죄자를 "환자"로 취급하는 방법.
    •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공동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이동할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전염병 환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환자는 오히려 동정의 대상이 된다.
    • 병의 치료는 과학적으로 이루어지며, 환자는 병이 나을 때까지 의사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한다.
    • 범죄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 범죄자에 대한 징벌적, 혹형주의적 관점의 문제점
    • 범죄에 대한 대중의 관점은 미친 개가 사람을 문 것과 같다. 그러나 어떠한 개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발광하지 않는다.
    • 교정의 관건은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 수감자는 감방에 갇혀 지내며 교도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 사회의 적으로 철저히 비난당하며 아무 의미없는 기계적 노역을 강제당한다.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계발할 자극도 얻지 못한다. 이런 대우를 받고 나온 사람이 사회에 대해 전과 같이 비우호적 감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 오늘날의 형법의 상당부분은 소유권 보호, 즉 부자의 부당한 특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부자의 악행은 대개 빈민의 잡범죄보다 사회에 더욱 커다란 해악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기존 질서를 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
  • 공동체의 권력이 형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특정 종류의 행위를 예방해야 마땅하다면:
    1.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2. 범죄자에 대한 징벌 역시 죄의 관념을 벗어나 질병 치료와 같은 취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그러나 이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 하더라도 아나키즘 원칙에 충실한 사회보다는 사법제도를 보유한 사회가 더욱 바람직하리라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국가가 경제력 및 관료제도를 통해 행사하는 힘

  • 국가사회주의의 주장에 따르면 자본주의를 토대로 삼지 않는 국가에서는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가(러셀이) 보기에 이 같은 주장은 완전한 착각이다.
  • 정통 민주주의 이론을 신봉하는 사람은 자본 권력을 제거하기만 하면 대의제가 관료제의 폐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나키스트와 생디칼리스트는 이러한 관점을 가차없이 비판한다. 고도로 민주화되었다는 프랑스에서는 생디칼리스트들이 진보적 소수로서 국가 권력에 탄압당하였다.
  •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대의제 정부에서 극도의 환멸을 느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의제 정부가 그 이전의 지배체제들보다 낫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의제 정부에 대해 극좌파들이 가하는 비판 역시 완벽하게 정당하다.

대의제의 한계들

  • 경험을 통해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웅변가들의 위선을 가려내지 못할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가장 정직한 사람조차도 때로 소름 끼치는 생각을 품을 수 있다.
    • 대중의 환심을 사는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위선의 탈을 쓰는 습관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 선출직 대표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 기질과 더불어 기만을 저지르지 않는 한 누구도 정치계예서 자리보전을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자라난다.
  • 큰 나라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해악은 유권자와 정부 사이의 먼 심리적 거리이다.
    • 법률을 제정하는 이들은 두꺼운 벽과 수많은 경찰관의 보호를 받으며 군중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락하게 살아간다.
    • 대표자들은 일부 집단이 품은 불만보다는 소위 ‘전체 공동체 전반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공동체 전반의 이해관계란 실로 모호하기에 사리사욕과 겹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의회는 자의 반 타의 반 국민을 배신하게 돤다. 강경 노동운동가들이 민주주의에 냉담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 다수결의 치명적인 결점은, 이해관계가 직접 얽혀있거나 그 문제에 대해 잘 아는 극소수의 국민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나머지 국민들도 의사 결정과정에서 동등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 따라서 지역이든 산업이든 오로지 작은 부문에만 관련된 문제를 전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
    • 이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국가 내의 주요 집단에게 자치를 허락하는 것이다. 집단이 스스로 선출한 지도부는 멀리서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의회보다 더욱 가깝게 유권자들과 접촉하며 그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깊이 파악할 것이다.
  • 길드 사회주의의 견해
    • 생디칼리슴에서 수입된 길드 사회주의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은 개별 산업을 자치 단위로 조직하여 내부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명백히 별개의 이해관계를 지닌 다른 부문에까지 이러한 조치를 넓혀 가면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가 드러낸 해악들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개인이 자유에 대한 희망을 품으려면 오늘날 산업자본주의가 휘두르는 거대한 권력을 쪼개야만 하며,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산업 및 정치 부문의 사회조직을 함께 존립(상술한 대의제 의회와 전국단위 노총의 병존) 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 우려 — 의회와 노총이 야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노총이 생산문제에서 전능한 권력을 차지한다면 그때는 오늘날의 전능한 국가권력이 자행하는 해악이 오래지 않아 재등장할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국가권력의 일원이 되면 독재적이고 보수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종합

  • 단일 집단이 개개인의 자유를 모자람 없이 지킬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다수의 정당한 지지 등을 명분으로 조직적인 강제력을 휘두를 때 국민이 저항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 이 방법이 성공을 거두려면 적절한 조직이 있어야 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풍조를 널리 퍼뜨려야 하며, 이론적으로도 실생활적으로도 정부에 복종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 아나키스트들의 주장과 달리 국가는 특정한 목적(국방, 관세, 후생, 불건전 약물 규제, 공정한 분배체제 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제도처럼 보인다. 중앙 지배기구가 없는 공동체는 이 같은 목적을 포함한 여러 기능들을 수행하지 못한다.
    • 예: 아편 때문에 멸망 위기에 처한 바 있던 중국에서는 애국자라면 누구나 아편 무역을 금지하길 원한다.
  • 하지만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존속해야 한다고 인정하려면 그 권력을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에만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
  • 국가를 신성시하거나 국가를 섬기는 것을 모든 국민의 의무로 보는 학설은 진보와 자유를 철저히 반대하는 것이다.
  • 국가는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이자,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수단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있어야 할 수단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거두려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수단이다.
  • 우리가 섬겨야 할 것은 국가가 아니라 공동체, 전 세계를 아우르고 전 인류를 포함하는 공동체이다.
  • 모든 선은 개인 안에서 실현되어야 하며, 세상의 모습을 새로 꾸미고자 하는 정치 체제는 반드시 개인의 자유로운 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제6장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관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전쟁을 피하는 것
  2.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이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같은 지향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강한 나라들끼리 짜고쳐서 약한 나라들이 개기지 못하게 만들면 어쨌든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유념해야 하며 둘 중 하나로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요인

  1. 미개발 국가에서 새 투자처를 찾으려는 금융계의 욕망
    • 불안정한 정부와 관련된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기업은 선진국보다 미개발 국가에서 훨씬 높은 이익을 누린다.
  2. 언론.
    • 거대 신문사를 경영하려면 큰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 매체의 소유주는 자본가 계급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이 자기 계급과 다른 견해 및 전망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 이들을 통하면 평범한 독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세상은 진실로부터 ㅁ러어져 자본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3. 명령을 내리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호전성
    • 부당할 만큼 거대한 권력을 독점한 이들은 아부에 능한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살며 노조와 불화를 일으킨다.
    • 예전에는 이런 작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지배계급"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는데, 명목상 민주주의 덕분에 그런 말들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럼에도 그 말 자체는 여전히 진실성을 지닌다. 자본주의 공동체라면 어디에나 명령을 내리는 이들과 고분고분 복종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문 —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것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는 둘 다 다른 문제에서 그러하듯이 인간 본성의 근간이 되는 본능을 이 문제에서도 부당하게 무시한다.
  • 전쟁은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있었고, 투쟁은 동물들 사이에 습관처럼 일어난다. 인간은 원래 경쟁을 추구하고, 탐욕스러우며, 호전적이다.
  • 자본주의가 호전적 본능의 배출구가 되는 경로를 현대 사회에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가 막힐 경우 교육과 사회 환경이 대대적으로 바뀌어 경쟁 본능의 위력이 줄어들지 않는 한 다른 경로가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타당하다.
  •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구절을 통해 국제주의를 주창했다. 무산자가 잃을 것이 쇠사슬 뿐이라면, 그들의 적개심은 다른 나라의 무산자를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모든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의 실제 심리는 《공산당 선언》의 가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자신이 잃을 것이 사슬뿐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을뿐더러,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 노동자들이 잃을 쇠사슬 가운데 일부는 그들 스스로 찬 것이다. 그들 자신 또한 전제와 착취의 거대한 체제 가운데 일부이다. 영국 같은 나라의 노동계급은 덜 발전한 인종을 착취하여 축적한 이익을 나눠 받을 뿐 아니라 그들 중 상당수가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공제조합 등을 통해)이기도 하다.
  • 자본의 사적 소유의 철폐가 세계평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찬성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목적한 바(셰계평화)를 이루이게는 부족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정통 사회주의자들이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인간 본성에 가까운 원인이 있다.
    • 개미는 공동체가 이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사회주의를 이룩한 생물이지만, 그럼에도 이웃한 개미굴에서 길을 잃고 흘러든 개미를 보면 예외 없이 죽이고 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캘리포니아의 백인과 황인 사이처럼 인종적 간극이 큰 곳에서는 인간도 개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제연맹의 희망

  • 국제연맹 창설의 씨앗이 된 사상이 반드시 다른 변화들과 함께 발전해야 세계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
  • 시간이 흐르면 전쟁의 파괴성은 점점 심해지고 전쟁으로 얻는 이익은 점점 줄어든다. 노동 생산성이 커지면 더 많은 인구를 살육에 동원할 수 있게 되고, 전쟁에 이성적으로 반대하는 주장은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침략국은 반드시 격퇴당한다는 사실이 기정화된다면 문명국 가운데 침략전쟁을 일으킬 나라는 없을 것이다. 모든 열강이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침략국에 맞서 한 편이 될 수 있다면 이러한 조건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 평화 확보를 위해 가장 명백히 필요한 조치들 중 하나는 군축이고, 이는 모든 국가간의 신뢰와 협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아프리카

  •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여성투표권과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실시한들 이 지역의 원주민들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영국의 로이드조지 총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 유럽에 어떤 지배체제가 들어서든 아프리카의 흑인들은 앞으로도 한참동안 유럽인들의 지배와 착취 아래 놓일 것이다.
  • 유럽인들이 사회주의적 공상에 빠져 아프리카의 희생 위에 부를 쌓기를 그만둔다 하더라도 사태는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병과 군벌들이 날뛰어 악화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 사회주의 또는 아나키즘 공동체가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미개한 원주민들이 사는 아프리카를 어떻게 통치하고 운영할 것인가?
    • 백인 공동체는 극도로 주의하지 않으면 노예 소유주의 지위와 본능에 익숙해지곤 한다. 오늘날(1차대전 종전 직후) 서유럽 국가들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의 근원인 의도적 무의식이 좌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 해악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악을 미리 내다보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백인 공동체들이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기본 정신을 최대한 실현하고자 한다면, 피지배 인종을 대할 때도 절대적으로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우선 아프리카 지배를 통해 자본주의적 이득을 얻으려는 생각을 철저히 버려야 한다.
      • 한 나라가 자치를 실행했을 때 소비할 수 있는 것은 그 나라 안에서 모두 소비해야 한다.
      • 문명이 지체된 상태는 개선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유럽인들이 힘을 기울이기만 한다면 아프리카인들도 시간이 지난 후에 민주적 자치 정부를 꾸릴 수 있다.

아시아

  • 아프리카에 자치 정부 수립을 막는 장애물이 아시아에도 똑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는 현실 정치에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 원리를 뚜렷이 적용할 수 있다.
  • 아시아인들이 자유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지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군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는 그들이 탐욕스러운 유럽인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아시아의 민족주의자는 자기 조국의 문화가 서양에는 없거나 있더라도 주목받지 못하는 가치들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문화를 자유로이 보존하고자 하며, 같은 피지배 위치에 있는 영국인과는 다른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치적 자유를 갈구한다.
  • 우리(백인)가 필요에 따라 발전시킨 민주적 정부를 아시아에 강요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시아 식민지(언급된 것은 인도)가 자국 정부의 형태 및 교육방식, 문명화 과정 등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제7장 사회주의와 학문Science and Art under Socialism

  • 사회주의는 대개 자신들의 사상이 물질적 복지를 증진할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사람들의 눈에는 사회주의가 예술과 철학 분야에서는 문명 발전에 기여할 역량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 마르크스를 비롯한 사회주의 주창자들은 사회주의 혁명과 함께 천년왕국이 시작될 테니 인류에게 더 이상의 진보는 필요치 않다고 하기도 했다.
  • 사회주의가 예술과 과학에 적대적이지 않은지, 사회주의가 힘들고 느리게 진보하는 정형화된 사회를 만들어 내지 않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풍요는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정신적 삶에 속하는 보다 높은 가치를 발전시킬 수단일 때에만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 사회 체제가 제공하거나 억압하는 조건 가운데 정신적 창조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
    1. 기술적 훈련
    2. 창조적 충동을 따를 자유
    3. 다수이든 소수이든 결국 대중이 그 가치를 알아볼 가능성

기술적 훈련

  • 오늘날 기술적 훈련을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둘 중 하나이다. 은수저로 태어나든지, 아니면 일찌감치 재능을 보여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 전자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라질 터이니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
    • 일부는 이 같은 경우에 손해가 일어날 것이라 우려하지만, 재능있는 소수가 누리고 있던 특혜를 그 양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더 널리 확장해 비슷한 소질을 가진 비은수저들까지 누리게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거의 틀림없이 이익이 될 것이다.
  • 장학금 제도는 없느니보다는 낫지만 여러 관점에서 비판할 만 하다.
    • 한참 어린 아이들의 학업에 경쟁심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지식 자체에 내재한 흥미나 중요성보다 시험에 쓸모 있는 것의 관점에서 보게 된다.
    • 이러한 제도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느긋이 생각하는 인재보다 일찌감치 판에 박힌 문제를 술술 대답하는 인재가 더 높이 평가받는다.
    • 가장 해로운 단점은 어린 나이에 과로한 나머지 장성했을 때 활력과 흥미를 잃는 경향이다.
    • 국가사회주의는 시험 경쟁을 통한 장학금 제도를 보편화할 지 모르며, 만약 이렇게 되면 매우 큰 해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 경쟁의 해악에 반대하는 것은 기존 질서에 맞서는 사회주의적 저항의 진정한 본질 가운데 일부이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장학금 제도보다 더 나은 제도를 찾아야 한다.
  • 대안 — 무상교육
    • 모든 남녀 아동에게 21세가 될 때까지 모든 종류의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자. 대다수는 21세가 되기 전에 학업에 싫증을 느끼고 일찌감치 다른 일을 택할 것이다. 이로써 긴 수련 기간이 필요한 일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인재를 자연스레 추릴 수 있다.
    • 모든 이에게 원하는 기간만큼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체제는 자유의 원리와 부합하는 유일한 체제이자 재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든든한 희망을 주는 유일한 체제이기도 하다.
    • 이는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 및 아나키즘과 상통한다. 이론적으로는 자본주의와도 통하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히 상극이기 때문에 실현하기가 불가능하다. 오늘날 사회 빈곤계급에서 낭비되는 재능이 얼마나 막대한지 생각해 보면 사회주의가 이러한 체제를 조장한다는 사실은 사회 변화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창조적 충동을 따를 자유

  • 교육을 마친 뒤 기존 전문가들의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보기에 훌륭한 것을 만들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역시 불로소득을 누리는 은수저거나, 두번째는 기력을 남김없이 빼앗기지 않는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 사회주의 하에서는 아무도 불로소득을 누리지 못할 것이므로 학문의 손실을 없애려면 오늘날 소수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 오늘날의 창조적 업적의 상당 부분은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 과학 및 연구 부문 업적은 대개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겨스)이 남는 시간에 성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학과 교직은 결합하기 쉽기 때문에 오늘날 과학 분야는 활기를 띠고 있다.
    • 한편 음악가는 연주자를 병행하면서 벌어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아니하는 음악가는 은수저거나 대중의 취향에 맞지 않는 한 곤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 예술이 과학보다 덜 융성한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 관료주의적인 국가사회주의자의 해법:
    • 각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을 모아 기구를 만든 다음 젊은이들의 작품을 판정해 면허를 발급하는 임무를 부여하자
    • 이런 체제에서의 젊은이는 그 자신이 심사위원이 될 때까지 심사위원들을 쉬지 않고 만족시켜야 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예술가에게 경쟁력이 있는데, 또한 예술 분야의 가장 훌륭한 전통을 고분고분 따르는지를 감시할 수 있다.
    • 예술은 인간 본성의 거칠고 무질서한 측면에서 피어오른다. 선의를 가진 무지한 관료주의자가 인간 본성의 거친 면을 늘 빈틈없이 지배한다면 삶의 기쁨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살고자 하는 충동 자체가 서서히 말라죽을 것이다.
    •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 대부분이 사회주의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위와 같은 악몽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본질에는 예술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조금도 없다. 오로지 특정한 형태의 사회주의만이 상술한 위험을 내포하는 것이다.
  • 사회주의적으로 예술가가 자유를 확보할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 예술가는 예술 이외의 직종을 부업으로 삼고, 그 직종에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에 비해 적은 보수를 얻는다. 대신 구매자를 확보하면 자신의 작품을 팔 수 있도록 허가받아야 한다. 이리하면 경제적 곤란을 감수하면 누구나 제한 없이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뜨내기 예술가들은 걸러질 것이다.
    • 다른 가능성은 아나키스트들이 바라는 대로 일을 하든 안 하든 누구나 평등하게 무료로 생필품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시간을 예술과 즐거움에 바치고자 하는 자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사치를 부리기에는 부족한 정도의 품삯으로 연명할 수 있다. 누구나 종사할 수 있는 쉽고 쾌적한 노동 대신 궁핍한 자유를 택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 이 두 방법 중 하나를 택하면 사회주의 공동체의 예술가는 오늘날 은수저들을 제외한 모든 예술가가 누리는 것보다 훨씬 완전하고 폭넒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 도서 출판의 경우의 문제:
    •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사영 출판업자가 존재할 수 없다. 국가사회주의에서는 국가 자체가 유일한 출판업자가 될 것이고, 생디칼리슴이나 길드 사회주의에서는 출판업자들의 노총이 업계를 지배할 것이다.
      • 이러한 상황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글보다 사실을 나열하는 글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국가가 유일한 출판업자라면 국가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책은 틀림없이 출판을 거절당할 것이다. 출판 노총이 최종 심판관이라면 그들을 비판하는 책을 어떻게 출판할 수 있을 것인가?
      • 정치적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문학 분야에서 고위 관료들의 검열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므로 문학의 자유를 지키려면 여기에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크로포트킨의 견해: 단순노동과 지적노동은 결합할 수 있으니, 작가들 스스로가 식자공이자 제본업자여야 한다
      • 러셀의 반박: 현실은 마인크래프트가 아니다. 세상에 그런 능력을 갖춘 작가가 있을지 의심스러울 뿐더러, 그들이 자기가 잘 하는 일(먹물 파기)을 내팽개치고 남이 하면 훨씬 더 잘하고 빨리 할 일(식자, 제본)을 엉망으로 해치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낭비이다.
      • 이윤으로 묶이지 않은 공동체에서는 관련자들 사이에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며, 결국 종래의 관습을 벗어난 책이 출판될성싶지는 않다. 크로포트킨 본인의 책도 호의적인 평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은 국가나 노총이 출판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 원고의 경우 작가가 자비출판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 뿐인 것 같다.
      • 사회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이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 필요 비용은 작가가 사회적으로 유용성을 인정받는 일에 일정 기간 종사하여 얻은 소득의 일부로 지불하면 된다.
      • 크로포트킨이 말한 대로 DIY 출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출판 비용이 정해진 요율에 따라 결정된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어떤 책도 출판을 금지당해서는 안 된다.
      • 열렬한 독자들을 거느린 작가는 그 도움을 받아 비용을 치를 수 있을 것이고, 무명작가는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리 되면 열의가 부족한 작가들을 걸러내는 효과가 있으므로 전적으로 해롭다고 할 수는 없다(조아라?).
      • 정통 사회주의자들은 이에 틀림없이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체제의 노예가 되는 것은 실수일뿐더러 어떠한 체제도 유도리 없이 적용할 경우에는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주었을 때 피할 수 있는 해악들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 대체로 사회주의는 예술가와 과학자에게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테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술한 것과 같이 이러한 목적에 들어맞는 형태의 사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대중이 가치를 알아볼 가능성

  •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문의 성과가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는 것도, 무지에서 비롯된 절반짜리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 모두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이 깃든 작품을 중요한 것으로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느낄 가능성이다.
  • 철저히 상업화된 사회에서 예술가는 돈을 벌 경우에만 존경을 받는데, 그는 돈을 번다는 사실 때문에 존경을 받을 뿐이지 돈을 벌게 해준 예술 작품 자체로는 존경을 받지 못한다.
    • 이는 단추걸이나 껌팔이로 부자가 된 사람이 그 부에 대한 존경을 받을 수 있어도 부를 얻은 수단이 존경을 받지 못함과 같다. 부자가 된 예술가는 백만장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존경을 받지만, 그의 작품은 단순한 돈벌이의 수단으로서 껌팔이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 이러한 분위기에서 예술가가 순수한 창조적 충동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는 주위 환경에 오염되거나 자신의 열정을 쏟은 작품이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함에 따라 한을 품게 된다.
    • 필요한 것은 예술가에 대한 존경이 아니라 예술작품에 대한 존경이다. 모든 것을 내재적 가치가 아닌 유용성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예술가는 살아남기 힘들다.
  • 어떠한 예술이든 그것을 진정으로 감상하는 행위는 직관적 즐거움과 연관이 있다. 사람은 생존 투쟁이나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너무나 엄숙해져서 농담을 즐기지도 못하고, 예술을 감상할 여유도 누리지 못한다.
    • 더 나은 경제 체제를 실현하여 투쟁의 강도를 낮추고, 노동 시간을 줄이고, 생존의 부담을 가볍게 하면 삶의 기쁨과 세상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데 필요한 활력은 틀림없이 늘어날 것이다.
    • 하지만 단순히 빈곤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이처럼 좋은 결과는 얻을 수 없다. 그러한 결과를 거두려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속속들이 퍼져야 하며, 오늘날 개인의 정신을 억누르는 거대한 체제의 억압감도 사라져야 한다.
    • 국가사회주의는 불가능하겠지만 아나키즘의 교훈을 흡수한 사회주의라면 자본주의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수준의 자유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종합

  • 예술 및 과학의 세 가지 필수 조건, 즉 교육과 자유와 감상능력 모두의 관점에서 볼 때 국가사회주의는 기존의 해악을 제거하는 데 실패할 뿐 아니라 새로운 해악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 반면 길드 사회주의나 생디칼리슴은 공인된 직업에서 더 적게 일하는 쪽을 선택한 사람에게 자유시간을 보장해 준다면 어떠한 자본주의 체제보다도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자유의 중요성이 적절히 알려지기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것에 서 그러하듯이, 여기서도 최선의 길은 자유로 가는 길이다.

제8장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세상The World as it Could be Made

대다수 갑남을녀의 일상에서 공포는 희망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삼 속에서 만들어 낼 기쁘보다는 자신이 소유한 것을 남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사로잡혀 있다.

삶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행복한 삶이란?

  • 내적: 앞으로 일어날 일과 그 일이 실현되는 방식을 본다.
  • 사적: 관심과 존경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대신 관심과 존경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그 보상은 저절로 돌아온다.
  • 업무: 경쟁자들의 질투를 의식하는 대신 꼭 해결해야 할 실제 문제에 집중한다.
  • 정치: 자신의 계급이나 국가가 부당하게 누리는 특권을 옹호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대신 세상을 더 행복하고, 덜 잔인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전념한다.

소유보다 창조를 추구하는 정신에 따라 살아가는 삶에는 근원적 행복이 존재한다.

  • 일찍이 이러한 삶의 방식을 찾은 이들은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들이 삶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외부의 권력에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 모든 사람들이 장애와 압제에 굴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모아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정치 및 경제를 개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개인이 도덕적으로 다시 태어나면(유교?) 개혁에 필요한 모든 것은 아무런 저항 없이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 하지만 세상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지 몇 세기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을 따른다는 사람들은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전과 다름없이 죄를 짓고 비난을 받는다.
  • 공포의 지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대중에게 용기를 갖고 불운에 의연해지라고 설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공포의 원인을 없애야 하고, 선한 인의 삶이 세속적인 의미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심성이 없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입는 화를 줄여야 한다.

삶의 해악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 육체적 해악: 신체적 원인에서 비롯된 죽음과 공포, 땅을 일구어 수확을 얻어야 하는 수고
    • 육체적 해악과 싸우는 방법은 과학이다(생명연장의 꿈, 농업 기계화).
  • 성격적 해악: 당사자의 성격이나 태도에서 비롯된 무지, 의지박약, 거친 격정 등
    • 성격적 해악과 싸우는 방법은 교육이다. 지배욕과 무관한 모든 충동을 자유로이 발산할 배출구를 만드는 것이다.
  • 권력의 해악: 한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에 강압 또는 지나친 정신적 부담을 행사해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행위
    • 권력적 해악과 싸우는 방법은 남의 삶에 관여하는 정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정치경제 조직을 혁신하는 것이다. 좌파세력이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류이므로 여기서 논의를 시작하자.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이하 좌파)는 주로 권력이 부와 결탁하여 낳는 해악을 근거로 들어 부의 불평등에 반대한다.

  • 빈곤은 증상이고, 예속은 병이다. 극단적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극단적인 방종과 예속의 격차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가난해서 예속당하는 것이 아니라 예속당하기 때문에 가난하다.
  • 극빈자 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임노동자, 심지어 전문직까지 포함하는 절대 다수는 돈을 벌어야 하는 운명의 노예이다.
  • 중년에 은퇴한 사람들은 즐거움을 잊고 권태에 빠지지만, 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이다. 대다수는 눈앞에 도사린 빈곤의 공포에 늘 시달리며 노년까지 일을 해야 한다.
  •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일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내지 못한다. 그들은 일하는 시간 내내 주인의 의지를 수행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은 대개 불쾌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고통과 육체적 부담을 수반한다. 일을 하는 동기는 오로지 임금뿐이다.

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의 체제이란?

  • 생계와 분배에 대하여
    • 교육은 16세 또는 그 이상의 연령까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 후에 교육을 더 받을지 말지는 학생 스스로 선택할 일이지만 더 배우기를 원할 경우 21세까지는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 학업을 마친 후 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에게도 최저 생계비와 철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무위도식자의 수가 적어지기 위해서는 노동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굳게 자리잡아야 한다.
    • 무위도식자의 수가 절대 소수일 것이라는 관점에서 과학의 힘을 빌린다면, 또 국내 문제 및 국제관계에서 발생하는 산더미같은 비생산적인 일들을 제거한다면 공동체 전체가 하루 네 시간의 노동만으로 편히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사람들은 지금과 달리 한 가지 직업 또는 한 업종의 일부만 배우는 대신 몇 가지 직업교육을 받을 것이며, 이로써 계절 및 수요 변동에 맞추어 직업을 바꿀 것이다.
    • 모든 산업은 내부적 자치를 실현할 것이고, 개별 공장도 해당 작업장에서 일어난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 지금과 같은 자본과 경영 체제 대신 정치와 마찬가지로 선출된 대표자들이 경영을 맡을 것이다.
    • 서로 다른 생산 집단 사이의 관계는 노총 평의회가 조정을 맡고, 특정 지역 거주자 단위의 공동체 문제는 대의제 의회가 계속 결정할 것이다. 두 의회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각 대표가 같은 수로 참여한 기구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임금은 일한 만큼이 아니라 일하고자 하는 의사에 따라 받게 될 것이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임금을 지불해야 할지, 아니면 특별한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임금을 보장해야 할지는 개별 길드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 아무리 일을 즐겁게 만들려고 해도 몇몇 일은 불쾌한 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일의 보수를 늘리고 노동 시간을 줄여서 혐오도를 낮추자.
    • 아나키즘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의 자기 몫을 원할 것이므로 교환 가치로 삼을 기준으로서 화폐 또는 그 비슷한 수단은 여전히 필요하다.
    • 생필품, 그리고 어떠한 수요도 만족할 만큼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재화는 무상으로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원하는 양만큼 주어야 한다는 아나키즘의 주장은 지금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생산 수단이 꾸준히 발전하면 실현 가능해질 것이고, 실현 가능해진다면 반드시 채택되어야 한다.
    • 가사활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미혼이든 기혼이든 산업에 종사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리 함으로써 주부의 경제적 자립을 보장할 수 있는데 이 목표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성취할 수 없다.
    • 육아 비용은 부모의 부담으로 돌려선 안 된다.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자기 몫의 기본소득을 받을 것이고 교육은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장학금을 놓고 경쟁할 필요도 없어 유아기부터 경쟁심에 물들어 어른이 되어 무기력과 쇠약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 나이를 먹은 학생 가운데 학습이나 예술에 흥미가 없는 소년 소녀에게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술 교육이 정신 활동을 증진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 진정으로 유용한 교육은 아이 자신이 본능적 흥미에 딸 가후가좌 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지, 자발적 욕구와 아무 상관도 없는 건조하고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 정부와 법률에 대하여
    • 정부와 법률의 권한은 최소한으로 축소될 것이다. 범죄자도 존재하겠지만 그들은 비난받거나 악으로 취급받는 대신 불행한 사람으로 여겨져 일종의 정신병원에 들어갈 것이다. 개개인에 맞는 교정 치료를 제공하면 대개 초범이 마지막 범죄가 되도록 막을 수 있다.
    • 정부의 기능은 공동체 또는 공동체가 공인한 기관들의 의사 결정을 맡는 부문과 결정된 의사를 반대자들에게 강제하는 부문의 두 부문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는 필요악이다. 아나키스트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아나키스트들의 이상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한 나라 안에서든 국제관계에서든 인간사를 폭력으로 지배하는 일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권위의 확립이다. 그 권위는 스스로를 제외한 모든 강제력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지만 자유를 수호하거나 불의에 저항한다는 명분하에 여론의 지지를 받는 세력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 한 나라 안에는 그러한 권위가 국가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그러한 권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 대의제의 병폐는 자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의 일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당사자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면한 사안에 무지할뿐더러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부당하게 복종하지 않아도 된다.
    • 전쟁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외교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고 국가 수장의 통치는 덜 독재적이 될 것이다. 의회는 국가원수가 휘두르는 권력의 상당부분을 되찾아올 지도 모른다.
    • 관료들이 막강한 권력을 쥐는 소련식 국가사회주의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한다면, 인간의 사고와 상상을 강제력 행사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과정은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다.
    • 경제로 인한 공포와 경제로 인한 희망이 함께 사라질 것이다. 가난의 두려움에 시달릴 사람도 없을 테고, 부자가 되려고 냉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계급 차별도 없을 터이니 출세를 못한 직업인이 자녀가 나락으로 떨어지리라 두려워핮 이낳아도 된다. 근면한 일꾼은 착취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고대하지 않을 것이고, 야심에 찬 젊은이들은 경쟁자들을 쓰러뜨리고 노동자를 짓밟으며 경제적 성공을 얻으려는 생각 대신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학문에 대하여
    • 과학, 노동절약을 위한 발명, 기술적 진보 등은 지금보다 훨씬 번창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명예로운 일인데 자본주의가 탈피되면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정신에 명예가 돈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 예술에 대하여는, 안락한 삶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예술가로 살겠다는 사람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면 재능이 낭비되거나 예술적 충동이 꺾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 가정에 대하여
    • 지배도 예속도 없이 애정 이외의 어떠한 속박도 없는 상호 자유에 뿌리를 둔 인간관계만이 가치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관계는 그렇게 재편될 것이다.
    • 상업주의의 가장 끔찍한 특징은 남녀 관계를 타락시키는 것이다. 매춘의 해악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결혼의 경제적 조건이 남녀 관계에 미치는 제안은 매춘보다 훨씬 더 악질적이다. 이러한 해악의 근원은 오로지 경제이다. 경제적 원인으로 인해 결혼이 흥정과 계약의 대상이 되고 애정은 뒷전으로 밀려나는데, 애정이 없다고 해서 결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요하는 공동생활은 아예 생각도 못할 만큼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남녀는 결혼을 자유정신에 입각해 생각하지 않는다. 법률은 결혼을 남에게 간섭하고 싶은 욕망을 발산할 기회로 전락시키고, 사람들은 상대방의 자유를 제한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자신의 자유를 어느 정도 잃어도 좋다고 동의한다.
    • 경제적 조건이 정신을 좀먹지 않는 세상이 오면 부부 자식 관계는 오로지 애정으로만 묶일 것이며, 사생활에서 지배욕이 아닌 사랑에서 창조적인 탐구를 하게 될 것이다.
  • 맬서스의 함정 — 인구 문제
    • 맬서스의 100년 전과 현재의 인구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모든 선진국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인구 문제는 그 자체로서 너무나 불확실하기에 우리가 품은 희망을 굳게 가로막지 못한다.
    • 확정적 예측은 금물이지만, 나는 인구 증가 문제를 사회주의의 심각한 장애물로 여길 타당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결론내리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믿음을 얻게 되었다. 사회주의 및 아나르코공산주의의 특징적 이론을 형성하는 토지 및 자본의 공동 소유는 오늘날 세상에 고통을 끼치는 여러 해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또 인간애를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현되기를 바라야 마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우리가 반드시 찾아야 할 세상은 창조적 정신이 살아있는 세상, 삶이 곧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한 모험인 세상이다. 그 세상의 토대는 우리가 소유한 것을 지키려는 욕구나 타인이 소유한 것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창조적 충동이어야 한다. 그 세상에서 애정은 대가를 바라지 않을 것이고, 연애는 지배 본능을 벗어던질 것이며, 잔인성과 시기는 행복한 삶을 일구고 그 삶을 정신적 환희로 채우기 위하여 자유롭게 진보하는 모든 본능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러한 세상은 실현될 수 있다. 지금은 다만 사람들이 마음먹고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다른 목표들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지닌 뜨거운 욕망의 불꽃 속에서 타올라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파릇파릇한 희망으로 가득한 새롭고 젊은 세상이, 두 눈에 아침 햇살을 담고 태어날 것이다.


출전

  • 버트런드 러셀 저, 장성주 역, 『버트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 길』, 2012년 도서출판 나눔의집 함께읽는 책 레이블
    • 번역 저본 — 영국 스포크스먼 출판사 2006년 간행 반양장판 Roads To Freedom 개정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