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크노사이언스의 개념

과학과 기술의 역사적 관계

  •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과학과 기술은 소원한 관계 (계층적 분리)
    • 과학(내지 철학)을 수행는 학자들은 지식인, 먹물, 하얀손. 생업으로부터 해방된 자. 대학이라는 공간과 문헌(논문, 단행본 따위)이라는 수단을 통해 학자들끼리 교류하며 사회 일반에서 분리된 존재.
    • 기술의 수행자인 기술자들은 민중, 생산계층으로 제도권 교육을 거치지 않고, 도제(apprentice), 직인(journeyman), 장인(craftsman) 단계를 거치는 전수 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은 현장훈련 위주이지 문헌과는 거리가 멈
  • 전통적 이해틀에서 과학과 기술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로 인식. (과학은 지식, 기술은 행위, 과학은 머리로, 기술은 손으로 하는 것)
  • 근대 이후 과학과 기술은 좀더 가까워졌지만(베이컨 등) 그 관계는 그 관계는 비대칭적으로 이해:
    • 그것을 나타내는 명제: "기술(또는 공학)은 응용과학이다" — 과학-지식이 기술-응용보다 우선한다. 과학이 본질적이고 기술은 거기서 파생된 것.
    • 193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표어 “Science Discovers, Industry Applies, Men Adapts.”

과학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 1959년 과학사로부터 기술사의 분리 (기술사 전공자들을 과학사학회가 별로 배려해주지 않은 것이 발단)
  • 1970년대 이후 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과학과 기술을 좀더 대칭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
    • 기술사학자들: 기술에도 지식의 측면이 있음. 기술지식의 독자성 강조 — 예: 자연대의 전자기학 내용과 공대의 전자기학 내용은 맥스웰 방정식이라는 기본 출발선은 같지만 조금만 고급 과정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름.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요구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
    • 과학철학자들: 과학에도 실천의 측면이 있음. 과학에서 실험과 기기의 역할 재조명
      • 이언 해킹(“Experimentation has a life of its own”) — 기술에서 먼저 발견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이론이 만들어질 수 있음.
      • 피터 갤리슨(“Instruments have a life of their own”) — 예컨대 입자가속기를 먼저 지어놓고 그걸로 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
      • 에드윈 레이튼 2세(“mirror-image twins”) — 과학과 기술은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그 가치는 전도되었다. 과학자는 근본지식을 알아낼수록 대접받지만 공학자는 결과물을 만들어낼수록 대접받음.
    • 과학은 기술혁신에 경험적, 이론적 기반 제공 & 오늘날의 과학은 전문화된 기술(현미경, 입자가속기 등)에 의존
    • 이때까지만 해도 과학과 기술이 상호 독립적, 독자적 영역이라는 인식
  • 1980년대 이후 과학기술인들이 과학과 기술의 경계흐림(퍼지함)을 강조
    • 오늘날의 과학은 생짜 자연을 다루지 않음. 실험실에서는 ‘자연’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물(ex. 표준화된 시약, ‘제조된’ 실험동물, 정제된 화학물질 등)을 다룸
    • 인공적인 기기(ex. 입자가속기)에 대한 지식의 추구가 과학 활동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
    • 과학이 기술에 ‘응용’되어 유용한 산물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간극이 점점 짧아짐 — 예전에는 발견된 자연현상이 응용되기까지 거의 10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요새는 발견의 순간과 응용의 순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짧아짐
  • 이런 것들이 과학기술(science & technology)을 대신하는 테크노사이언스(technoscience)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배경

테크노사이언스라는 용어

  • 용어의 역사
    • 1970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처음 용어 사용
    • 1980년대 브뤼노 라투르의 『젊은 과학의 전선』(Science in Action, 1987년)이 결정적인 계기 제공
      • 행위자-연결망 이론: 과학기술 활동에 개재되는 수많은 이질적 요소들의 존재 강조
      • e.g. 파스퇴르가 탄저병 퇴치를 위해 끌어들여야 하는 요소들: 탄저균이라는 자연, 소를 키우는 농부, 수의사, 정치인, 대중매체…
      • 과학이든 기술이든 과학자 또는 기술자가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이런 이질적 요소들을 모아 하나의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고, 그 연결망이 견고할수록 성공적인 프로젝트
    • 1990년대 이후 라투르와는 다른 맥락에서도 널리 쓰이기 시작: 도나 해러웨이(과학과 기술의 상업화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 앤드류 피커링(사회학자), 존 픽스톤(사학자) 등
  • 우리가 강의에서 다루려는 맥락은 픽스톤의 예: Ways of Knowing (2000)
    • 세분화, 전문화된 과학사 연구(다윈의 사돈의 팔촌이 누구인지 연구하는 그 따위의 지경이 되니, 유명 과학자 중심의 연구는 더이상 할 게 없어질 정도로 포화됨)에 대한 문제제기 → 이미 잘 알려진 분야에 대한 지엽적 내용을 초월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까지 총체적으로 과학사 전체를 관통하는 ‘큰 그림(Big Picture)’의 필요성
    • 과학-기술-의학(STM)을 세 가지 앎의 방식들(ways of knowing)이라는 ‘이념형’으로 구분
      • 자연사(natural history): 대상의 수집, 기록, 분류(박물관). 15세기-
      • 분석(analysis): 구성요소(원소, 세포, 에너지…)로 분해. 18세기-
      • 실험(experimentalism): 구성요소들을 조합해 새로운 현상 창출 (e.g. 합성화학). 19세기-
  • 정리
    • (픽스톤의 정의) 테크노사이언스란 지식을 만들면서 동시에 상품 내지 유사상품(e.g. 국가가 생산하는 무기)을 만드는 방식을 지칭 (= a way of knowing & making)
    • 그 자체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범주
      • 자연사 → 분석 → 실험 → 테크노사이언스 이렇게 진화하는 게 아님
      • "자연사적" 테크노사이언스(식민지 개척), "분석적" 테크노사이언스(근대의 초기 열역학과 증기기관 사이의 관계)도 가능
      • 다만 19세기 중반까지는 정부, 기업, 대학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별개였고, 테크노사이언스 네트워크는 이들 각각에서 아직 주변적 역할
    • 정부, 학자, 상업적 기업간에 좀더 긴밀하고 영속적인 상호 상승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870년경부터 ("종합적" 테크노사이언스) = 20세기 STM의 중심적 형태로 부상
    • 테크노사이언스 기업(전기, 염료, 제약)의 성장 & 국가기구(or 국가의 후원을 받는 학문 협력체)가 지원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첨단기술 프로젝트(미국의 우주망원경, CERN의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 산학정 복합체에서의 “과학 상품(scientific commodities)” 생산을 주로 테크노사이언스라고 지칭
      • 1890년-세계대전: 산업 - 대학 - 정부 중 산업이 우위. 기업연구소들(록펠러, 벨 등)의 전성시기.
      • 세계대전-1980년: 산업 - 대학 - 정부 중 정부가 우위. 특히 군대(냉전이 이유).
      •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고 민간 산업체들의 비중이 다시 늘어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