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서양과학과의 조우·갈등·적응

서설

과학 교과서 속의 과학

  •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론들만 서술
  • 경쟁과 승리의 과정은 "블랙박스"에 봉인됨
  • 어떤 이론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
    • 그 이론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이어서?
    • 과학 외적인 요소가 개입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됨

명왕성의 퇴출 사례

  • 1930년 뉴멕시코주의 대학생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
  • 1990년대 카이퍼대와 명왕성급 행성들의 발견
  • 2006년 국제천문연맹, 최초로 행성 정의를 "합의", 명왕성 퇴출
  • 미국인들의 반발: "언제부터 과학이란 것이 (공산당 당대회 투표 하듯이) 거수투표로 정해졌느냐"

강희역옥

주요 사건 연표

  • 1620년: 명나라 천계제 즉위
  • 1621년: 예수회 신부 아담 샬 중국 도착
  • 1627년: 숭정제 즉위
  • 1629년: 서광계와 아담 샬의 개력 추진
  • 1644년: 청나라 순치제, 북경 접수
  • 1645년: 시헌력 반포
  • 1661년: 강희제 즉위
  • 1665년: 강희역옥

17-18세기 전통 천문학 vs. 서양 천문학

  • 17세기 중반 서양 천문학 도입의 의미
    • 1645년 청나라, 튀코 브라헤 천문학으로 만든 달력 반포
    • 표면적 해석: 외래종에 의한 토착종의 소멸, 서양의 "승리"
  • 서양 과학이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을 그것으로만 설명 가능?

명청교체기 아담 샬의 행보

  • 1645년 시헌력 발표
    • 『숭정역서』를 『서양신법역서』로 제목 개칭
    • 섭정왕 도르곤에게 헌상, 흠천감 책임자로 취임
    • 튀코 브라헤 천문학으로 만든 달력 시헌력 반포
  • 황제의 지원을 통한 승진
    • 숙부 도르곤의 위협을 받는 어린 순치제에게 접근, 보호. 순치제는 샬을 "탕 마파" "탕 할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짐
    • 1653년 통현교사 칭호 획득
    • 1658년 정1품 광록대부로 승진

강희역옥

  • 1660년 유학자 양광선, 서양 천문학 비판 시작
  • 1661년 강희제 즉위(당시 나이 7세)
  • 1664년 보정대신들, 양광선을 사주해 예수회를 반역죄로 탄핵
    • 아담 샬 등 사형 선고 받지만 북경 인근 지진이 발생해 대사령 반포.
  • 1665년 선교사 대부분 마카오로 추방. 기독교 개종한 중국인 천문학자들은 처형. 양광선을 흠천감 책임자로 임명
  • 1668년-1669년: 양광선 vs. 예수회의 2차전.
    • 예수회의 복권. 양광선의 실각
    • 친정 시작(16세)한 강희제, 자신의 권력 강화 수단으로 이 사건을 이용함

배경지식:

  • 지구의 부등속 운동과 계절별 속도의 차이 — 케플러의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에 따라
    • 근일점 구간(북반구의 겨울): 같은 시간 동안 많은 거리 이동 = 속도가 빠름
    • 원일점 구간(북반구의 여름): 같은 시간 동안 적은 거리 이동 = 속도가 느림
  • 24절기를 분할하는 두 가지 방식
    • 평기법: 전통적 방법
      • 1년의 길이를 24등분, 절기 사이의 시간간격은 일정
    • 정기법: 예수회가 도입한 방법
      • 황도 궤도를 15도씩 24등분
      • 이동한 각거리가 일정
      • 절기 사이의 시간간격은 다름 (태양 지구의 부등속운동 때문)

양광선의 고발

  1. 정기법 vs. 평기법
    • 평기법은 고대의 성인이 정한 절기 배치법
      • 한 달에 절기는 최소 1회, 최대 2회 (절기 간격이 15.2일이므로)
    • 정기법
      • 소설과 동지가 함께 든 달은 10월? 11월? 동지와 대한이 함께 든 달은 11월? 12월?
      • 양놈들이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절기가 모두 틀려서 중국 백성들의 생활리듬을 망칠 것이다
  2. 역법의 정치적 상징성
    • 역서의 제목 『의서양신법』
    • "황제의 특권을 도둑질"
    • 사실 이건 양광선 말이 맞음 (예수회 천문학자들의 의도는 우월한 천문학을 통해 자기네 종교를 선교하는 것임을 예리하게 간파)
    • 순치제 생전에는 순치제가 아담 샬을 비호, 예부에서 양광선의 상소를 받아주지도 않음

"정권교체"와 서양과학의 운명

  • 1661년 순치제 승하, 의정왕대신회의의 섭정체제
  • 1664년 양광선의 결정타: 흠천감의 택일문제
    • 황제, 황친의 장지 및 장례 시각의 결정도 흠천감의 중요 임무
    • 1658년 당시 황자의 장례일을 흉한 날로 정한 죄
      • cf. 멸만경: 송나라 때부터 오랑캐들 대 끊어지라고 풍수를 엉터리로 가르쳐 주던 것
    • 순수 과학으로 안 되자 풍수를 끌고들어옴
  • 1664년 양광선의 서양과학 비판은 성공
  • 강력한 후원자(순치제)의 상실 → 서양과학의 지위도 급격히 변화. 아담 샬은 옥사

예수회의 복수와 부활

  • 양광선의 한계:
    • "소신은 원리만 알 뿐 방법은 모릅니다"
    • 샬의 후임으로 흠천감점이 되지만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함 (본인도 스스로 무능하다며 사양)
  • 장성한 강희제(16세)의 시험
    • 양광선과 페르비스트의 측험(test) 경합
    • 양광선은 아예 기권
    • 결과: 페르비스트의 승리, 양광선의 실각

"우리의 처소에서 다양한 길이의 그노몬(gnomon)을 가지고 숱한 실험을 행했다. 그러나 그림자 길이는 언제나 예측한 것보다 짧거나 더 길었다… 그러나 주님과 교회의 영광이 달려 있는 이 사건에서, 만물을 그 정해진 바대로 이끄시는 주의 자비로우신 섭리(God's clement providence)는, 내 손이 전후의 여러 관측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더러는 이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것은 나 자신의 노력과 능력을 완전히 초월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페르비스트, Astronomia Europaea

그노몬의 길이 페르비스트의 예측 실제값 오차
24일 8.490 16.660 16.807 0.147
25일 2.220 4.345 4.345 0.000
26일 8.055 15.830 15.868 0.038

과학에서 "가치"의 문제

  •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본보기"와 연구 "전통"의 내용에는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신념, 가치관 등도 포함
  • 과학에서 중시되는 "가치"란
    • 정확성, 정합성, 설명력, 새로운 현상의 예측, 단순성, …
    • 각각에 부여되는 가중치는 패러다임마다 다름
    • e.g.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 패러다임이 각각 중시한 가치
      • 아리스토텔레스 지구중심설: 정합성과 설명력
      • 코페르니쿠스 태양중심설: 단순성

공정해 보이지만 불공정한 게임

  • 쟁점: 천자의 역법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 양광선: "정통성"이 중요 — 과거 유교 경전, 성현들이 알려주고 지금까지 2천년 간 써 왔던 그 방식이 중요
    • 페르비스트: "정확성"이 중요 — 애초에 정통성이 취약한 외래학문
  • 강희제가 제시한 게임의 불공정함
    • 측험의 의미: "누구의 역법이 더 정확한가?"
    • 강희제는 애초에 페르비스트에게 유리한 게임 종목을 게시
    • 양광선의 경합 보이콧 — 애초에 어심이 저쪽에 가 있음을 알았기 대문
  • 청년 황제의 정치적 계산
    • 객관적 수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공정한 심판자로 포장
    • 예수회 복권을 통해 아담 샬을 죽였던 보정대신들의 권위에 타격을 입히며 친정체제 준비

결론

  • 서양천문학이 강희역옥에서 최후 승리자가 된 요인은?
    • 피상적 요인: 과학적 실험과 관측에 의해서
    • 결정적 요인: 황제가 그것을 원하셨기 때문에
  • 코페르니쿠스 혁명과의 차이:
    • 서양에선 코페르니쿠스에서 뉴턴까지 200년 걸림
    • 강희역옥은 1년만에 권력자의 어심에 의해 단칼에 종결시켜버림
  • 논쟁의 함의
    • 서양과학의 약점은 과학 외적 요소(권력)에 의해 불완전하게 해소
    • 서양과학 도입론의 과제: 문화적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서양과학의 토착화 시도

양광선 사건이 남긴 문제

  • 서양과학의 정밀성 ↔ 문화적 이념적 이질성
  • 서양과학과 유교전통 사이의 갈등 조정 필요
  • 두 가지 해법:
    • 동서양 과학의 공통점과 그 원인 찾기: 서양 과학의 중국기원론
    • 동아시아 유학자들의 전통적 사고방식으로 서양과학 재해석

보편주의와 중국기원론

중국 고대지식과 서구과학의 유사성

아홉 겹 둥근 하늘, 누가 그것을 헤아리셨을까요?

굴원, 『초사』 중 「천문」

  • 아리스토텔레스의 9중천(월륜천, 수성천, 금성천, 일륜천, 화성천, 목성천, 토성천, 항성천, 종동천)??

서양과학에 우호적인 태도

  • 대표적으로 중국 천주교 삼주(서광계, 이지조, 양정균) — 아예 개종까지 한 사람들
    • 이지조(1565년-1630년)의 보편주의:
      • 동해서해 심동리동 (東海西海 心同理同): 동양이나 서양이나 세계를 인식하는 정신은 동일하고, 그로써 도출된 원리도 동일하다.
      • 자연지식은 보편적이므로 사람이 올바르게 도달하기만 한다면 각 사람들이 도달하는 지식은 단일하다는 조지프 니덤과 같은 사고방식
  • 서양과학에 대한 방이지(유학자, 명나라 망하자 불교 승려가 된 뒤 자살)의 평가
    • 개종자도 아니면서 개종자 이지조와 공유했던 친예수회 정서
    • 서양인 = 공자에게 주나라 제도를 전해준 담자(郯子) — 담자의 고사는 중국인이 외부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정당화 할때마다 인용됨
    • 담자와 공자가 함께 진리를 추구하는 시대를 기대

"서양의 위도는 중국과 같아서, 모두가 독서를 좋아한다."

보편주의 담론의 퇴색과 중국기원론 등장

  • 명청교체기(1644년-1645년) 이후의 변화
    • 국수주의와 반예수회 정서의 확산 (e.g. 강희역옥)
    • 서양과학과 중국과학의 유사성은 표절의 결과라고 주장.
  • 매문정(1633년-1721)의 중국기원론 — 중국인들의 국수주의의 결정체
    • 매문정은 일단 유학자이나 천문학과 수학이 예수회 신부들 수준으로 통달한 자
    • 요의 천문학자들 희화(희씨와 화씨 합쳐 네 명)가 동서남북으로 관측답사.
    • 이 때 서쪽으로 유럽까지 도달하여, 중국 문명의 최대 황금기인 요임금 시절 천문학이 서방에 전래되었다
    • 서양인들은 요임금의 지식을 개량했을 뿐 별 볼 일 없는 놈들
  • 비교: 중국문명에 대한 서구인들의 태도
    • 중국문명의 창조자 복희씨 =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
    • 페르비스트: 마방진(낙서 洛書)의 기하학적 해석
    • 부베 신부가 라이프니츠(인류의 보편언어를 찾아 이진법을 파고 있을 시절)에게 보낸 "64 hexagram: 그 정체는 64괘(…)
  • 동양에선 "야 저거 요임금 때 서쪽으로 건너간 겨" 서양에선 "야 저거 모세 시절에 동쪽으로 건너간 겨"
    • 동양만 ㅂㅅ같은 게 아니고 둘이 쌍으로 똑같은 수준으로 놀았음
    • 자신과 동등한 고도문명을 조우한 다른 고도문명이 취하는 본능적 태도?

보편주의와 중국기원론의 공통점과 한계

  • 문헌 탐색 → 동서양 과학에서 비슷한 점 찾기
    • 서양과학의 문화적 이질성과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효과
  • 19세기 조선 사대부 천문학자 남병철의 비판
    • 중국기원론을 비판하고 서양과학의 별개의 가치 옹호

"조금이라도 유사하다고 보이는 것만 있으면 본래 맥락을 무시하여 뜻을 취하고 견강부회하여 증거로 이용했다"

  • 무시할 수 없는 동서양 과학의 차이를 무시

동양적 사고실험과 재해석

사원소설 ↔ 오행설

  • 4원소(엘리멘탈) 물 불 흙 공기 = 창조의 "벽돌"
    • 마테오 리치가 이것을 4원행(元行)이라고 번역
  • 예수회 신부들, "오행"과 "기" 비판
    • 오행의 金과 木은 "원행"이 아님
    • 기(matter-force)는 만물의 구성물질이 아니라 4원행의 하나에 불과 — 기를 공기(air)와 동일시
  • 중국인들의 무덤덤한 태도: 그 원인
    1. 자연을 분류하는 범주 개수에 대해 유연한 태도
      • 음양(2), 삼재(3), 오행(5), 사상(4), 사대(4), 육십사괘(64), …
      • 전통적으로 오행설 확고한 믿음의 대상이 아니었음
    2. 기의 세계상
      • 기는 한 가지 물질이 아님 - 음기, 양기, 오행 각각의 기…
    3. 사원소설을 기의 세계상 속에 포섭
      • "아이고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사원소설에 대한 간접적 거부

방이지의 광비영수설 — 몇 안 되는 진지한 학술논쟁

  • 서구 기하광학 비판: 빛의 직진성 명제 거부
  • 발단: 태양의 직경 측정
    • 마테오 리치: "기하광학의 방법을 이용하여, 태양 직경이 지구 직경의 약 165배임을 알 수 있다"
    • 디아즈: 태양의 직경 = 황도상의 0.5도 → 지구의 5배
    • 두 신부가 다른 소리를 하니 헷갈린 방이지, "우리 식으로 풀어보자"
  • 방이지의 소공 실험
    • 종이에 구멍을 뚫고 이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돌 하나와 정확히 같은 크기로 비추게 한다
    • 종이를 든 손을 점차 높이 올리면 빛이 돌보다 더 커진다.
  • 방이지의 결론
    • 빛은 미묘하고 자유분방한 작용. "빛이 사물의 형체 주위로 흘러넘친다." "빛은 사물보다 더 비대하며, 때문에 그림자는 더 작아진다." ← ???
    • 빛이 사물 주위에서 휘기 때문에 소실점은 마테오 리치의 계산보다 짧을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마테오 리치의 계산보다 태양은 작을 수밖에 없다

소결

  • 서로 다른 과학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갈등과 해소
  • 18세기 이후 청나라 시대의 변화
    • 명나라 시대의 자유로운 사색을 통한 동서양 과학의 융합 프로그램은 소멸
    • 엄밀한 문헌증거와 수학적 계산을 추구하는 고증학 유행 (서양의 재료를 이용해 고대의 원본을 복원하는 것)
  • 이방인들의 낯선 지식 길들이기
    • 문헌탐색과 사색을 통한 재해석
    • 서양과학을 동아시아 지적 풍토에 맞게 용해
    • 19세기에 전래된 뉴턴과학조차도…(최한기: 중력을 기압이라고 생각함)

사례연구: 지구설

지구설과 지평설에 내재된 중국의 위상

  • 평평한 대지 위의 "중국" vs. 구면 위의 "지나(China)"
  • 중화사상의 지리적 기초
    • Sinocentrism: 중국 = 세상의 중심
    • 지리적 근거 = 땅은 평평하고 중국이 그 중앙에 있어
    • 예수회 입장에서 선교의 걸림돌
  • 선교사들, 지구본과 세계지도 소개
    • 신대륙을 포함한 광대한 세계상 제시
    • 중화사상을 비판하는 비유교적 지리학과의 동맹
      • 곤여만국전도에 산해국의 괴물딱지 나라들이 있음
    • 구면 위의 "지나"는 중심의 지위를 박탈당함
  • 18세기 실학자 위백규의 "이마두 천하도"
    • 전형적인 원형천하도를 그려놓고 마테오 리치이름을 붙여놓음
    • 곤여만국전도를 본 적은 없는데 북경에 사신 갔던 사람에게 전해듣고 마테오 리치가 이렇게 말했겠거니 상상해서 그린 것
    • 곤여만국전도 = 광대한 세계상을 전하는 비유교적 지도로 인식

지구설 vs. 중화사상

  • 17-18세기 지구설의 점진적 확산
    • 선교사들은 중화사상으로부터의 이탈 기대
  • 하지만 지구설이 확산되는 동시에 중화사상도 강화되는 모순된 현상
    • 선교사들이 가져온 지구설에 대채 무슨 일이?
    • i.e. 선교사들 입장에서 서로 양립불가능한 지구설과 중화사상이 어떻게 동양인들에게는 양립가능한 것이 되었는가?

지구설 설득하기 — 설득을 위해 동원된 자원들

  • 서양인의 상식
    •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설: 흙, 물 원소는 우주의 중심을 향함, 이것들이 중심에 뭉쳐서 둥글어짐
    • 아리스토텔레스적 낙하운동 개념: 물과 흙 원소가 많은 물체가 그 본질에 따라 우주 중심을 향해 가는 것
    • 상하 개념의 교정 필요 — 동양인들: "우주 전체에 위와 아래가 있지 왜 없니?"

무릇 땅은 상하 사방이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며 크게 하나의 구를 이루니, 본래 위아래가 없다. 육합의 안을 통틀어서 발이 딛고 있는 곳이 아래이며 머리가 향하는 곳이 위다. 오로지 자신이 사는 곳만을 기준으로 상하를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

마테오 리치, 『건곤체의』

  • 경험적인 증거 제시
    • 북극성 고도 변화
      • 북쪽으로 갈수록 북극성 고도가 높아짐은 고대로부터의 상식
      • 반박: 구가 아니라 반구라도 하면 고도 변화 되는데?
    • 시차 현상의 존재
      • 땅이 평평하다면 지상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일출을 보게 될 것
      • 동서에 따라 해의 고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동양인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음
    • 고전의 권위에 의지
      • 개천설: 천지를 삿갓(하늘)로 덮힌 엎어놓은 그릇(땅)에 비유 — 반구이긴 하지만 땅에 곡률이 있다는 것은 인정
      • 혼천설: 천지를 계란껍데기(하늘)와 노른자(땅)로 비유 — 땅의 모양이 어떤지는 언급 없음
      • 이 두개를 쓰까묵으면 대충 유럽 고중세 우주관 비슷한 무언가가 됨 ("아이고 중국 조상님들도 아리스토텔레스를 파편적으로나마 알고 계셨네요~")
      • 문제: 혼천설은 땅이 위, 물이 아래 / 지구설은 물이 위, 땅이 아래.
      • 『중용』 구절("땅이 바다를 담고 있어도 새지 않는다")을 끌고 와서 해결

남겨진 문제들

  1. 상식과의 충돌
    • 동서양 상식의 차이
      • 서양의 상식: 세상에는 중앙이 있고 위아래는 따로 없다
      • 동양의 상식: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 대척지(antipodes)에 사람이 안 떨어지고 살 수 있나? — 지구설 수용 논쟁의 핵심 쟁점
    • 성호 이익의 대척지 문제 해결법
      1. 일단 자기 입맛에 맞는 고전 구절 찾기: "대기가 땅을 들어올려준다" (『황제내경』)
      2. 경험적 사실: 지구가 있고 기(또는 대기)가 지구 주위를 감싸고 일주운동을 한다. (별처럼)
      3. 상상에 가까운 추론: 지구는 자꾸 아래로 떨어지려고 하는데, 세찬 속도로 운동하는 기가 지구를 붙잡고 낙하를 억제하는 인력장(?)이 형성될 것
  2. 중화사상을 해치는 불온한 사상
    • remind 강희역옥 때 양광선의 논지 중 하나:
      • "축(丑)=북쭉=음=땅=신하", "오(午)=남쪽=양=하늘=군주" 이거늘 탕약망은 감히 중국을 축에, 서양을 오에 배치했다
    • 중국이 여전히 중국인 증거들 by 성호 이익
      1. 지도상 중국의 위치는 심장. 배꼽은 몸의 물리적 중심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심장은 중심에서 왼쪽으로 조금 비켜났지만 신체 만물의 기원이 됨 ← 좀 세련되지 못하다…
      2. 지자기 편극현상:
        • 서양인들의 항해일지를 보니(정황상 구라일듯) 유럽-희망봉 경도에서 나침반이 정북을 가리켰는데, 동쪽으로 갈수록 나침반이 동쪽으로 기울더니, 장안성 주변 경도에서 가장 동쪽으로 기울었더다 카더라
        • 지구는 사실 두 반구의 봉합이여! 동반구는 양반구, 서반구는 음반구. 중국은 양반구의 상사반구(…)의 중심, 즉 가장 높은 위상을 지닌 중심! 그리고 그 다음가는 중심인 유럽은 음반구의 상사반구의 중심임 — 실제 서북반구의 중심은 워싱턴 D.C.임(…)

결론

  • 예수회 선교사들의 지구설은 중화사상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
    • 그러나 전혀 의도했던 대로 수용되지 않음
  • 동아시아인들의 상식에 맞게 지구를 변형
    • 고전의 문헌증거, 회전하는 기의 효과, 음양의 위계 구분
    • 절대적 상하구분, 중국의 중심성을 그대로 유지
  • 지구설이 수용되기 위한 조건은?
    • 중화사상에 물들지(?) 않은 세대가 성장해야
    • 동양에서 이 "구세대 소멸"조건은 다분히 정치역학관계에 의해 성취됨 (청일전쟁 → 중국의 형이상학적 지위에 대한 믿음이 급격히 변동)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계몽시킴으로써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모두 죽어서 사라지고 대신에 새로운 과학적 진리에 익숙한 세대들이 성장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다(i.e. 꼰대들이 빨리 다 죽어야 한다)"

막스 플랑크 (쿤이 즐겨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