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천―천문역법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를 잘못 읽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2002년) by 박창범

  • 오행성 결집을 시뮬레이션해 보았더니, 환단고기에 기록된 것과 1년 오차로 일치하는데 환단고기의 신뢰성 재고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 삼국사기의 일식 기록을 쭉 모아 최적 관측지를 계산해 보았더니 고구려는 시베리아 벌판, 백제는 산동성, 신라는 양자강 중류가 나오더라… 일식을 보고 기록을 남긴 곳은 수도였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삼국의 수도는…?

이문규 등의 비판

  • 박창범은 역사서의 천문기록이 객관적인 데이터라고 가정하고 있으나, 실제 사료란 기록자의 의도가 개입된 오염된 데이터. 그런 데이터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백날 돌려봤자 헛수고.

동양 천문학 개략 및 의문

천문학 = 제왕학

  • 동양의 황제는 하늘의 아들, 천자. 그러니 하늘의 뜻을 읽고 전할 수 있어야 함
  • 상관적 사유 — 자연과 사회의 밀접한 연관 — 에 의거, 하늘, 왕국, 개인의 심신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세계.
  • 동아시아의 천문학 = 정치와 천문학의 융합
    • 세종 원년(1419년) 햇무리 관측 기사: 1년간 74건 — 한국 역사상 햇무리가 가장 많았던 해?
    • 왜 많았을까? 또는 왜 많이 기록되었을까?

천문과 역법: 천문학의 두 분야

  • 분류 기준: 어떤 현상을 다루는가?
    • 문 = 文 = 紋(무늬 문): 불규칙한 현상 — 혜썽, 신성, 기상현상
    • 역 = 曆 = 歷(지낼 력): 규칙적인 현상 — 칠정(七政)의 운동
  • 주요 활동
    • 천문: 관측 — 이변 포착 — 정치적 의미 해석 (portentastrology)
    • 역법: 계산 — 천체의 주기 파악 — 달력 제작 (calendrical astronomy)

천문 — 천변해석의 정치학

동양 별자리: 천관의 세계

  • 3원(垣, wall): 북극성 주위를 둘러싼 3개의 담벼락
    • 자미원: 천주(수라간), 화개(양산), 내계(궁궐 계단), 천장, 현과(무기고), 삼공, 보성, 상서(재상, 비서, 장관들), 대리, 천뢰(재판, 감옥)
    • 태미원
    • 천시원: 백도(비단), 도사(정육점), 관삭(돈꾸러미), 시루(유통 감독), 두, 곡(도량형), 차사(수레가게)
    • 수도의 궁궐, 조정, 시장
  • 24수(宿, lunar mansions) — 달이 자고 가는 여관
    • 달의 이동경로 주변의 28개 별자리 집단
    • 제후국, (중국의) 지방행정구역.
    • 분야설(分野說): "별밭"을 구획, 구획된 별밭을 제국의 행정구역(연주, 예주, 유주, …)에 할당. 해당 행정구역에 일어난 변고를 점치는 논리.

동양 천문학자들의 활동

  1. 관측기구 만들어 밤하늘을 예의주시, 관측노트 작성과 보고 (성변측후단자)
  2. 분야설에 따른 이변의 해석: 각 천체의 상징성에 따라 매뉴얼이 있어서 그냥 그대로 따라하면서 썰을 풀면 됨
    • 현과, 천창이 빛나면?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반란이 일어날 겁니다.
    • 여어궁, 여사가 빛나면? 아무개 후궁이 임신을…
    • 오성취: 5행성이 하나의 별자리에 모여들었다 (가장 상서로운 조짐) 한고제가 궐기했을 때 오성취가 있었다더라…
    • 형혹수: 화성이 "수(守)" 별자리를 범했다 (가장 불길한 조짐)
    • 예언이 틀리면? 아이고 전하께서 정치를 잘 하셔서 무마되었네여…
  3. 일월식의 예보와 구식례(救食禮)
    •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가? 식분(蝕分)은 얼마인가?
    • 1년 전부터 계산, 5개월 전에 보고, 1주일 전에 재검토
    • 임금은 일식 당일까지 철저한 절욕생활 유지
    • 구식례: 일식으로부터 해를 구출하기 위한 의식.
      • 중앙, 지방 관청에 문무 관원 집결, 징, 북, 깃발, 병장기 진열. 지지고 볶으면서 해야 힘내 응원
      • 천문학자가 이때 하는 일: 초휴(일식의 시작) → 식심(일식의 절정) → 복원(일식의 종료) 시각을 기록, 보고. 그때마다 군주가 행동할 바를 코치

일식 및 천변 기록의 정치학

  • 일유식지(日有食之) 기록과 실현율 ( = 실제 발생횟수 / 기록횟수 × 100 )
    • 삼국사기: 기록 66회, 실현 53회 (실현율 80-89%)
    • 동시기 중국 사서: 기록 약 400회 (실현율 63-78%)
  • 자료 해석의 주안점
    • 실현율이 100%가 아닌 이유:
      • 일식 기록은 일식을 경험한 이후 과거형으로 쓴 것이 아니라, "이 날 일식이 있을 것이라 예보되었다"는 기록임
      • 즉슨 "실현율(박창범 표현)"은 "예보 적중율"이라고 봐야
    • 예보의 적중률이 낮은 이유: 게임 이론 — 전근대 동양 천문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 (예컨대) "9월 1일 일식이 일어날 확률은 10%. 전하께 말씀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천도는 미묘하니 어찌될지 알 수 없는 법. 일단 아뢴다… 예보했는데 일어나지 않을 경우: 태형
      • 공구수성하시는 모습 차마 뵙기 민망하니 아뢰지 않는다… 예보하지 않았는데 일어날 경우: 참수
      • 결론 →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무조건 보고하는 것이 생존보험. 예보는 많이 할수록 좋다
  • 유교적 재이론(災異論)의 특징
    • 천변의 원인, 미래의 재앙을 일일이 점치고 해석하지 않음
    • 천변 = 군주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자동반응
    • 재이론에 대한 입장
      • 군주: 처음에는 괴롭지만 하늘과 자신이 교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 신하: 군주를 견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

일식은 자연의 상수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은 양기의 정수로서, 군주를 상징하기 때문에, 군주의 행동에 완급이 있으면 태양의 속도도 이 때문에 달라져, 조금이라도 도를 넘으면 달에 덮이게 됩니다.

당현종 때 재상 이길보 (808년)

천변 원인의 파악

  • 인간사와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인가, 인간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인가?
  • 유교 지식인들의 선택은 언제나 후자.
  • 이것은 미신의 승리인가?

"일식이 생기면 구식례를 지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 이유도 없다.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그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일(왕이 반성하고 있노라)을 문식(文飾, 덧칠해 꾸미기. 분식회계할 때 그 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것을 문식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백성들은 신묘한 것으로 여긴다."

순자

"로마세계에서 성행한 각종 형식의 모든 제사를 백성들은 똑같이 진실로 믿었지만, 학자들은 똑같이 허구로 생각했다. 한편 정치인들은 똑같이 그것이 유용하다고 여겼다."

에드워드 기번

결론: 동양 천문학은 천문학(astronomy, 과학의 일종)이 아니라 정치윤리학.

  • (박창범 논란으로 돌아가서) 인간의 정치윤리적 의도가 개입된 기록을 바탕으로 과학적 판단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함

역법 — 태음태양력

경전이 제시한 제왕의 임무

  •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백성들에게 시간을 경건히 알려줄 것
  • 관상수시, 역상수시, 경천수시, …

수시(授時) = 달력(역서)의 제작, 반포

  • 해와 달의 조화로운 순환을 반영하여 달력을 제작
  • 생활을 해와 달의 하모니에 동조 → 우주와 제국의 조화 → 올바른 정치

태음태양력: 해와 달의 조화

  • 해의 성분: 태양년 — 동지 ~ 그 다음 동지 365일.2422…일
  • 달의 성분: 삭망월 — 삭 ~ 그 다음 삭까지 29.5305…일
  • 일월 주기차이: 태양력 1년의 날수 = 삭망월 12개월의 날수(354.3660…일) + 10.8762…일
    • 이 차이를 무시하고 태양년으로 3년을 지낸다면? 약 32일 차이가 축적(예: 양력은 12월, 음력은 1월)
    • 12년 뒤면 양력은 12월, 음력은 5월

일월 주기 차이의 해법:

  • 대략적인 해법:
    • 3년에 한 번씩 윤달을 추가하여 1년 달수를 13개월로 만듦
    • 허나 성인은 이렇게 주먹구구로 일하지 않는다(…)
  • 정밀한 해법: 19년 7윤법 — Metonic Cycle
    • 10.8762일 × 19년 = 206.6478일 = 삭망월 6.9977개월
    • 19년 동안 삭망월 7개월 차이가 발생 → 19년 동안 윤달 7회 첨가
  • iff 태음태양력의 19년 = (19×12)개월 + 7개월 = 235개월

19년 7윤법의 의의

  • 해와 달의 조화로운 순환주기 발견
  • 어떤 11월 1일, 달은 삭이고 해는 동지일 때, 해와 달이 다시 처음 출발상태로 돌아오려면 각각 몇 바퀴 돌아야 할까?
  • 풀이의 원리: 최소공배수 문제
    • $a, b \in \mathbb{Z}$ 일 때, $29.5305a = 365.2422b = c$ 를 만족하는 가장 작은 $c$의 값과 그 때의 $a, b$ 값은?
    • 풀 수 없는 문제인데 근사값을 내면 $c = 6939.6 \cdots, a = 235, b = 19$
  • 천문학의 문제의식과 방법
    • 천체들이 만나는 주기에 관심. 풀이 방법은 산수, 대수학(algebra)
    • 고대 그리스 전통에서 그러하듯 우주의 구조가 어쩌니, 모델이 어쩌니 그런 거창한 담론과 무관함

절기와 윤달

  • 24절기 =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 태음태양력에서 해의 운동을 반영한 성분
  • 평기법
    • 1년의 길이를 24로 평분(등분)하여 절기를 배치하는 방법
    • 눈금 하나의 간격은 365.2422 ÷ 24 = 약 15.21일
    • 해가 해당 눈금을 지나는 순간이 들어있는 날을 각각 절기로 정함
  • 중기칭월법
절기 중기 계절별 달 이름
1. 입춘 2. 우수 (우수가 있는 달이 1월) 맹춘월
3. 경칩 4. 춘분 (춘분이 있는 달이 2월) 중춘월
5. 청명 6. 곡우 (곡우가 있는 달이 3월) 계춘월
7. 입하 8. 소만 (소만이 있는 달이 4월) 맹하월
9. 망종 10. 하지 (하지가 있는 달이 5월) 중하월
11. 소서 12. 대서 (대서가 있는 달이 6월) 계하월
13. 입추 14. 처서 (입추가 있는 달이 7월) 맹추월
15. 백로 16. 추분 (추분이 있는 달이 8월) 중추월
17. 한로 18. 상강 (상강이 있는 달이 9월) 계추월
19. 입동 20. 소설 (소설이 있는 달이 10월) 맹동월
21. 대설 22. 동지 (동지가 있는 달이 11월) 중동월
23. 소한 24. 대한 (대한이 있는 달이 12월) 계동월
  • 무중치윤법
    • 절기와 중기 사이 간격 = 15.21일
      • 삭망월 1개월 내에 절기와 중기는 대체로 각각 1개씩 포함
    • 중기와 중기 사이 간격 = 30.43일
      • 중기가 없는 달이 자연스럽게 발생 → 무중월 = 윤월
      • 어떤 달의 중기가 그 달의 그믐께에 있으면 그 다음달은 십중팔구 윤달이다.

역법과 역서의 기능

  • 대중적 상식: 농업과의 연관성?
    • 동아시아는 농업국가 → 농업 생산력 증대에 관심 → 정확한 농시(언제 밭 갈고 언제 씨 뿌리고 언제 수확하고…)를 아는 것이 중요 → 천문학이 발달
    • 기록상 남아있는 시혜자측(지배층)의 일방적 주장
    • 수혜자(농민)은 생각보다 절기에 연연하지 않음

농가는 물시계를 비치하고 시간을 측정하여 노동량을 계산하며… 무릇 농사는 반드시 적시의 기후에 맞추어야 한다. 적시가 되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김을 매고 흙을 북돋아 주어야 하는데 이 모두가 경각에 달린 급한 일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때를 놓치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른바 촌음도 다투고 아깝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루를 만든 이유이다. 왕안석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농가에서 또 전루를 비치하는 것은 촌각도 알고자 함이로다. 땀은 물시계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몸은 해시계 그림자를 따라가누나. 누가 불쌍히 여길 것인가, 이 수고를.누구인가, 그 시간을 빼앗는 자」

역법과 왕조 교체

  • 새로운 제왕의 출현

흠천감에서 황상의 재가를 얻어 대통력을 인쇄하여 천하에 반포하노라. 위조자는 형률에 의거하여 목을 벨 것이며, 위조범을 신고하면 은자 50냥을 포상금으로 지급할 것이다. 흠천감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달력은 사사로이 휘조한 것으로 간주한다.

가정 18년(1539년) 대통력

영화 『천지명찰』

  • 영화 속 야스이 산테츠(시부카와 하루미)의 개력 프로젝트
    • 내적 동기: 일월식의 정확한 예측 방법을 추구하는 천문학자의 욕구
    • 외적 동기: 에도에 위치한 도쿠가와 막부 정권의 명령
  • 교토 천황이 거느린 음양사들과의 천문학 경쟁
    • 관상수시의 주인이 누구인가? 교토의 천황 vs. 에도의 장군
    • 18세기 중반까지 교토 음양사와 막부 천문방의 주도권 쟁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