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선총

광선총은 총알 대신 전자기파나 입자 빔을 발사하는 휴대용 무기입니다. 주로 SF물의 주인공들이 많이 가지고 다니죠. 이 무기가 가장 먼저 사용된 현대 SF는 아마 허버트 조지 웰즈의 [우주전쟁]일 것입니다. 화성인들이 지구인들을 학살할 때 이와 비슷한 무기를 썼지요. 그 뒤에 테슬라 선생의 연구가 있었고 레이저라는 발명품이 나오자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무기가 정말로 만들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요. 현실 세계에서는 지향성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라고 합니다. SF광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SF에 나오는 광선총이 나오려면 멀었습니다. 걸리는 게 아직 많은 물건들이라서요. 테크놀로지가 조금 더 발전하면 또 모르겠지만.

SF에 나오는 광선총은 현실 세계의 물리학과 거의 관계가 없는 환상의 무기입니다. 이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일 리가 없는 진짜 광선을 발사하는 대신 빛나는 막대기 같은 걸 쏴요. 그 막대기는 너무나도 느려서 앞으로 날아가는 것을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그 막대기는 제다이의 광선검에서 튀어나오는 막대기와 비슷한 종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광선검의 막대기와 광선총의 막대기가 부딪히면 광선총 막대기가 튕겨나갑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요.

광선총이 이 장르에 도입된 건 일반적인 총기에 비해 훨씬 미래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초광속 우주선을 타고 다니며 외계인들을 때려잡는 세상인데 언제까지 총알과 화약을 쓸 수는 없죠. 당연히 무기를 개선해야 하는데, 20세기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가장 손쉽게 발명할 수 있었던 것이 광선총이었던 겁니다. 물론 여기서 물리학은 진지한 연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극적인 목적에만 충실하면 되었죠.

현대 SF 장르에서 광선총은 여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표현은 많이 황당하고요. 하지만 이전처럼 미래 전쟁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미 그 존재 자체가 클리셰화되었고 그 동안 광선총보다 현실적이면서도 보다 파괴력 있는 무기들이 개발되었거든요. 광선총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작품들도 거의 없고요. 현대 장르 애호가들에게 '광선총'은 무시무시한 무기보다는 5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적 장난감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09/02/03)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