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영화

몇 가지 익숙한 클리셰들이 있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건 크리스마스 영화죠. [34번가의 기적], [멋진 인생]과 같은 영화가 대표작이겠군요. 이런 영화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현실세계의 쓴맛을 경험하다가 크리스마스날 갑자기 기적과도 같은 체험을 하게 되고 삶에서 희망을 찾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런 영화들 중 정말로 기독교 신앙을 다루는 작품은 예상 외로 적다는 것이죠. [34번가의 기적]은 예수가 아닌 산타에 대한 영화이고, [멋진 인생]의 천사 역시 자신이 무슨 종교의 신에 소속되어 있는지 밝히지 않아요.

추수감사절 영화는 크리스마스 영화보다 조금 더 우울합니다. 대부분 미국 추수감사절 영화는 모이기 싫은 가족들이 억지로 모여 툴툴거리다가 지금까지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내용으로 짜여집니다. [홈 포 더 할리데이]가 떠오르는군요. 하지만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와 같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이 기능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영화, 특히 [러브 어페어]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은 영화의 기능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 또는 로맨스의 결여에 집중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익숙한 축일 셋을 살펴봤는데, 대부분 의미는 같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기념일과 그 의미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 때문에 죄수처럼 그 의미에 갇히게 됩니다. 그 때문에 구원을 받는 수도 있지만 그거야 작가의 농간 때문이고 실제 세계에서는 대부분 더 우울해지겠죠.

전형적인 미국 시즌제 드라마라면 매 시즌마다 이런 '기념일 에피소드'를 겪기 마련입니다. [프렌즈]와 같은 시트콤이나 [길모어 걸스]와 같은 느슨하게 진행되는 가족 드라마라면 더욱 그렇죠. 이런 기념일 에피소드는 일종의 달력과 같은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기념일을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장르는 호러물일 것입니다. 존 카펜터가 [할로윈]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도 할로윈을 다룬 호러물은 넘쳐났을 겁니다. 정확히 기념일을 다룬 건 아니지만 [13일의 금요일]을 빼면 섭섭하겠죠. 또 뭐가 있나요? [블랙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과 같은 영화들이 있군요. 아마 지금은 거의 모든 종류의 공식 기념일에 호러 영화가 하나 이상 딸려있을 겁니다. (08/12/2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