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깨는 뱀파이어

이건 얼마 전에 IMDb에 링크가 걸린 블로그에서 본 건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하여간 꽤 명료한 클리셰인데, 왜 지금까지 제가 눈치채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겁니다. 대부분의 현대 뱀파이어 영화에서는 대부분 뱀파이어들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규칙을 깨트리는 행동을 하고 거기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뱀파이어는 낮에도 움직이고, 어떤 뱀파이어들은 마늘에 무감각하고, 어떤 뱀파이어들은 십자가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러 저러한 것들은 뱀파이어에 대한 미신에 불과해"라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앤 라이스의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도입부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그건 뱀파이어의 규칙이란 게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뱀파이어에 대한 수많은 전설들과 미신들이 있지요. 이들이 모두 앞뒤에 딱딱 맞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뱀파이어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워낙 유명해서 그 소설의 규칙,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각색한 영화들의 규칙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작가가 자기만의 뱀파이어를 만들려면 취사선택을 해야 합니다. 전설과 미신들을 뒤져 자기 마음에 드는 규칙들을 찾아 적용해야 하지만 나머지는 버려야 하죠. 브램 스토커도 이렇게 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브램 스토커의 규칙이 강해서 거기서 벗어나려면 꾸준히 변명도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클리셰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라질 겁니다. 요샌 정말 온갖 종류의 뱀파이어 물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더 지나면 다들 이런 설명이 클리셰라는 걸 인식하고 건너뛰겠죠. (08/11/26)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