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웬놈의 아파트가 이리 큰 거야?

'도대체 웬놈의 아파트가 이리 큰 거야?' 클리셰는 타협의 산물입니다. 만드는 사람들도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고 있고 보는 사람들도 꾸준히 지적하지만 그래도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그건 예술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작업 환경 때문이지요.

한마디로 주인공들이 사는 집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젊습니다. 그들의 수입은 뻔하죠. 하지만 이들이 사는 집을 보면 암만 초라하게 꾸며도 이상할 정도로 넓습니다. 특히 뉴욕이나 런던 같은 대도시가 무대라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집이 클까요? 영화 찍으려면 방이 넓은 게 좋으니까요. 카메라와 주인공이 움직일 공간이 필요하죠. 관객들 앞에서 녹화되는 시트콤이라면 스튜디오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요. 공간이 넓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보통 영화들은 공간의 문제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가끔 그걸 언급하는 프로그램도 있긴 하죠. [프렌즈]는 몇 시즌 동안 어마어마하게 넓은 모니카의 아파트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다가 결국 포기하고 이것이 사실은 모니카 할머니의 아파트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화갭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시트콤의 세트는 일반 가족의 기준으로 보면 넓지만 미국 시트콤의 세트보다 훨씬 좁지요. 그렇다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심각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잖아요. 하긴 좌식문화가 당연시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서양인들과 다르기도 합니다. 이 점은 조금 더 연구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08/05/08)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