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관의 간식

'검시관의 간식'은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는 클리셰입니다. 한마디로 처참한 시체들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검시관이나 교수가 비위약한 주인공 앞에서 태평스럽게 간식이나 점심을 먹는다는 거죠. 보통은 샌드위치지만 보다 징그러운 모양의 육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먹느냐고요? 물론 배가 고파서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옆에서 막 토하기 직전에 있는 주인공을 놀려대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전문가 마초주의죠. 이건 검시관이 여자이고 주인공이 남자여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예의바른 스컬리는 멀더를 그렇게까지 심하게 놀려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역학관계는 남아있었죠. 시체에서 떼어낸 내장을 저울에 올려놓으면서도 태평한 스컬리와 시체를 보고 새파랗게 겁에 질린 멀더의 모습은 우리도 꽤 자주 보지 않았어요?

'검시관의 간식'은 음식과 시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역겨움을 연출하려는 농담이지만 보다 깊은 뜻도 있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처참하게 죽는다고 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그 죽음 역시 당연한 일상의 일부분이라는 거죠. 죽음과 시체를 평범한 일과로 여기는 무덤덤한 전문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큼 이 주제를 분명히 드러내는 방법은 없어요.

최근에 전 [해부학교실]에서 이 농담을 봤어요. 처음엔 시체에 겁을 먹고 덜덜 떨던 뚱뚱한 조연이 나중엔 빵을 들고 와서 게걸스럽게 먹더군요. 그런 농담이 나올 줄 알았고 심지어 그 농담을 그 캐릭터가 선보일 거라는 것까지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코미디의 힘은 전혀 느낄 수 없었지만요. (07/06/28)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