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들은 해변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은 해변으로 갔다'는 액션 영화를 끝맺을 때 인기 있는 방식입니다. 간신히 악당들로부터 빠져나오고 목표를 달성한 남녀 주인공들은 꼭 해변으로 갑니다. 그것도 그냥 애들이 바글거리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거의 혼자서 전세 낸 것 같은 외딴 섬에요.

여기서 '남녀 주인공'이라는 말을 강조한 건 이 결말이 주인공이 남자 혼자일 때는 비교적 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한 여자 파트너가 있을 때에야 비교적 잘 먹히죠.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빈 디젤이 주연한 [트리플 엑스]인데, 이는 특별한 예가 아니라 가장 뻔한 예입니다. 당시에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고요.

왜 늘 해변일까요? 그건 지난 몇 십 년 동안 바다와 해변이 편안함과 성적 쾌락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올라가 장관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오르는 행위 자체가 편하지 않고 교통이 편하다면 사람이 많죠. 1시간 반 동안 폭탄이 터지고 시체가 이리저리 튕기는 액션을 겪었는데, 남은 시간은 좀 편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문명 세계에서 경치 좋은 해변이 관광지화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열대의 외딴 섬이라는 고전적인 설정을 받아들인다면 주인공들은 프라이버시의 침해없이 만족스러운 휴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잘 빠진 몸매를 드러낼 수도 있고요.

여기엔 약간의 변주도 있긴 합니다. 주인공들은 요트를 타고 휴가를 보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노골적인 부의 과시이고 주인공들이 부자라는 설정에서나 가능합니다. 섬 하나를 전세내는 것이 더 돈이 많이 들지 않냐고요? 영화는 그냥 그들이 운 좋게 사람 없는 열대의 낙원을 발견했다고 우길 수 있지요. (06/12/2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