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공룡

공룡은 수억년 전 실제로 존재했던 생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1822년 멘텔 부부가 이구아노돈의 화석을 발견한 뒤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어갔지요. 처음엔 둔한 도마뱀과 같았던 것들이 두발 달린 장대한 탑과 같은 괴물로 변했다가 갑자기 몸과 고개를 수그리기 시작하더니 요새는 깃털까지 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의 모습도 언제 바뀔지 몰라요. 겨우 10여년 전에 나온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이 벌써 낡았다는 걸 압니까? 요새 고생물학자들은 벨로시랩터의 몸에 깃털이 나 있었다고 믿고 있거든요.

고생물학자들이야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이미지를 수정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퇴출된 옛 이미지들은 처리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옛 이미지에 익숙해진 대중들이 그걸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겁니다. 꼿꼿하게 서서 꼬리를 끌고 다니는 옛 티라노 사우르스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상체를 수그리고 꼬리를 들어 시소처럼 움직이는 티라노 사우르스가 싱겁다고 생각합니다. 레이 브래드베리와 같은 사람들은 '변비에 걸린 것 같다'라는 악담을 하기도 하죠.

브래드배리가 아무리 요새 공룡 모습을 싫어해도 탑처럼 서서 걷고 뱀처럼 고개를 들고 다니던 옛 공룡들은 영화 세계에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킹콩]과 피터 잭슨의 [킹콩]을 갈라놓는 가장 큰 차이점도 킹콩보다는 공룡들의 묘사에 있으니까요. 하긴 아무리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고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무시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죠. 게다가 [쥬라기 공원] 이후 사람들은 슬슬 새로운 공룡의 모습에 익숙해져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쓸고 갔던 윌리스 오브라이언과 레이 해리하우젠의 공룡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생명력을 유지할 겁니다. 단지 미래의 관객들은 레이 브래드베리와 같은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바라보겠죠. 이들에게 해리하우젠의 공룡은 용과 같은 허구의 존재에 더 가까울 겁니다.

(05/07/01)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