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도플갱어는 '사악한 쌍둥이' 클리셰의 사촌쯤 됩니다. 역시 연속극에 자주 사용되는 트릭이예요.

대충 이렇습니다. 연속극에서 캐릭터 하나가 죽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캐릭터가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거예요. 시청률은 떨어지고 항의는 비오듯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그 동안 시청자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쌍둥이 동생을 등장시키는 겁니다. 요새 미국 소프 오페라인 [All My Children]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죠.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에서도 아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로라 팔머 역을 맡은 셰릴 리는 그 역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이 캐릭터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살해된 사람이었으니 그 인기를 활용하기가 힘들었죠. 해결책은? 로라와 아주 비슷한 사촌인 '매디'를 등장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속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종종 조연의 인기가 주연보다 높을 때가 있으니까요. 게시판에서 어떤 분이 언급하신 [영웅 본색 2]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설정들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배우에 대한 애정과 늘 정비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이전과 같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요. 캐릭터의 죽음에 상심한 팬들은 오히려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꼭 닮은 사람이라는 설정은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작위적이잖아요?

참, 여기에는 약간의 변주가 있습니다. 캐릭터는 그대로 살아 있지만 이들에게 연기 변신의 기회를 주기 위해 그들과 똑같은 외모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버피]의 [The Wish]와 [Doppelgängland]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예죠. 배우 활용 방식만 빼면 특별히 큰 연관성은 없지만 그래도 언급해두는 편이 좋을 듯 하군요. (02/06/1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