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시간

영화 속의 시간과 날짜는 언제나 정확합니다. 특히 서스펜스 영화에서 주인공의 시계는 틀린 적이 없죠. 12시에 폭탄이 폭발한다는 설정이면 언제나 시계가 12시 정각을 가리킬 때 폭발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계를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맞추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더 재미있는 건 초자연현상에 시간이나 날짜가 연결되었을 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그렘린]에선 모과이에게 자정 이후에 절대로 먹이를 주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정확히 자정 이전이라는 것을 모과이들이 어떻게 알까요? 대부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인간들이 임의로 규격화시킨 시각으로, 정확한 천문학적 시각과는 다릅니다. (나중에 [그렘린 2]는 전편이 만든 규칙들을 조롱하며 놀려대는 장난을 칩니다.)

날짜는 더 까다롭습니다. 세상 종말을 예언하는 호러 영화들은 늘 정확한 날짜를 맞추는데, 사실 달력이라는 것도 인간의 발명품이어서 언제나 같지는 않습니다. 로마 시대와 우리 시대는 다른 달력을 쓰고 있습니다. 중세에도 대규모의 달력 개편이 있었고요. 그리고 예언이 변형된 달력까지 예측했다고 해도 왜 늘 주인공이 싸우는 현장에 날짜와 시간이 맞추어져 있는 걸까요? 뉴욕이 자정일 때 예루살렘까지 자정은 아닙니다.

영화가 외계로 나갈 때는 더욱 의심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 트렉]의 외계인들은 다들 같은 달력을 쓰는 것 같습니다. '나는 29살이다'하면 모두가 알아들으니까요. 설마 그 외계인들 모두가 공전 주기가 365일인 행성에서 사는 건 아니겠죠? (01/12/1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