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현대 문명은 사람들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더 위험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죠.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교통사고라는 끔찍한 현상 역시 같은 속도로 증가했으니까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꽤 된답니다.


(Q님 제공)

그러나 교통사고는 생각하기 귀찮은 작가들에게 근사한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갑작스럽게 필요없게 된 캐릭터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원이라면 익사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원 가족들은 대부분 그런 사고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 마련이죠. 노상강도는 어떨까? 너무 극적으로 보일 겁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는? 우선 건강한 사람에게는 해당이 안되고 심장 약한 사람들의 가족들도 선원 가족들처럼 대비가 되어 있는 법입니다.

교통사고는 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작가가 아무 예고도 없이 건강한 캐릭터 하나를 죽여 없애고 싶다면 무신경한 운전기사가 모는 자동차 하나만 등장시키면 되었습니다. 끼익! 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게 끝납니다.

간결한 만큼 교훈적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는 앞날을 모르는 우리네 운명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현대 문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지요. 갑작스러운 죽음은 종종 멀쩡하게만 보였던 가족의 썩은 단면을 보여주는 절단기 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쉬웠습니다. 쉬운 해결책은 쉽게 안이해집니다. 특히 계획도 없이 수많은 캐릭터들을 굴리는 연재물 작가들은 이 사고를 끝도 없이 남용했습니다. 이제 '교통사고'라는 설정은 조금 피곤하기까지 하죠.

교통사고는 여전히 현대인의 삶의 일부분이고 앞으로도 없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아무리 예술 작품 안에서 진부해졌다고 해도 엄연히 존재하며 매정한 사신처럼 사람들을 저승으로 끌고가는 끔찍한 괴물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01/02/1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