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웃음

'마지막 웃음'은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특히 액션 시리즈가 자주 써먹었던 공식입니다. 주로 액션 시리즈나 어린이용 만화에서 자주 썼던 것인데… 간단합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주인공들이 모여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시시한 농담을 하며 모두 와르르 웃어대는 거죠.

전 어렸을 때 그게 거의 법률로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그 때 전 모든 할리우드 영화는 연인들의 키스로 끝나고 모든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는 시시한 농담과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끝난다고 믿었어요.

대부분의 해피엔딩은 연인들이 맺어지면서 끝나니까 마지막 키스는 당연한 귀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웃음은 왜 나오는 걸까요?

가장 기초적인 이유는 시리즈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단발로 끝나는 영화와는 달리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시리즈는 캐릭터들이 맺어지거나 하는 엄청난 일로 끝낼 수 없습니다. 보다 작은 결말이 필요해요.

요새는 [엑스 파일]처럼 우중충한 시리즈도 있고 [ER]처럼 결말이 끊임없이 뒤로 유보되는 시리즈도 있으니, 결말도 다양해질 수 있지만, 당시 액션 시리즈의 결말은 보다 고정화되어 있었습니다. 한동안 거창한 액션을 쏟아부었으니 막판에 긴장을 풀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결과로 등장한 게 마지막 웃음입니다.

이런 것들은 요샌 굉장히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너무 봐서 지겨운데다가 컴컴한 스토리에서 시시한 농담으로 이어지는 연결 부분이 그렇게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지요. 상황에 맞는 좋은 농담을 넣는 것은 더 힘들었고요.

그래서 요새는 이게 농담으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덱스터의 실험실]과 같은 시리즈는 부조리하고 이치에 닿지 않는 장면에 '마지막 웃음'을 삽입합니다. 마지막 웃음의 밋밋함 때문에 그 장면의 부조리함이 더 커지는 거죠. (00/08/04)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