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용!

'띠용!'은 이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코미디 트릭입니다. 어디 보자, 이런 '띠용' 트릭이 사용될만한 구식 대화 농담을 하나 찾아보죠.

의사 남들처럼 오래 살고 싶으시면 한 잔 생각날 때마다 술대신 사과를 하나씩 드셔야 합니다.

환자 아이구, 그 많은 사과를 어떻게 다 소화시키란 말씀입니까!

자, 이 다음이 '띠용!'이 등장할 부분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픽 풀어진 멍청한 얼굴을 하고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바로 이게 '띠용!'이죠.

'띠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금까지 한 것이 농담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그걸 모를 바보가 어디 있겠냐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정말 그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 때문에 옛날 코미디언들은 의도적으로 웃어야 할 순간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구식 대화 농담은 철저하게 언어 위주이기 때문에 코미디언이 그 농담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재능있는 코미디언들이라면 좋은 연기로 이 대화를 활력있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역시 부수적인 것이죠. 무언가 시각적인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겁니다. '띠용!'은 말로는 쉽게 번역될 수 없는 순수한 시각적 조크였습니다. 물론 구식 대화 농담은 '맙소사!'나 '어휴!'와 같은 감탄사로 앞에 나온 말의 바보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탄사들은 '띠용!'처럼 그 자체가 농담으로서 기능하지는 않았지요. 그것은 농담의 (불필요한) 마침표에 불과했습니다.

'띠용!'은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습니다. 일단 순진하리만큼 바보스러운 트릭이고 관객들도 식상해 있어서 잘 먹히지도 않습니다. 이런 트릭은 대부분 옛 코미디언의 장비지요. 구봉서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구봉서 할아버지는 '띠용!'을 참 자주했습니다. 아마 대화 농담의 정상적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이런 순진함이 어떤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전 [베니 힐 쇼]에서 베니 힐 할아버지가 정말로 순진무구한 얼굴로 '띠용!'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나게 웃을 때가 많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것 때문에 웃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요샌 이런 것도 과거에 대한 향수 쯤으로 변질된 것 같더군요. (00/05/19)

DJUNA